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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청와대 사과, 왜 하고도 욕 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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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고위공직자 인사 실패에 대해 청와대가 드디어 사과를 했다.

청와대는 주말인 지난 30일 허태열 비서실장 명의로 "새 정부 인사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인사위원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라는 사과를 했다.

금요일이던 29일까지 사과는 없다던 청와대가 갑자기 그것도 주말에 기습적으로 사과를 했다. 30일 오후로 예정된 첫 당·정·청 워크숍을 앞두고 예정에 없던 사과를 한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사과''는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몰고 왔다. 대통령이 해야 할 사과를 청와대 비서실장 명의로 한데다 그마저 청와대 대변인이 대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당에서는 ''국민을 졸로 본 사과'' 라거나 ''17초 대독 반성문''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고 나섰고 인터넷과 SNS 등에는 ''참 나쁜 사과''라거나 ''진정성 없는 사과''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청와대 사과, 왜 하고도 욕먹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청와대가 왜 주말에 갑작스럽게 사과를 하게 됐나?

= 청와대가 지난 30일 갑작스럽게 허태열 비서실장 명의로 박근혜 정부의 인사실패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29일까지만 해도 ''사과는 없다''던 청와대의 입장이 갑작스럽게 변한 것이다.

청와대의 핵심관계자는 금요일인 지난 29일 기자들에게 ''사과는 없다''고 했고 정말 없느냐? 는 기자들의 계속된 질문에 "없으니까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인사실패에 대해 청와대의 사과는 없을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출고했다.

그런데 토요일 오전 11시가 지나서야 "금일 11시 30분 김행 대변인 현안관련 브리핑 예정"이라는 문자가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갔고, 11시 30분에 김행 대변인이 허태열 비서실장의 명의의 17초 사과문을 대독하게 된 것이다.

물론 토요일에도 청와대 춘추관에 출근한 기자들에게는 아침부터 공지가 됐다고 한다.

청와대가 급작스럽게 대국민 사과를 한 이유는 30일 오후 2시로 예정된 당·정·청 워크숍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에서 인사 관련 책임자를 문책하라는 요구가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아무런 사과도 없이 당·정·청 워크숍을 할 경우 쏟아질 비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청와대도 이 점을 인정한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당·정·청 워크숍은 박근혜 정부의 새로운 출발이라며 새 출발에 앞서 국민께 사과의 말씀을 드리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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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고 단 두 문장 17초 사과문은 좀 심한 것 아니냐?

= 그렇다. ''17초 사과''를 두고 진정성이 없다며 대부분의 언론들이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 우호적이던 조선과 중앙까지 비판기사와 사설을 게재하고 있다.

사과를 누가 할 것인가? 에서부터 사과를 어떤 형식으로 할 것인가? 사과 수위는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 사과 내용은 어떻게 할 것이며 발표는 누가 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을 했음이 느껴진다.

그런데 결국은 장고 끝에 악수를 둔 결과가 됐다.

1일 아침 7시 30분에 구글에서 17초 사과라는 단어로 검색을 해보니 기사가 2만 건을 넘어섰고 웹문서는 6,660,000개 였다.

청와대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김행 대변인이 발표하지 않고 윤창중 대변인이 했더라면 20초는 넘겼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김행 대변인은 말이 조금 빠르지만 윤창중 대변인은 말이 다소 느리기 때문이다.

국민들에게 사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정·청 워크숍에서 새누리당의 비판 강도를 낮추기 위해 사과를 급조하다보니 오히려 사과를 하고 비난을 자초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비서실장 선에서 사과를 하는 것으로 책임소재가 대통령에게 불똥이 튀는 걸 막으려 했는데 당·정·청 워크숍에서는 당의 불만 목소리나 수위가 그나마 낮아졌는지 모르겠지만 국민들에게는 오히려 박근혜 정부의 불통 이미지만 확인시켜준 것이다.

◈ 사과의 대상이 국민이 아니라 여당인 새누리당이었다는 거냐?

=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김행 대변인의 발표 내용을 들어보면 국민을 대상으로 한 사과는 맞다.

김행 대변인은 "새정부 인사와 관련하여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 인사위원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인사 검증 체계를 강화하여서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인사위원장 허태열"이라고 대독을 했다.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으니까 국민을 상대로 사과를 한 것은 맞다.

그렇지만 형식이나 내용을 볼 때 대국민용 사과라기보다는 대 새누리당용 사과 내지는 박근혜 정부의 첫 당·정·청 워크숍을 의식한 급조된 사과로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사실 박근혜 정부의 ''인사실패'' 원인은 대통령의 밀실인사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런 만큼 사과는 박근혜 대통령이 해야 한다. 그런데 허태열 비서실장이 인사위원장이라는 이유로 대신 사과를 했고 그나마도 김행 대변인에게 대독을 시켰다.

사과도 토요일 오전, 당·정·청 워크숍을 2시간 30분 앞둔 시점에 그것도 딱 17초의 짧은 두 문장 사과문을 읽는데 그쳤다.
(관련기사: "차라리 사과를 말든지", 靑 ''주말 기습사과''에 비난)

진정성이 없는 마지못해 하는 사과라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대목이다.

새 정부의 첫 당·정·청 워크숍이 성과 없이 고위공직자 인사문제로 파열음을 낼 경우 청와대가 입을 내상이 크다는 점을 감안해 어쩔 수 없지만 부담을 최소화 하는 차원에서 사과를 한 셈이다.

◈ 새 정부 출범 한 달인데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기는 어렵지 않나?

=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한 달 만에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청와대로서는 취임 한 달 만에 대통령이 사과하는 걸 선택하기는 쉽지 않은 사안이었을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만일 허태열 실장이 사과를 했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안하고 왜 실장이 하냐는 야당의 공격이 있었을 것이다"라며 "집권 1달 밖에 안됐는데 그러면 나라꼴이 어떻게 되겠냐? 언론이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지난 달 4일 정부조직법과 관련해 이미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4일 발표한 대국민담화문에서 "새 정부 출범 일주일이 되도록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국정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입니다.(중략…) 대통령으로서 큰 걱정과 함께 책임감을 느낍니다.(중략…)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송구스럽습니다."라며 국민들에게 사과를 했다.

대국민담화가 국민을 상대로 직접 정치를 하겠다는 엄포인 동시에 정부조직법을 하루빨리 통과시키라는 대야 압박용이긴 했지만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사과를 했는데 인사실패에 대해 사과 못 할 일은 아닌 것이다.

허태열 비서실장의 명의의 사과문을 대변인이 발표할 것이었다면 차라리 대통령 명의의 사과를 허태열 비서실장이 대독을 하거나 아니면 대통령이 사과문을 내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허태열 비서실장이 아무리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다고 하지만 사과문을 대변인을 통해 대독하는 건 사과하기는 싫은데 어쩔 수 없이 하긴 해야겠고 그래서 마지못해 사과하는 모양새만 취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 인사실패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나?

= 물론 인사실패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경우가 흔치는 않다.

전임 이명박 대통령은 재임 중 6번의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인사와 관련해서는 공식적으로 사과한 적이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3개월만인 2008년 5월 22일 미국 쇠고기 수입 관련 촛불집회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사과한데 이어 6월 19일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거듭 사과했다.

2009년 11월 27일에는 세종시 수정안 추진과 관련해 공개 사과했고 2010년 11월 29일에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관련해 사과했으며, 2011년 4월 1일에는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관련해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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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 24일 이 전 대통령은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과 정치적 멘토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한 측근들의 잇따른 비리혐의 구속해 대해 "가까운 주변과 집안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 국민에게 심려를 끼쳤다"며 사과한데 이어 2013년 2월 19일 고별사에서도 "제 주변의 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서는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머리를 숙였다.

고별사를 포함하면 7차례 대국민사과를 했지만 인사문제와 관련해서는 사과하지 않았다.

고위공직자 인사문제와 관련해 직접적으로 사과한 건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1월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취임 57시간 만에 사퇴하자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며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들에 대해서 청와대의 도리를 다하기 위한 문책일 뿐이지 실제 잘못은 대통령이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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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은 잘못은 대통령이 한 것인데 국민들이 불쾌해 하고 책임을 묻는 분위기라서 부득이하게 검증 책임이 있는 민정수석과 인사관리 전반의 실무책임이 있는 인사수석을 문책했다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은 두 달 뒤인 3월에 이헌재 경제부총리 부인의 부동산 투기문제가 불거져 사퇴하자 그 때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참고로 지난 2007년 발표된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귀혜씨의 박사 논문에 따르면 정치적 위기상황에서 나온 전직 대통령들의 담화문이나 기자회견문 등을 분석한 결과 방어적 발표문이 많았다.

이 방어적 발표문을 모두 대국민 사과라고 보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이 23차례로 가장 많고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각각 18차례, 김영삼 전 대통령이 14차례로 나타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18번의 방어적 발표문 중 16차례가 사과나 책임을 인정하는 발표였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재임 5년을 평가한 것이 아니고 4년간을 평가한 것인데 2007년 5월 공기업 감사 21명의 남미 이과수 폭포 외유논란과 2007년 10월 이라크 파병 연장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으니까 사과가 더 늘었다.
(관련기사: [Why 뉴스] 이명박 대통령은 왜 사과에 인색한가)

◈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청와대가 사과를 했는데 욕을 먹는 이유는?

=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고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면 누구 사과로 인정을 하겠나? 이런 사과를 할 바에는 차라리 안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정치권이나 언론 많은 국민들은 ''고위공직자 인사 참사가'' 박근혜 대통령의 독선적인 인사 스타일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사과를 하지 않고 비서실장(인사위원장이라는 이유로)의 이름으로 대변인이 17초 만에 딱 2문장만 읽는 사과를 그것도 주말인 토요일 오전에 하는 사과를 진정어린 사과로 보지 않는 것 같다.

허태열 비서실장이 당·정·청 워크숍에서 마무리 발언을 통해 "따가운 질책, 공포스러운 질책을 듣고 통렬히 반성한다. 책임을 통감하며 정말 죄송하고 잘하겠다"고 했다는데 사과를 하려면 이정도 수준은 해야 사과라고 믿을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도 "오히려 안하느니만 못한 사과가 됐다"면서 "사과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이런 식으로 하니까, 안 먹어도 되는 욕을 먹게 되고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만 떨어진다"고 말했다.

1일자 신문들의 사설제목만 봐도 비판이 얼마나 거센지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동아일보가 사설의 제목을 ''비서실장의 17초 대독 사과, 안 할 것만 못했다''이고 조선일보는 ''대변인이 대신 읽은 청와대 비서실장의 17초 사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73글자의 사과문을 17초 만에 발표했다고 꼬집으면서 "박근혜 정부가 인사에서 무엇을 잘못했고, 왜 그런 일이 벌어졌으며, 앞으로 어떤 부분을 바로잡을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을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상황은 위중한데 대통령이 안 보인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인사 실패 ''17초 대독 사과''는 책임회피"라며 "이런 식의 사과는 앞뒤가 맞지 않고 성의도 없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도 <진정성 안="" 느껴지는="" 청와대의="" ''대독사과''="">라는 제목의 <연합시론>에서 청와대의 사과가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했고 한국일보는 ''반쪽 대국민 사과마저 우습게 만든 청와대 형태''라는 사설을 한겨레신문은 <''불통''만 재확인시킨 청와대 사과>라는사설을 게재했다.

주말인 토요일(30일) 청와대의 사과 사실이 알려지자 트위터 등 SNS와 인터넷 댓글에서는 ''참 나쁜 사과''라거나 ''국민을 졸로 보는 사과'', ''인사는 대통령이 잘못하고 사과는 비서실장이 그나마 대변인 대독'' 이라는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트위플 @oyksns는 트위터에 "오늘 새정부 인사 관련 청와대 허태열 비서실장의 대국민사과문을 김행 대변인이 대독했다. 대통령이 잘했달 때는 본인이 하고 고개 숙일 땐 남시키면 진정성 의심받게 마련"이라는 글을 올렸고, @WhoisDHJeong는 "새정부 막장 인사 참사에 대한 대국민사과문 발표. 부르르 박은 온데간데없고 비서실장이라는 자가 송구스럽단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마저도 청와대 대변인이 대독했다. 새정부인사 개판 쳐서 이 꼴 났으면 사과라도 정상적으로…."라고 했다.

@eylee921는 "박근혜는 대통령이 아니라 여왕인줄 아나 봐요. 대국민 사과를 비서실장이 대신 하다니 어이없네요"라고 비판을 했고 @cc5099cc는 "수첩에 적힌 대로 후보를 임명하고선 사과는 다른 인간이 하는 게 사과인가? 라는 트윗을 했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의원은 30일 트위터에 "인사 참사에 대한 청와대 비서실장의 대국민 사과 대변인 대독 발표는 국민을 졸로 보는 나쁜 사과"라고 비판을 했다.

청와대로서는 고심 끝에 대국민 사과를 한다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오히려 진정성 없는 사과로 비판만 키우게 됐다. 상황을 모면하고 보자는 생각이 앞장섰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솔하게 사과하고 국민들과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면 이렇게 비난이 쏟아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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