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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천국'' 남산의 진실 그리고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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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 걷는 재미가 있는 ''벚꽃 천국'', 바야흐로 남산의 계절이다.

남산 벚꽃길의 묘미는 산책로와 시간대의 선택에 따라 전혀 색다른 멋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금 경사가 있지만 완벽한 벚꽃 터널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남측순환로(남산도서관쪽 진입 추천), 그리고 벚꽃이 터널을 이루진 않아도 좋으니 적당히 벚꽃이 펼쳐지면서 경사 없이 편안한 북측순환로(국립극장쪽 진입 추천)를 골라 걸을 수 있는데다가, 시간대에 따라 봄볕과 석양 속의 도심 혹은 휘황찬란한 야경 중 어느 경관을 벚꽃 뒤 배경으로 삼을 것인지도 기분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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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남산 벚꽃의 유래는 과연 무엇일까? 이것은 남산의 아픈 역사와 맞물려 있다.

임진왜란 때 왜군들이 남산을 ''왜장 터'' 혹은 ''왜성대''라 부르면서 주둔지로 삼았다. 이곳을 자신들의 성역처럼 여겨서 100여년전에 일제 침략이 본격화될 때도 이곳 남산은 일제 식민 통치 기관의 거점이자 일본인의 거주지였다.

일본 통감부와 경복궁 안으로 이전하기 전까지의 조선총독부 그리고 국권을 일본에 넘긴 치욕의 장소 일본 통감관저(지금 서울애니메이션센터와 리라초등학교 터) 그리고 경성신사(지금 숭의여자대학 터),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는 사찰 박문사(지금 신라호텔 터) 등이 이곳에 집중적으로 배치됐다.

그 장소가 지금 남산 1호 터널과 남산 소파길이 만나고 펼쳐지는 지점이다. 얼마전까지 남산 식물원과 동물원이 있던 자리, 안중근 기념관과 백범 광장이 있는 자리가 바로 일제 신사참배 시설인 조선신궁 터다.

조선신궁 터에서 땅 밑까지 지금도 하얗고 긴 계단이 차곡차곡 빼곡이 쌓여있는데, 요즘 젊은이들이 드라마 배경 ''''삼순이 계단''''이라고 부르며 많이들 찾는 그 계단이다. 이렇듯 지금도 남산에는 일본 식민통치의 흔적이 곳곳에 베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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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지금의 벚꽃길을 만든 것은 100여년전 일본인들이 만든 남산의 공원들 때문.

1897년 일본인들이 남산 일부를 왜성대공원(지금 숭의여자대학 터)이라 이름 짓고, 또 1909년에는 한양공원(남산 분수대 부근과 케이블카 승강장 150미터 남측 지점)을 조성해서 산길을 닦아 일본 벚꽃나무를 대거 옮겨 심었다.

그리고 명성황후 시해 사건 즉 을미사변 때 순직한 호위 군사들의 기리기 위해 고종이 남산 밑에 쌓은 제단인 장충단을 일본이 벚꽃 수천 그루의 어린이 놀이터 즉 ''장충단 공원''으로 만들었다.

이 나무들이 번져서 지금 남산의 벚꽃길을 만들었다. 민족의 아픔을 먼저 알고 먼저 울었던 곳이 남산의 상처가 지금의 벚꽃으로 피어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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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원래 남산을 지키고 있던 민족의 나무인 ''남산 위의 저 소나무''가 반 이상 사라졌다. 벚꽃뿐 아니라 지금 남산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참나무의 번식도 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밀려나던 남산의 소나무는 토양의 산성화가 진행되면서 그 생기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

하지만 남산하면 떠오르는 ''소나무''는 여전히 남산의 터주대감. 남산에는 여전히 3만 그루에 가까운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남산의 커다란 소나무 군락지에 시민들의 삼림욕 산책을 위한 탐방로가 622m 길이로 나 있다.

이 탐방로 일대에는 남산 전체의 소나무의 절반에 가까운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이 탐방로를 따라, 남산 내 최대 규모의 소나무 군락지로 삼림욕을 즐기며 주변 경관도 감상할 수 있다.

탐방로는 남산의 남측순환로를 국립극장에서 오르다보면 만날 수 있다. 탐방로를 이용하려는 시민은 미리 서울의 공원 홈페이지(parks.seoul.go.kr)나 남산공원 관리사업소로 전화해 미리 신청해야 한다. 또한 탐방로에서 담당직원이나 숲 해설가의 안내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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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천국'' 남산을 걸으면서 벚꽃의 아름다움과 함께 남산이 품고 이겨온 우리 민족의 아픔과 저항의 역사도 함께 생각해보자. 아울러 그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자라나는 ''남산 위의 저 소나무'' 탐방로로 삼림욕을 즐긴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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