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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대한항공에 먼저 2연승하며 정상을 눈앞에 둔 삼성화재. 남은 3경기에서 1승만 추가하면 통산 7번째이자 6시즌 연속 우승의 기쁨을 누린다.
2연승의 일등 공신은 1차전 43점, 2차전 45점을 쏟아부은 레오지만 숨은 조력자의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다름 아닌 최고참 석진욱(37, 186cm)이다.
석진욱은 1, 2차전에서 ''월드 리베로'' 여오현(35)과 함께 삼성화재의 물 샐 틈 없는 수비망을 구축했다. 특히 공격의 1차 단계인 서브 리시브에서 ''배구 도사''의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1차전에서 석진욱은 27개 리시브 중 19개를 세터에게 정확하게 보내 성공률이 무려 70.3%에 이르렀다. 여오현(28개 중 18개, 성공률 64.2%)보다 정확했다. 대한항공 곽승석(52개 중 36개, 성공률 69.2%)과 최부식(24개 중 14개, 58.3%)도 선전했지만 석진욱에는 미치지 못했다.
2차전에서 석진욱의 존재감은 더욱 빛났다. 리시브 정확도 72.7%(33개 중 27개)를 기록하며 상대 류윤식(41개 중 25개, 60.9%)와 곽승석(15개 중 8개, 53.3%)를 압도했다. 레오나 박철우 등 삼성화재 공격수들이 맹위를 떨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석진욱의 든든한 리시브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2차전 부상 투혼…"대신할 선수가 없다" 2차전에서 석진욱은 1세트 도중 블로킹 이후 착지 과정에서 상대 마틴에 오른 무릎을 부딪히며 쓰러졌다. 대신 신으뜸이 들어왔고 이후 석진욱이 다시 들어오기는 했지만 리듬이 흐트러진 삼성화재는 1세트를 내줬다. 하지만 이후 석진욱은 4세트까지 선발 출전해 안정된 리시브를 공급하며 3-1 역전승을 뒷받침했다.
사실 신감독은 챔프전을 앞두고 고민이 적지 않았다. 오른 발목이 좋지 않은 석진욱을 대신할 자원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신으뜸과 고준용을 저울질하면서도 신감독은 "석진욱이 나오는 게 가장 좋을 텐데..."라며 아쉬운 표정이었다. 그러나 석진욱은 컨디션을 회복해 챔프전에서 제몫을 해주며 신감독의 걱정을 날려버렸다.
배구에서는 우리 나이로 내후년이면 불혹을 바라보는 ''할아버지''나 다름 없다. 석진욱 역시 "항상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다"며 언제든 옷을 벗을 각오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실력만큼은 후배들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다. 구단 관계자도 "석진욱을 대신할 선수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일단 석진욱은 올 시즌 우승을 하면 신감독과 선수 연장을 약속한 상황이다. 신감독은 "본인이 아직 뛸 만하고 지난 시즌보다 몸이 더 나아졌다고 말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이다.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둔 석진욱과 삼성화재. 내년 시즌에도 코트에서 배구 도사의 노련한 플레이가 펼쳐질 가능성은 농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