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초입부터 날씨가 널뛰기하고 있다.
지난 9일 전국 대부분 지역의 기온이 20도 이상으로 치솟으며 관측 이래 3월 날씨로는 가장 덥더니 10일에는 중부지방 기온이 0도를 겨우 넘었다.
평년 기온으로 따지면 5월 중순에서 2월 중순으로 하루 사이 한 계절을 되돌린 셈이다.
서울은 이날 낮 최고기온이 5.8도에 머물러 전날 23.8도에서 18도나 급강하했다.
기상청이 1907년 10월 서울에서 관측을 시작한 이래 3월 중 일 최고기온이 하루사이 가장 크게 떨어진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1937년 3월 24일 기록한 14.7도였다. 당시 최고기온은 전날 18.8도에서 4.1도로 떨어졌다.
전날 낮 최고기온 28.2도로 여름을 방불케 한 전주 역시 이날은 수은주가 11.0도까지밖에 오르지 못했다.
봄철은 원래 기온과 날씨 변화가 심한 계절이긴 하지만 하루 만에 이렇게 심한 기온 등락은 흔치 않다.
기상청은 우리나라 주변 기류가 하루 사이 급변하는 바람에 기온이 기록적으로 급강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전날 높은 기온은 중국 남부지방의 따뜻한 공기가 한반도로 직행하는 ''바람길''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전날 일본 남쪽 바다에는 이동성 고기압이 중국 북부 지방에는 저기압이 지나고있었다.
고기압은 시계 방향, 저기압은 반대 방향으로 바람이 부는 탓에 우리나라에는 강한 남서풍 기류가 형성됐다.
두 공기덩어리 사이로 바람길이 만들어져 30도에 육박하는 중국 남부지방의 따뜻한 바람이 서해를 건너 우리나라에 유입된 것이다.
여기에 구름이 거의 없는 맑은 날씨에 일사 효과가 더해지면서 기온이 더 뛰었다.
충남 금산의 경우 아침 기온이 영하 2.1도에서 시작해 낮에는 27.1도까지 오르면서 일교차가 무려 29.2도에 달했다.
우리나라 위아래로 기온·기압 차이가 커져 바람도 강하게 불었다. 설악산의 순간 최대풍속은 초속 24.7m를 기록했다.
반면 10일은 밤사이 대륙고기압이 우리나라쪽으로 확장, 찬 공기를 내뿜으면서 기온이 급락했다.
전날 우리나라에 영향을 줬던 두 공기 덩어리는 일본 열도 쪽으로 나란히 이동했다. 이 때문에 이날은 일본에 고온 현상이 나타나 도쿄의 기온이 25도를 넘어섰다.
하루 사이 급격한 기온 변화는 이런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져 발생했을 뿐 전에 없던 특이한 현상은 아니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한겨울에는 대륙고기압이 워낙 강해 전날같은 기압 배치가 나타나기 어렵다.
하지만 늦겨울부터 초봄 사이에는 약해진 대륙고기압에서 이동성 고기압이 떨어져나와 저기압과 짝을 이루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난달 28일에도 기압이 이런 식으로 배치되면서 서울의 최고기온이 평년 4월 초순에 해당하는 13.8도까지 올랐다.
이날 기온을 뚝 떨어뜨린 대륙고기압의 확장 역시 봄철 꽃샘추위가 올 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장현식 기상청 통보관은 "우리나라 주변에 대기 흐름을 저지할 만한 요인이 없어 기압계가 빠르게 변한 것도 기온이 널뛰기를 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11일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2도까지 떨어지는 등 12일 아침까지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꽃샘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밤부터 13일까지 전국적으로 눈이나 비가 한차례 내린 뒤에는 다음 주말까지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기온 분포를 보일 것으로 기상청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