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수도''로 불리는 미국 뉴욕의 노숙자가 마침내 5만명을 넘어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 시민단체인 노숙자연맹이 5일(현지시간) 발표할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 1월 노숙자 보호시설에서 잠을 잔 뉴요커가 하루 평균 5만명을 웃돌았다고 이날 보도했다.
뉴욕시의 노숙자가 5만명을 돌파한 것은 1930년대의 대공황 이래 처음이다.
노숙자연맹이 뉴욕시의 통계를 토대로 작성한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 노숙자 보호시설에서 밤을 보낸 어린이는 2만1천여명으로 1년 전에 비해 22% 증가했다.
2만1천명은 뉴욕시 전체 아동의 1%를 차지한다. 전체 어린이 대비 노숙 아동의 비율이 1%에 달한 것도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노숙자 가정이 시설에서 보내는 기간도 점차 길어져 1987년 이후 처음으로 평균 1년을 넘어섰다.
지난 1월 뉴욕의 노숙자 시설에서 잠을 잔 가구는 1년 전보다 18% 늘어난 총 1만1천984 가구로 집계됐다.
노숙자연맹의 메리 브로스난 대표는 "뉴욕의 노숙자 상황이 대공황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뉴욕이 아닌 다른 지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으며 특히 미국 전체 노숙 인구에서 가족 단위가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대불황(2007년 말∼2009년 6월) 이후 줄어들던 가족 단위의 노숙자가 지난해 다시 1.4%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보스턴의 노숙자 가구는 1천166 가구로 전년 동기보다 7.8% 늘었으며 수도인 워싱턴DC의 노숙 가구도 최근 1년간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뉴욕은 노숙자 가구가 2002년 이후 무려 73% 증가하는 등 다른 어떤 도시보다도 상황이 심각하다.
뉴욕 노숙자의 가파른 증가세는 무엇보다 시가 무주택 가구에 제공하던 보조금 지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고용된 상태의 무주택자에게 최장 2년간 월세 보조금을 주다가 주 정부의 예산지원이 끊기면서 지난해부터 지원을 전격 중단했고, 이에 따라 하루아침에 노숙자로 전락하는 사람이 속출했다.
뉴욕시는 집이 없는 사람을 보호시설에서 돌보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