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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중심'' 한국사회 여성 차별 합리화

 

⊙ 페미니즘의 도전/정희진/교양인

흔히 우리는 남성과 여성을 구분할 때 몸의 차이를 먼저 떠올린다.

태어날 때부터 결정된 ''생물학적 성(섹스)'' 말이다.

하지만 남성과 여성은 자라면서 ''남자가 해야 할 일''과 ''여자가 해야 할 일''을 갈라놓은 사회 규범이나 제도를 통해 더욱 뚜렷하게 구분될 것을 요구받는다.

바로 ''사회학적 성(젠더)''이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그렇게 합리화됐다.

여기까지는 사회학 또는 여성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다.

8년 만에 개정증보판으로 돌아온 ''페미니즘의 도전''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젠더가 남녀간 갈등을 넘어 새로운 세계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2005년 첫 출간 뒤 지금까지 페미니즘(여성주의)의 교과서로 불리며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우리 안에 깊게 뿌리 내린 남성 중심의 세계관을 가감없이 드러낸 덕이다.

이는 가정폭력, 군사주의 문화, 동성애, 성상품화 등 지금도 문제가 되는 한국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여성의 눈으로 들여다봤기에 가능했다.

당시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썼다.

''여성주의는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남성에게 공동체에 전인류에게 새로운 상상력과 창조적 지성을 제공한다.

남성이 자기를 알려면 여성 문제(젠더)를 알아야 한다.

여성 문제는 곧 남성 문제다.

여성이라는 타자의 범주가 존재해야 남성 주체도 성립하기 때문이다.

(여성주의는 보편과 특수라는 이분법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지만) 젠더는 특수한 문제도, 소수자 문제도 아니다.

'' 이번 개정증보판의 머리말을 보면 그 목소리는 더욱 뚜렷해졌다.

''페미니즘을 남녀에 관한 이슈에 국한하지 않고 삼라만상(인식의 모든 대상)에 대한 새로운 사고 방식, 접근 방식, 논의 방식이라는 인식의 방법으로 이해한다면, 자신과 세상을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는 현실에서 도피하거나 현실에 반대(도대체 반대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하지 않고, 현실을 인정하고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다른(alternative) 현실을 살 수 있다.

혁명은 사회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재정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이 책의 최대 강점은 여성주의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여성주의를 통해 달라질 세상은 어떠한 모습인지를 쉬운 말로 써내려 간 점이다.

이는 우리가 상식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결코 상식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한 값진 요소로 꼽힌다.

개정증보판에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뽑힌 박근혜 당선인의 성 정체성 논란, 성범죄자 화학적 거세 등 새로운 논란거리가 추가됐다.

이 책이 여성주의를 새로운 세계관으로 발전시킨 데는 ''인간은 누구나 소수자''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한국 사회에서 성별, 계급은 물론 지역, 학벌, 학력, 외모, 장애, 나이 등으로 누구나 한 번쯤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는 까닭이다.

결국 ''다른 목소리들''이 서로 경쟁하고 소통하는 것이 공존과 상생의 길이라는 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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