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주면 애 낳을까? 엄마들 얘기 들어보니..."

3-40대 엄마들이 본 출산주도성장 1억 주면 낳을까? "글쎄요..." '경단녀' 될수밖에 없는 현실이 문제 보육 안전망·시스템부터 갖춰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조성실(정치하는 엄마들 대표)


지난주부터 갑자기 출산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그 불을 댕긴 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인데요. 출산 주도 성장. 그러니까 자녀가 20살 될 때까지 1억 원을 지급하자. 그래서 아이를 많이 낳게 하자라는 제안이 나왔고요. 김학용 의원은 ‘애 키우기 좋아서 많이 낳나. 나는 가치관의 변화라고 본다. 내가 사실 당장 행복하게 살고 여행 가야 되고 그러다 보니까 아이를 덜 낳는 것 아니냐.’ 이런 발언이 또 논란이 됐습니다. 특히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는요.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거 아니냐. 이런 비난과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는데. 허심탄회한 얘기를 직접 들어보죠. 시민단체입니다. 정치하는 엄마들의 조성실 대표 연결이 돼 있습니다. 조 대표님, 안녕하세요?

◆ 조성실>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정치하는 엄마들이라는 모임. 어떤 모임이에요?

◆ 조성실> 보통 정치하는 엄마들이라고 하면 일종의 거부감을 갖고 보시는 분들이 많던데요. 정치를 하다라는 동사에 의미를 두고 있는 단체로 보통 엄마들이 모여서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통해서 모든 아이들과 또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돌보는 모든 양육자들의 삶의 여러 가지 모순과 불평등을 개선할 때 대한민국이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엄마들의 모임입니다.

◇ 김현정> 그럼 진짜 직업 정치인들 모임이 아니고요?

◆ 조성실>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주로 연령대는 어떻게 되세요?

◆ 조성실> 좀 다방면에 계시기는 한데 주로는 30-40대인 것 같고요. 50-60대 분들이나 20대 분들 중에 곧 나의 일이기 때문에, 그리고 나의 일이었기 때문에, 나의 자녀의 일일 거기 때문에 참여하시는 분도 적지 않게 계십니다.

◇ 김현정> 그러면 전부 다 엄마들은 아니시고 주축이 엄마들이신 건가요? 조성실 대표님도 엄마세요?

◆ 조성실> 저 두 아이 키우고 있습니다.

◇ 김현정> 두 아이 키우세요? 몇 살, 몇 살?

◆ 조성실> 6살, 3살이요.


◇ 김현정> 아주 솔직하게 아이 낳은 걸 후회해 보신 적도 있습니까?

◆ 조성실> 아이 낳은 것을 후회한 적은 없는 것 같고요. 저는 엄마가 된 것 자체는 이 세상에서 제가 해 온 일 중에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이 활동을 하고 있는데 다만 엄마가 된 것이 곧 자신의 인생과 모든 것과 바꿔야 하는 어떤 딜레마에 놓여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바뀌지 않고서는 앞으로 점점 더 후회하는 엄마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 김현정> 그래요. 알겠습니다. 먼저 김학용 의원 발언부터 좀 논해 보죠.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여러 가지로 애 키우는 것도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옛날에 우리 부모님들이 지금도 애 키우기 좋아서 많이 낳나. 저는 가치관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젊은이들은 자식보다는 내가 당장 행복하게 살고 여행 가야 되고 그러다 보니까 사실 이게 덜 낳는 거 아닙니까.’ 이런 얘기를 했단 말입니다?

◆ 조성실> 네.

◇ 김현정>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 조성실> 먼저 저는 크게 놀라거나 새롭게 화가 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저출산 관련 행사를 가다 보면 비슷한 발언을 하시는 분들을 적지 않게 만나게 되는더요. 결국에는 어떤 개인의 가치관이나 포기하지 못하는 것의 문제다라고 맥락을 이어서 발언하시는 정치인분들을 적지 않게 만나기 때문에 아주 새롭게 느끼지는 않았고 그러나 이런 것이 통용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분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죠.

◇ 김현정> 그러니까 젊은 엄마들 혹은 젊은이들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니야? 이런 얘기를 너무 많이 들으셨다?

◆ 조성실> 네, 그렇습니다. 저는 사실 임신이 되게 어려운 상태에서 아이를 계속 갖고 싶었기 때문에 출산 이후에 만족도나 이런 부분에서는 개인적으로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결국에는 아이를 키우는 건 공동으로 양육해 줄 수 있는 어떤 양육의 공동체가 있어야만 가능한 현실이고 계속해서 발생하는 어린이집 사건이나 이런 것들을 생각했을 때도 과연 이 나라에서 내가 아이를 키워서 최소한 안전하게 기를 수 있을까?

그리고 자기를 생각해서 아이를 안 낳는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어떤 인식들이 계신 것 같은데 그렇게 비혼을 선택하거나 혹은 기혼 중에서도 무자녀를 선택하시는 많은 분들이 하시는 이야기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의 유산이 사실은 어떻게 보면 이 헬조선에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라고 말씀하시거든요.

◇ 김현정> 잠깐만요. 조 대표님, 지금 너무 쌓인 게 많아서 제가 질문 하나 던졌을 뿐인데 한참 얘기를 하셨어요. 정리를 하자면 이게 아이 안 낳는 게 개인의 문제, 젊은이의 가치관의 문제만은 아니다. 구조적으로 아이 낳고 나서 뒷받침해 주는 것도 없으면서 환경의 문제, 사회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데 어떻게 아이 낳으라고 강요만 할 수 있느냐. 그 어려움을 얘기하신 거예요.

◆ 조성실>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제일 힘든 건 뭡니까? 조 대표님 개인적으로는?

◆ 조성실> 제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건 저는 현재 그러니까 어떻게 구분된 것으로 보자면 전업주부에 속하거든요. 사회 활동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유급 활동을 대외적으로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 김현정> 직장 다니는 건 아니니까.

◆ 조성실> 네. 그런데 여성들이 현재 엄마가 된 세대들의 경력 단절이 굉장히 큰 사회 문제다라고 이야기할 때 프리랜서도 경력 단절이 되고 이직하면서도 경력 단절되는데 그게 그렇게 무슨 큰 문제냐, 이렇게 반문하시는 분들 계신데 이거는 우리나라에서 결국에는 다시 일터로 복귀할 수 없는 구조의 특성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육아기에 일을 잠정적으로 그만둔 것이 아니라 결국에는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없다는 것.

◇ 김현정> 네. 경단녀들.

◆ 조성실> 더군다나 완전한 교육 기회를 경험한 세대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대학 진학률이라든지 또 여풍, 알파걸 이런 말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해 왔던 시대를 살아온 여성들이 엄마가 되면서 일을 잃고 그리고 자신을 규정해 줄 수 있는 사회적인 이름을 잃는다는 것은 굉장한 의미라고 생각하고요.


◇ 김현정> 그 말을 다시 쉽게 풀면 더 사회생활 하고 싶어도 아이 키워줄 데가 없는 거. 이게 제일 문제라는 말씀이신 거죠?

◆ 조성실>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어디 맡길 데가 없는. 친정 어머니가 봐주거나 시어머니가 봐주시면 제일 행복한 사람인 거고 그게 안 되는 대부분의 여성들은 어딘가 이 아이를 들고 맡아줄 사람을 찾아다녀야 되는 현실. 그게 안 되면 결국 경력 단절. 일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그리고 나서 다시 재취업이 안 되는 이 상황 말씀하시는 거예요.

◆ 조성실> 네. 그런데 거기서 반드시 생각해 봐야 될 부분은 양가 부모님의 도움도 결국에는 무임금, 저임금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이런 얘기하거든요, 아빠가 일을 하기 위해서 어떤 중요한 순간에 혹은 한시적으로 엄마의 도움이, 아내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반면에 엄마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엄마가 들어와야지만 일을 할 수 있는 구조다.

그러니까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친정 부모님 혹은 시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면서 어렵게 정말 일, 가정 양립 유지하시는 분들이 대다수이시고요. 그런 부분에 대한 검토가 전면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 김현정> 거기에 대고 젊은이들, 너희들 행복하려고, 여행 가려고 그러려고 애 안 낳는 거 이거 가치관 문제다라고 지적하는 건 이 가치관의 변화 문제라고 지적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는 젊은이들 또 엄마들의 아우성이 나온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 조 대표님, 김성태 원내대표가 얘기한 아이를 낳을 때 2000만 원 그리고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한 달에 얼마씩. 그러니까 30만 원씩 해서 쭉 지급해 주는 거. 총 1억 원 지급해 주는 이 출산 주도 성장에 대해서는 젊은이들 또 젊은 엄마들 뭐라고 하십니까?

◆ 조성실> 저는 내용에 대한 비판에 앞서서 그 발언이 나오게 된 맥락과 진위를 생각한다면 개인적으로는 좀 섬뜩한 느낌이 들 정도인데요.

◇ 김현정> 섬뜩하시다고요?

◆ 조성실> 왜냐하면 아시다시피 7월에 2건의 어린이집 사망 사건이 나온 이후에 슬리핑 차일드 체크를 도입하겠다 등등의 잠자는 아이 확인법과 관련된 유사 법안이 10건 이상 발의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현재 8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거든요.

그러니까 정말로 어린이집 안전 문제라든지 보육 체계를 만드는 문제. 그리고 당사자들이 느끼고 있는 출산에 관련된 여러 가지 사회적 안전망의 문제에 대해서는 국회가 그렇게 큰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정치적인 맥락과 의도를 가지고 출산 주도 성장을 얘기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너무 슬프게 다가오고.

◇ 김현정> 일단 그게 그렇고. 그러면 1억을 주면 낳기는 낳으실 거예요? 뭐라고들 하세요?

◆ 조성실> 1억을 줘도 안 낳을 것 같은데요.

◇ 김현정> 단호하게.

◆ 조성실> 이미 아이 키우는 것 자체가 사실은 보육 생태계가 구현이 돼야지만 함께 낳고 기를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런데 물론 그중에 낳으실 분들도 없지는 않겠지만 과연 그게 정말로 목표로 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서 가장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사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고요.

◇ 김현정> 이왕 낳는 사람한테 도움은 될 수 있겠지만 그걸 위해서 낳을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이거는 사실 현실적으로 의문이다.

◆ 조성실> 그리고 과연 실현될까의 부분에서 의구심이 많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아동 수당 논의만 보더라도 매월 10만 원 논의를 가지고 엄청 공방을 거쳤고 그런데 이제 아동 수당도 (보편 복지 차원에서) 지급하지 않은 나라에서 과연 이게 법안으로 통과됐을 때 어느 정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끝까지 완성될 것인가는 굉장히 의문이 드는 부분입니다.

◇ 김현정> 아동수당 10만 원 가지고도 굉장히 싸웠는데 과연 이것 가지고 되겠는가라는 생각도 드신다고. 알겠습니다. 지금 젊은 층들, 특히 젊은 엄마들이 부글부글하고 있다는데 어떤 부분을 그렇게 아쉬워하고 계시는 건지 그 부분 한번 오늘 짚어봤습니다. 조성실 대표님, 고맙습니다.

◆ 조성실>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정치하는 엄마들이라는 모임의 조성실 대표 만났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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