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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의 승부사 강우석 감독이 ''전설의 주먹''과 함께 돌아왔다. 2010년 선보인 ''이끼''에 이어 다시 웹툰 원작 영화다. 하지만 그때와 분위기가 완전 딴판이다.
한 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는 듯 음산한 긴장감을 잔뜩 품고 있던 이끼가 강우석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면 이번 전설의 주먹은 한때 주먹의 전설이었던 남자들이 TV쇼를 통해 왕중왕을 가린다는 점에서 에너지를 품고 있기 보다는 내지르는 강우석 스타일이다.
이끼 개봉 전에는 "정말 힘들었다"고 볼멘소리를 했었는데 이번에는 신이났단다. 강우석 감독은 최근 노컷뉴스와 만나 "힘은 들었지만 신이 났다"며 "난 자신 있는데 관객이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이거 보고 아니라고 하면 할 수 없고. 난 최선을 다했다"고 화통하게 말했다. 4월11일 개봉.
- ''실미도'' ''공공의 적''의 설경구, ''이끼'' ''글러브''의 정재영 등 주로 함께 작업한 배우들이 있었다. 유준상과는 ''이끼''에서 작업한 적이 있지만, 황정민, 윤제문, 이요원 등 이번에는 새로운 얼굴을 기용했다.
"새롭게 출발해보자는 의미로 새얼굴을 기용하고 화면구도나 색깔 등 영상연출에도 신경써봤다. 앞서 재미보다 의미가 우선된 영화를 찍다가 스스로 지친 면이 있다. ''이끼''에서는 마치 문학작품처럼 원죄 있는 인간을 그려봤으나 내게는 확 와닿지가 않았다. ''글러브''는 나도 이런 휴먼드라마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은 있었다. 하지만 약간 우울해. 거칠어도 ''공공의 적'' 같은 거 찍고 나면 속에 있는 거 다 토해낸 듯 홀가분한 느낌이 있다. 이끼 찍을 때는 ''술 한잔 줘, 잊자'' 그랬다."
- 두 전작이 흥행 성적이 나쁘지 않았는데 감독님 눈높이에는 못 미쳤다. "손님이 덜 드니까 짜증도 났다. ''관객교감신경''이 떨어졌나, 혹시 내가 그래서 월메이드 핑계로 기존에 안하던 작품으로 넘어갔나. 만약 그렇다면 이건 좀 웃긴 얘기 아닌가. 전설의 주먹은 이끼처럼 꼬인 영화가 아니다. 한때 전설의 주먹이었던 사람이 한판 붙는 쉬운 영화다. 그런만큼 영화보고나면 강우석 감이 확 떨어졌는지, 여전히 살아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영화제목이 강우석 감독의 선 굵은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그 제목 때문에 한 영화다. 쉽고 의미가 있어 보이고. 누군가 이런 웹툰이 있다고 했을 때 내용 보기 전에 제목만 듣고 바로 끌렸다."
- 원작과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들었다.
"중심인물은 그대로고 원작의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를 좀 밝게 했다. 황정민이 연기한 덕규란 인물이 원작에서는 막노동판 사람이라면 영화에서는 허름한 동네서 국수집하는 성실한 가장으로 보다 소시민의 삶과 맞닿게 했다. 덕규는 평범한 아저씨고 아버지인데, 목적이 뚜렷하면 꼭 해내야하는 집념의 사나이다. 한마디로 좋은 남자다."
- 홍일점인 이요원은 기존 이미지와 달리 기센 여자 PD 역할이다. "이요원이 먼저 연락해왔다. 시나리오도 나오지 않은 상태였는데 강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더라. 예전에 설경구가 ''실미도''에 출연하길 강하게 피력했듯 그렇게 의지를 보였다. 마침 반전이미지로 여배우를 캐스팅해볼까 생각하던 중이었다. 결과적으로 만족스럽다. 강하다는 게 꼭 강해보여야 강한 게 아니다. 남자들 앞에서 기죽지 않고 자기주장하고, 자기주관이 뚜렷하면 강하다."
- 유준상은 곱상한 얼굴과 상반되는 반전몸매로 관객을 놀라게 할 것 같다. "액션은 드라마를 돋보이게 하는 장치다. 어색하지 않게만 하라고 했다. 근데 배우는 배우더라. 특히 유준상은 열정이 지나쳐서 격투신 촬영하다 무릎이 작살났다. 나중에 의식 없는 상태로 병원에 실려 갔다. 응급실에서 정신 차려서는 작품 걱정부터 하더라. 며칠 뒤 보조기차고 내려와 남은 분량 다 찍고 무릎 수술했다.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
- 학창시절 주먹 라이벌이던 황정민 윤제문 유준상이 TV쇼를 통해 왕중왕을 가린다. 누가 제일 센가? "누가 제일 센지 겨루나 누가 제일 센지는 중요하지 않다. 과거 우정을 확인하고 따뜻한 관계를 재정립하는 게 중심이다. 또한 세상 살기 힘들지만 아직은 살 만하다, 불합리한 것을 깨고 나갈 수 있는 용기가 중요하다. 더불어 가족생각도 나는 그런 진한 드라마를 지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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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를린''의 정두홍 무술감독이 액션장면을 책임졌다.
"우리나라 액션장면은 그 친구가 발전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감이 장난 아니더라. 사실 나도 상업적 액션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 봤던 액션이라 신선할 것이다. 또 배우들이 격투를 한 적이 없잖나. 그렇다고 액션만 있는 영화는 아니다. 액션을 잘 찍어야 드라마가 산다. 다보고 나면 드라마가 더 기억에 남을 것이다. 남자친구 따라온 여자관객이 더 좋아할 영화로 만들고자 했다."
- 올해가 시네마서비스 20주년이다. 감회가 남다르겠다. "안 그래도 전설의 주먹을 기점으로 데뷔시절로 돌아갈 것이다. 제가 올해 54살인데 앞으로 60살까지 신인때처럼 의욕적으로 활동할 생각이다. 걸작 남길 생각은 추호도 없다. 대중과 항상 호흡하는 감독으로 돌아갈 것이다. 또 내가 흥행영화를 찍어야 후배들한테 기회를 줄 수 있다. 지금껏 100여편의 영화를 투자, 제작하지 않았나. 한 번 더 세게 밀어붙일 것이다. 그럼 여한이 없을 것 같다."
- 설마 60살까지 달리고 박수칠 때 떠날 생각인가? "은퇴는 안하고 싶다. 감독은 현장에 있을 때 가장 멋진 거 같다. 임권택 감독이 부럽고 존경스런 이유다. 다만 관객이 가만히 나두겠냐, 요즘 이런 SNS시대에, 아무리 한때 관객을 많이 동원했던 감독이라 해도. 사실 그게 가장 두렵다. 내 물리적 나이뿐만 아니라 정신적 나이도 들까봐. 아내한테도 내 영화가 늙었다면 얘기하라고 한다. 우리 애들이 영화 그만하라고 하면 못하겠지."
- 그건 그렇고 학창시절 전설의 추억은 아니었을 것 같고, 어떤 학생이었나? "요즘과 달리 과거의 학교 짱들은 다 멋졌다. 약자 안 괴롭혔다. 나는 전설의 주먹은 아니었고, 전설의 주먹을 말로 갖고 놀았다. 장난꾸러기였거든. 공부도 좀 해서 우등생들, 선생들과도 두루 친했다. 우리 애들한테도 인간관계를 폭넓게 가지라고 한다. 그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