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위안부 피해자 지원 무산, 한국당 '혼내' 때문?

대구시의회 위안부 피해자 지원사업 한국당 반대로 무산
화해치유재단 해산에 한국당 "한일관계 냉각" 우려 데자뷔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대구시 의회가 지난 22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 사업에 대한 조례안을 사실상 무산시킨데 대한 비판 여론이 뜨겁다.

대구시 의회 관련 상임위인 문화복지위가 조례안 심의를 유보하면서 29일 예정된 본회의 회부가 물건너간 때문이다.

심의가 유보된 데에는 한국당 의원들의 반대 때문으로 전해졌다.

해당 조례안에는 위안부 피해 생존 할머니에 대해 매월 생활보조비·사망시 조의금을 지원하고, 조형물 등 기념물 설치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서울과 경기, 경남, 부산에서는 관련 조례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


이에따라 대구에 살고 있는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이용수 할머니를 포함해 아흔을 넘긴 3명의 피해자들은 대구시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됐다.

이 조례를 최초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강민구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초 당적을 가리지 않고 한국당 의원들도 조례 발의에 공동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막판에 입장을 바꿨다"고 밝혔다.

한국당 의원들이 반대한 것은 이미 상위법에 해당 내용이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이 근거로 든 법률은 '일제하일본군위안부피해자에대한 보호·지원및기념사업등에관한법률(이하 위안부피해자법)'이다.

그러나 이들은 막상 조례안 중 '조형물, 동상 등 기념물 설치를 지원'하는 기념사업 부분에만 딴지를 걸었다. 기념사업 부분을 삭제해야만 조례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는 거다.

강 의원은 "중국 난징 등에서는 처참할 정도로 역사를 기록해뒀지 않나. 역사를 역사로만 바라보자는 건데, 한국당의 행동은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것 아닌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구시 의회의 이 같은 입장은 그 동안 위안부 문제에 대한 중앙당의 소극적 태도와 닮아있다.

이 때문에 인터넷 커뮤니티들을 중심으로 한국당을 비난하는 여론이 26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지난 9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실제로 한국당은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겠다는 정부의 결정에도 가장 먼저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이는 환영의 뜻을 먼저 나타낸 다른 당과는 확연히 결이 다른 반응이다.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21일 공식 논평을 통해 "화해치유재단 해산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이어 한일관계를 더 냉각시킬 수 있는 사안"이라고 평했다.

화해치유재단은 2015년 12월 체결된 '한일위안부합의' 결과 출범한 단체다.

지난해 12월, 외교부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이하 위안부TF)는 이 '한일위안부합의' 중 비공개 내용을 공개했다. 이는 한국당이 여당이던 박근혜 정부 당시 체결됐다.

위안부TF에 따르면, 당시 일본 측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피해자 단체를 특정하며, 이들이 합의 결과에 반발할 시 한국 정부가 피해단체를 설득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박근혜 정부는 '관련 단체 설득 노력을 하겠다'며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이외에도 '성노예'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는 일본의 요구에 정부 사용 공식 명칭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 뿐'이라고 답해 사실상 일본의 요구를 수용했고,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을 이전할 한국 정부의 구체적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답변한 것 역시 비공개 합의문에 담겼다.

오태규 한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문제합의 검토 TF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외교부에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TF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면합의는 없다고 했던 박근혜 정부의 입장과는 완전히 대치되는 조사 결과였다.

당시 위안부TF의 보고서가 발표되자 한국당은 즉각 반응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아무런 실익도 없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기회적인 행동을 한 것"이라며 "전임정부 비판이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더 신중하게 발표했어도 늦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가 정치보복의 목적으로 위안부 이면합의를 이용했다는 거다. 장 대변인은 또 "평창동계올림픽에 아베 총리를 초대하고 싶어하는 정부 입장에서도 지혜롭지 못하다"고 거듭 질타했다.

이런 발언들은 박근혜 정부와 당시 여당이었던 한국당이 위안부합의·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이 철저히 '외교적 주고받기'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위안부TF는 보고서에서 "전시 여성 인권에 관해 국제사회의 규범으로 자리 잡은 피해자 중심적 접근이 위안부 협상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피해자 중심이 아니라 정부 중심 합의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당의 현재 태도 역시 이러한 방식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접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한국당의 위안부 피해자 관련 행보에 많은 사람들이 '위안부 이면합의'를 떠올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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