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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신설된 인사위원회가 허태열 비서실장과 이정현 정무수석,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들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밀실-낙하산 인사 논란을 빚었던 인사비서관 제도를 없애고 합의제 성격의 기구인 인사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한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 윤곽 드러난 靑 인사위원회, 대통령 최측근 구성장·차관 등 고위공직자는 물론 정부 산하 공공기관장 등 새정부 핵심 요직에 대한 인사를 책임질 청와대 인사위원회의 윤곽이 드러났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인사위원회는 허태열 비서실장이 위원장을 맡고 이정현 정무수석, 곽상도 민정수석, 이남기 홍보수석, 이재만 총무비서관, 김동극 인사팀장 등이 참여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인사위원회 구성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현재 인사위원회에 참여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방송국 PD 출신인 이남기 홍보수석과 행정안전부 인사실에서 파견나온 김동극 팀장이 인사위원회에 포함된 것은 각각 ''여론수렴''과 ''인사실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들을 제외하고 허태열 비서실장과 이정현 정무수석, 이재만 총무비서관은 박 대통령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최측근이며 곽상도 민정수석 역시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한 국가미래연구원에 참여한 측근 그룹이다.
특히, 박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인 이 비서관은 새정부 주요 인사는 물론이고 대선 이전부터 선대위 구성을 비롯한 주요 인사를 실무에서 챙겨왔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 인사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다.
◈ 인사위원회 신설 취지는 ''객관성'', ''공정성''청와대 조직개편을 설계한 유민봉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인수위 당시 "우리 사회에 청와대 인사에 대해 약간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인사권을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스템으로 운영하겠다는 게 당선인의 기본 생각"이라고 인사위원회 설치 이유를 밝혔다.
당선 이후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에 대해 ''밀실'', ''밀봉'' 등 여러 비판이 제기돼온 만큼 당시 합의제 성격의 인사위원회 구성은 긍정인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와 달리 인사위원회가 사실상 청와대 내 측근들로 채워져 있는 것으로 나타나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스템으로 운영''이라는 당초 취지를 살릴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의중을 성실히 이행하는 이들 측근들이 주도하는 인수위원회는 결국 그동안 여러 비판에 시달렸던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과 별반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주요 인사에서 참모그룹이 후보군을 정리해 보고하면 대통령이 최종 낙점하는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인재풀이 넓다고 자부하는 박 대통령은 자신이 먼저 후보를 낙점하고 추후 참모들이 이를 검증하는 인사스타일로 유명하다.
이는 대통령의 국정비전과 철학을 공유하는 인사를 쓸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인재사용 풀이 한정되는 것은 물론 위에서 내려오는 인사가 잘못됐을 경우 ''NO''라고 말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현재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와 현오석 경제부총리 후보자 등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조차 도덕성과 자질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는 인물들이 낙점된 것도 바로 이같은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에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런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합의제 성격의 인사위원회이지만 이 역시 측근들로 채워지면서 이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 공정성 객관성 살리려면 외부인사 참여해야이런 이유들 때문에 인사위원회가 당초 취지대로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외부인사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중앙인사위원장을 지낸 김광웅 명지전문대 총장은 "청와대 인사위원회에 외부인사가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업의 ''사외이사제''를 예로들며 "사외이사처럼 7~8명 중에 외부인사가 2~3명은 돼야 공정한 인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