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쪽방촌' 들어보셨나요? 1960년대나 70년대 산업화가 빠르게 이루어지던 시절 도시의 하층 노동자들이 모이는 공간이며 현대에는 사라졌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아직도 존재하는 곳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쪽방촌'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방을 여러 개의 작은 크기로 나누어서 한두 사람이 들어갈 크기로 만들어놓는 방으로 보증금 없이 월세로 운영되는 것이 일반적'이라 명시되어 있습니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평 남짓한 크기의 원룸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 쪽방촌 거주민들은 화장실이 없어 공용 화장실과 샤워실을 이용하고 취사 또한 불가능하기 때문에 밖에서 먹고 들어오기도 합니다.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온수와 난방도 허락되지 않는 곳이 상당히 많죠. 그래서 무더운 여름이나 극심한 추위의 겨울은 그야말로, '지옥고(지하방, 옥탑방, 고시원)' 보다 더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곳입니다.
CBS노컷뉴스가 쪽방의 열악한 주거 현실을 짚고, '빈곤 비즈니스'의 이면을 파헤쳐보았습니다.
열악한 환경, 쪽방의 구조
서울 시내 쪽방은 크게 5곳으로 △돈의동 △동대문 △남대문 △서울역 △영등포 등에 분포해 있습니다. 2018년 서울시의 조사에 따르면 이곳 거주자는 총 3296명에 이르지만 이 또한 쪽방 거주자들의 특성상 거처가 일정하지 않아 더 많은 거주자가 있을 확률이 큽니다.쪽방 거주자들은 1.25평(보건복지부 정의의 중간값)의 작은 공간에서 모든 일상생활을 해야 합니다. 2019년 기준 월 22만원 정도의 월세를 내면서 최소한의 주거환경도 보장받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1.25평이 어느정도의 크기인 지 예상이 가시나요? 1.25평을 면적으로 환산하면 4.14㎡(1.8m x 약 2.3m)로 평균 175cm의 키를 가진 성인 남자가 겨우 누울 수 있을 만큼 공간이 좁습니다.
뿐만 아니라 쪽방촌의 소방시설도 미흡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6년 12월 기준 5개 쪽방밀집지역 334개 건물 가운데 38%인 127개 주택이 화재경보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아파트를 제외한 모든 주택은 화재경보기와 소화기 등 소방시설을 의무 설치를 해야 하지만 2018년도 화재가 발생한 돈의동 쪽방촌에선 화재경보시스템 6종 가운데 앰프, 가스누설 경보차단기, 경종, 수신기 등 4종 보유대수가 모두 '0'이었죠.
쪽방 거주민 82.7%, 월소득 100만원 미만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삶이 기꺼울 리 없지만 대부분의 주민은 한 번 들어온 쪽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쪽방촌 주민의 평균 거주 기간은 11.7년으로 상당히 길죠. 그 이유를 살펴보면 쪽방 거주민의 대부분은 월소득이 100만 원 미만으로 1인가구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인 321만 2113원에 한참 못미치는 소득을 법니다.
2019년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쪽방 거주민 1949명 대상 월소득 100만 원 미만은 82.7%였고 주 소득원은 정부보조 수급비(70.3%)입니다. 일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건강상의 이유(72.8%)에 응답한 이가 가장 많았고 일자리가 없다는 이유(8.0%)가 뒤를 이었습니다.
쪽방 거주민 10명 중 7명이 건강상의 이유로 노동을 하지 못하고 정부의 도움을 받아 생계를 이어나가기 때문에 쪽방에 계속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열악한 환경만이라도 보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보증금이 없는 쪽방은 건물주가 굳이 돈을 써 보수를 해주지 않아도 찾는 사람이 많고 공실율이 낮습니다.
쪽방, 대부분 건물주·관리인·세입자 구조로 이뤄져
'고시원' 간판을 달고 영업하는 극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쪽방은 '무허가 숙박업'입니다. 건물주는 쪽방 건물 한 채당 매달 287만5,168원(평균값을 통한 추정)을 대부분 현금으로 받습니다.
더군다나 관리도 건물주 본인이 직접 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일도 없어 수월하기도 합니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쪽방의 건물주들은 관리인에게 월세의 일부만 받거나 무료로 쪽방 거주 혜택을 주면서 세입자와 쪽방 임대 계약을 지시하고 세입자는 정부에서 받은 주거급여 23만3천원을 관리인에게 지급, 다시 관리인이 건물주에게 전달합니다. 주거 복지를 위해 지급되는 국민의 혈세가 쪽방 건물주에게 흘러가는 기이한 상황인거죠.
도시의 작은 쪽방에서 오늘도 갈 곳 없는 사람들의 삶을 담보로 '빈곤 비즈니스'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쪽방 거주민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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