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쏴? 안 쏴?… 냉전 저널리즘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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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의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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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오보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일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은 북한 외무성이 평양의 러시아대사관에 철수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러시아대사관이 북한 외무성에 "진짜 전쟁이 나는 것 아니냐, 불안하다"고 묻자 북한 외무성이 "그럼 철수하든지 하라"고 대답한 것이 ''대사관 철수 요청''으로 와전된 것.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11일 미국 뉴요커 인터넷 판이 농담기사로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포기했다''고 쓴 것을 깜짝 놀라 긴급 뉴스로 내보내는 실수를 저질렀다.

◈ 일본은 왜 북한 미사일에 벌벌 떨까?

북한 관련해 알레르기 증세가 심한 일본 역시 오보가 잦았다. 일본 교통성 오사카 항공국이 13일 지진 피해 조사 이메일 대신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전파해 소동을 빚었다. 10일에 요코하마시 당국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다가 사과하고 정정했다. 11일에도 후쿠오카 항공교통관리센터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메시지를 전국 항공관제소 등에 잘못 송신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전국순간경보시스템 등을 통해 전국 지자체, 기관 등을 통해 관련 정보를 전파하도록 되어 있고, 기관마다 경보 메시지를 준비해 두고 있기 때문에 이런 실수가 벌어지는 것.

일본의 북한 관련 오보는 큰 사건 때면 늘 벌어진다. 첫 번째 이유는 북한과 핵에 대한 두려움이다. 상당수 일본인들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쏜다면 첫 번째 목표는 일본''일 거라고 여긴다. 그 다음은 납북자 송환 등으로 북한과 사이도 안 좋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폭 피해를 경험했다는 점도 일본인들의 공포감을 키우는 원인이다.

물론 이런 위기감이 증폭되는 이면에는 일본 자위대를 무장하고 군사적 활동영역을 넓히려는 우익의 정치적 꼼수가 섞여있지만 일본 정부도 국민도 북한의 도발을 엄청 두려워한다는 건 분명하다. 그래서 일본 언론들은 북한 관련 보도를 서두르고 자극적으로 다루는 것.

◈ 냉전 저널리즘에 사로잡힌 한국 언론

북한의 동향 그리고 남북관계를 다루는 데 있어 이 같은 냉전 저널리즘을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 취재 접근이 어렵고 내부 메커니즘과 동향을 모르기 때문에 북한의 선전.선동, 외신의 오보에 쉽게 흔들려 받아쓰기 수준에 머무는 것이 문제이다. 당연히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전망과 예측도 빗나가기 일쑤이다. 공식적으로 제공되는 조선중앙방송이나 노동신문 등도 철저한 통제 아래 있고 탈북 새터민들의 정보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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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보 부족으로 인한 오보가 아닌 ''아니면 말구''식의 무책임성 오보도 역시 정보 부족에서 온다. 어차피 틀린다 해도 당장 확인되지 않고 비난과 책임에서 멀리 있으니 오보나 왜곡이 쉽게 등장한다.

3. 우리사회 내부의 극한적인 이념 갈등으로 북한 동향에 대한 희망사항과 객관적 전망이 마구 뒤섞여 버리는 것도 문제이다. ''북한 디도스공격이면 기사가 딱 떨어지겠는데 ....''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이미 사안을 객관적으로 대하기 어려워진다. 여기에다 ''보수 진영 망신 좀 당했으면'', ''진보 진영이 완전히 꺾였으면''하는 식의 정치적 소망을 담고 북한 관련 사건을 바라보면 쓰거나 읽는데서 판단이 흐려진다.

4.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 하지만 핫 이슈인데다 속보 경쟁까지 겹쳐 뭐든 짜내 써야 하는 뉴스 제작 현실이 오보로 이끈다.

5. 당국자의 브리핑도 여론을 떠보거나 움직이려는 목적으로 왜곡되는 경우가 잦다. 국회 정보위원회 내용이라 해도 정부 담당자와 국회 여야 간사들이 언론에 공개할 것을 따로 추린 결과물이어서 상당히 제한적이다. 아예 정치인이나 기관이 왜곡해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임에도 감지덕지 받아쓰는 행태는 고쳐야 한다.

이런 배경에서 냉전 저널리즘에 의한 어처구니없는 오보를 줄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북한 문제에 대해 속 시원하게 술술 털어놓는 책임자는 없다. 정부 당국과 정보기관, 학계, 외신을 모두 취재해 정보의 퍼즐조각을 맞추고 판단해야한다.

2) 북한과 관련된 연구 자료를 정기적으로 접하고, 북한의 최근 정보들을 학계나 탈북새터민 단체 등을 통해 꾸준히 습득해야 한다.

3) 북한과 관련해 저지른 판단 실수와 오보는 반드시 기록하고 오판한 원인을 분석해 정리한 뒤 매뉴얼로 만들기.

4) 사안에 대한 단순한 취재에 멈추지 말고 현대사 속에서의 흐름을 살피고, 세계 각국의 외교정치와 연계해 판단해야 한다. 북한을 ''미치광이 집단''이라 여기고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금물. 북한을 정상적이고 합리적 정책 결정을 하는 국가로 보는 것도 위험하지만 제정신이 아닌 집단으로 보는 것 역시 오류의 원인이 된다.

이것은 취재보도에 적용되지만 독자나 시청취자가 뉴스를 접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객관적이고자 노력한 기사인지 꼼꼼히 살펴 읽자. 언론들이 편향성과 부정확성을 개선해야 옳지만 현실로는 언론 스스로 냉전 저널리즘을 뜯어 고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언론이 스스로를 고칠 수 없다면 우선 국민이 내공을 키워 잘못된 기사를 바로 읽어서라도 여론의 왜곡을 줄여나가야 제대로 된 대북정책과 통일의 비전이 가능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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