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잡은 ''결정적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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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민 사진전_지난 일년'' 3월 1일부터 17일까지 서울 효자동 서촌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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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 두 다리를 앞뒤로 넓게 벌리고 한 손에 가방을 든 채 걸어가는 사람 조각상이 서 있다.

성큼성큼 걸어가는 모습이지만, 조각상이니 실제로는 한 치도 움직일 리 없고, 움직일 수도 없다.

그 옆에 조각상과 비슷한 자세로 바삐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실제 바삐 걷고 있었을 그 사람은 조각상과 함께 사진 속에 갇혀 움직임을 멈췄다.

사진 속에 갇혔지만, 조각상과 사람은 함께 걷는 듯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조각상 바로 옆을 지나가는 사람의 조각상을 빼다 박은 자세가 길바닥에 고정된 조각상에 생기를 불어넣는 결정적(?) 순간이 포착된 덕분이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들을 온라인상에 게시해 타인들과 즐거움을 나누어 온 한창민(49)의 ''브레송에 헌정''이라는 작품이다.

한창민은 이 작품에 ''결정적 순간(The Decisive Moment)''으로 유명한 프랑스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 1908~2004)에 대한 경의를 담았다.

브레송은 ''어떤 상황이나 인물의 진수라 할 만한 순간을 직관적으로 포착한 작품들로 사진을 예술의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창민의 또 다른 작품 ''보는 대로 얻으리라(What You See Is What You Get)''에도 브레송을 따르고자 하는 작가의 바람이 엿보인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비슷한 자세의 두 사람의 모습을 절묘하게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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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송에게 라이카 휴대용 카메라가 있었다면 한창민에게는 스마트폰이 있다.

크기가 작고 조작이 간편한 라이카 휴대용 카메라는 브레송으로 하여금 수많은 결정적 순간을 포착할 수 있게 한 ''결정적 무기''였다.

한창민은 스마트폰이 가진 일상성과 기동성으로, 전문 사진작가가 포착하기 쉽지 않은 시점 속 세상의 따뜻함과 아름다움을 성공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시인 김주대는 "소박하고 낮은 것들 속에 깃든 높은 가치들을 큰소리 내지 않고 드러내 능청스럽게 펼쳐 보이는 그의 ''사진찍기 놀이''를 고졸(古拙)하다 이르고 싶다." 했다.

"무엇보다 인간적인 정이 사진 전반에 흐르고 있어서 우리는 그의 사진 앞에서 뿌듯하고 편하다."는 게 김주대의 평이다.

지난 1년 동안 한창민은 스마트폰으로 자그마치 1만여 장이 넘는 사진을 찍었다.

이 또한 스마트폰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가운데 엄선된 64장의 사진이 3월 1일부터 같은 달 17일까지 서촌갤러리(서울 종로구 효자동 40-2 두오모 2층)에서 ''한창민 사진전_지난 일년''이라는 제목으로 전시된다.

작가는 이번 전시회가 그의 작품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토론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문의는 서촌갤러리 장영승 대표(010-8510-8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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