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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스코 계열사 임원 승무원 폭행 사건, 프라임베이커리 회장의 호텔도어맨 폭행사건에 이어 이번엔 남양유업 영업직원의 대리점주 욕설사태까지 기업들이 큰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라면상무'',''장지갑 회장,''조폭우유'' 등 사건을 핵심적으로 상징하는 단어들이 검색어 상위순위에 오르면서 해당 기업들은 대표가 사과문을 내거나 해당직원 해고, 자진 폐업까지 선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젊은 직원의 대리점 업주에 대한 납품 강요 사태와 관련, 남양유업측은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해당 직원을 해고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오히려 파문은 더 확산되고 있습니다.
노블리즈 오블리주 의식의 결여? 슈퍼갑에 대한 을의 반란
최근 왜 이런 일들이 더 불거지고 있을까요? 일부에서는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 의식이 땅에 떨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저는 일련의 사건들이 특별히 과거와 달리 지금 늘었다고 말씀드리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에서 을(乙)에 대한 슈퍼갑(甲)의 우월적 지위는 오래전부터 우리사회에 있어 왔고 지금도 수많은 곳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일들이 과거엔 그냥 억울해도 넘어갈 일도, 적당히 언론들만 잘 관리하면 넘어갈 일도, 이제는 감시의 눈들이 많아지고 특히 SNS라는 강력한 소통수단이 생기면서 문제가 더 잘 드러나고 있기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언론들은 ''슈퍼갑에 대한 을의 반란''이라고 명명하고 있습니다.
제 기억에 재벌기업이 SNS에 무릎을 꿇은 대표적 사례는 역시 2011년 4월 신라호텔측이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한 고객의 뷔페식당 출입을 금지시켰다가 트위터 등에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건희 회장 딸인 이부진 사장이 직접 나서 사과하는 일을 들 수 있습니다.
신라호텔 사태는 그나마 스마트폰이 막 활성화되면서 발생해 그정도였지 이번 포스코 계열사 임원의 승무원 폭행사건, 중소기업 회장의 도어맨 폭행사건은 모두 공통점이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사건이 빛의 속도로 알려졌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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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남양유업 사건도 영업소 소장이 대리점주인에게 욕설과 협박, 막발을 하는 음성파일이 유투브에 공개되고 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소위 신상털기의 정도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기도 합니다만 기업이 과거의 프레임으로 대응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번 일들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프레스 릴리즈 용어대신 뉴스릴리즈가 자주 사용되는 이유는? 언론의 힘보다 소셜미디어의 힘이 커지면서 더욱 더 그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언론사에 배포하는 보도자료라고 해서 ''프레스 릴리즈''(PRESS RELEASE)라고 했지만 이제는 프레스 릴리즈라는 말 대신 뉴스릴리즈(NEWS RELEASE)라고 표현합니다.
두 단어에는 엄청난 뉘앙스의 차이가 있습니다. 지금은 매체도 다양해지고 굳이 중간전달자라는 매스 미디어 없이도 직접 뉴스를 소비자에게 전할 수 있고 소셜미디어로 기업이 다양한 홍보를 할 수 있게 지만 그만큼 감시의 눈길이 많아져 기업들의 리스크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셈입니다.
최근 비즈니스 세계에서 라이코노믹스(Likeonomics· 호감경제학) 라는 용어가 부쩍 회자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내리는 거의 모든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논리가 아니라 관계이며 보다 확실한 믿음을 주고 신뢰를 얻으려면 호감도를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라이코노믹스- 호감경제학의 명확한 개념입니다.
이 말만 놓고 보면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호감도 친밀도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말이 다소 어페가 있게 들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좋은 제품을 만들고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되지 호감도만 높으면 되나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으실텐데요.
조지타운대 마케팅 분야 로히트 바르가바 교수는 "호감이 한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의 운명까지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인종차별 국가였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첫 흑인출신 넬슨 만델라대통령의 예를 들고 있습니다.
수십년간 백인들에 대한 저항운동으로 투옥됐다가 결국 대통령이 된 만델라가 처음으로 취한 행동이 백인 일색인 국가대표 럭비팀 주장을 불러 차를 마시며 럭비로 국민들이 단합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협조를 구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1995년 호주와 맞붙은 럭비 월드컵 결승전에서 만델라대통령이 경기장에 백인들만의 상징색이었던 초록색 유니폼을 입고 나타나 격려하는 모습을 본 남아공 백인들은 열광의 도가니가 됐고 흑인 대통령인 만델라를 화합의 상징이자 진정한 대통령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죠.
결국 넬슨만델라의 얘기는 우리도 잘아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인빅턱스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져 아카데미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 얘기는 한 국가의 운명이 한 개인의 인간적인 매력과 호감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역으로 말씀드리면 최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반대로 한 개인의 비호감도가 기업전체에 위기감을 불러 일으킨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철강기업인 포스코가 한 계열사 임원의 만용으로 비호감으로 변하는 것, 최대 우유회사가 순식간에 불매운동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것이 호감경제학에서는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기업에 대한 호감도가 성패를 좌우요즘에 고객중심경영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요. 이는 곧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줘서 고객의 마음을 사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차원으로까지 발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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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이 된 기업들을 조사해보니까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고 하는데 그것은 CEO들이 수수하고 단호하며 겸손했다고 합니다.
결국은 누구나 겸손한 사람에게 호감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게 짐콜린스의 주장입니다.
여기서 호감도의 차이는 해야만 하기 때문에 하는 것과 하고 싶어서 하는 것 사이의 차이를 말한다고 합니다.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세상에서 호감도 차이는 성공과 실패를 가름하는 잣대가 되는 것이죠.
이번 일을 계기로 해당 기업이 최고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고객으로부터 최대의 호감을 얻기 위한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생각하고 고쳐나간다면 그 비용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문헌: 호감이 전략을 이긴다.(로히트 바르가바 지음. 이은숙 옮김. 원더박스) 적의 칼로 싸워라 (이명우 지음.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