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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만에 가까운 관객과 한국영화 역대 흥행 3위라는 놀라운 대기록의 영화 <7번방의 선물>. 특히 멜러드라마 장르가 1,000만이 넘은 것은 이 영화가 처음이다.
영화 제목 <7번방의 선물>의 ''7번 방''은 무슨 뜻일까?
숫자 7은 럭키 세븐(Lucky seven)이라는 의미가 담긴 ''행운의 숫자''이자 야구에서 득점하기 쉽다는 ''7회 공격''을 뜻하기도 한다. 종교적으로도 7이라는 숫자는 특별하다. 기독교에서 한 주일의 7일째는 안식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숫자 7은 시나리오를 쓴 김황성 작가가 실제 구치소에 수감됐을 때 머물렀던 방 번호다. 김 작가의 구치소 입감 경험이 영화 <7번방의 선물> 시나리오의 탄탄한 배경이 된 것. 그렇다면 왜, 김 작가는 7번 방에 수감되었을까?
이 또한 영화같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김황성 작가는 CBS <새롭게하소서> 방송에 출연해 ''7번 방''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김 작가는 잘나가던 광고회사 카피라이터에서 노숙자가 된 사연, 다시 재기해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거듭난 사연 등을 털어 놓았다.
구치소 방 번호에 담긴 특별한 의미도 밝혔다.
"말씀드리기 부끄럽지만 예전에 먹고살려고 하다보니까 좀 잘못해서 구치소에 들어 간 적이 있어요. 구치소에 갔더니 방의 번호에 따라 죄인들을 모아 놓더라구요, 1번, 2번, 3번 방은 다 독방입니다. 그리고 4번 방부터는 폭력·살인, 그 다음에 6번 방이 마약입니다. 그리고 7번방이 경제사범 방이예요. 제가 그 방에 있었습니다. 제가 그 방에서 두 달 반을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7번방이라고 그 때 있었던 경험을 좀 가져와서 (시나리오 제목을) 7번방이라고 지었는데, 그게 제목으로 까지 나올 줄은 몰랐죠."
광고회사 카피라이터까지 했던 그는 왜 경제사범으로 구치소를 전전했을까.
김 작가가 경제사범으로 구치소에 수감된 이유는 여동생의 결혼준비 때문이었다. 지난 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실직하게 되면서 고시원 생활을 시작한 그는 먹고 살기 위해 나갔던 노동 현장에서 큰 부상을 입었다. 눈 앞이 깜깜했던 그에게 ''옆방 청년''이 다가 왔다.
같은 고시원의 이 청년은 김 작가에게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제안한다. 당장에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던 김 작가는 어떤 일인지도 모르고 그의 유혹을 받아들였다.
"저한테 매일 5만원을 주겠대요. 고시원 옆방에 있는 청년이었어요. 5만원을 매일매일 줄테니 심부름만 해달래요. 심부름만 하면 되냐니까 우체국에 가서 등기로 물건을 부쳐주기만 하면 된다고 하는거에요. 그래서 몇 번 했죠. 아마 보름 이상을 했던 것 같아요. 아무 의심없이 우체국에 다녀오면 5만원을 주니 너무 좋았어요. 3일 다녀오면 고시원 비용이 생겼고, 굶지 않아도 됐고, 쌀을 살수가 있었고, 밥을 먹을 수가 있었어요. 매일 3시에서 4시까지 하루 한 시간만 할애를 해주면 되니까 편했죠. 그게 어떤 일인지 보이지도 않더라구요."
''옆방 청년''의 유혹은 달콤했다. 얼마 후에 알게된 일이었지만 그가 매일 우체국에 가 등기로 붙였던 물건은 불법 음란물이 담긴 동영상 CD였다. 하지만 어떤 일인지 알고서도 그 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장남이었던 김 작가의 여동생이 결혼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집도 경제적으로 곤궁했던 시기였기에 김 작가는 오빠로서 동생에게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그 일을 계속 했어요. 마음에 가책이 있었고 또 경찰에서 쫓는 것도 알고 있었죠. 교묘하게 다 피했어요. 숨어 다니면서 고시원에 있고 연고도 없고 하니까. 그런데 여동생이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옆방 청년''과 결별(?)한 뒤 따로 (음란 동영상 CD를)만들어 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죠. 뭔가 목돈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결국 그 일로 돈을 모은 다음에 여동생한테 그 돈을 줬어요."
부정한 돈이었다는 것을 그도 알았다. IMF 외환위기에 길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이 발에 채였다. 실직으로 노숙자와 불법 음란물 배달부 생활을 전전하던 그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몇달 뒤 김 작가는 아버지에게 사정을 털어놓은 뒤 함께 경찰서에 나가 자수를 했다. 회개하는 마음으로 세상과 철저히 유리되어진 그는 결국 7번 방에 입감하게 된다.
이처럼 영화 <7번방의 선물>은 김 작가의 아픈 과거가 담겨져 있다. 흔히 교도소나 구치소 생활이 두렵고 무섭기만 하다는 생각은 편견이었던걸까. 영화에서 보듯 실제 교도관과 수감자, 한 방을 사용하는 수감자들 사이에서도 일반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일상적인 일들이 일어난다고 김 작가는 말한다.
무서운 죄를 저지른 사람도 있지만, 듣고보면 억울한 사정이 이해되는 사람들도, 죄인이지만 속정은 따뜻한 사람들도 그 높은 담장 너머에 나름의 방식으로 어울려 있었을 것이다. 영화 <7번방의 기적>은 죄의 편린을 짊어졌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그들에 대한 김 작가의 회고인 셈이다.
아픈 과거의 기억들, 회개하며 다시 재기한 김황성 작가의 새 인생에 대한 영화같은 사연은 3월 26일 오전10시(재방송 밤 10시) CBSTV <새롭게하소서>를 통해 방송된다.
▣ CBS 새롭게하소서 (http://www.cbs.co.kr/tv/pgm/renew)새롭게하소서>새롭게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