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9만원과 집 한 채


다스 자금 횡령과 삼성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에 벌금 150억원, 추징금 111억원이 구형됐다.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알 수 없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는 모두 16개다.

양형사유가 여러 가지 있지만 검찰은 헌법가치훼손과 국민기만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 전대통령은 법정에서 자신의 심정을 밝히는 최후 진술을 했다. 국민들에게 송구하다는 말로 시작했지만, 검찰의 혐의 내용은 모두 부인했다.

다스도 자기 것이 아니고, 뇌물도 단 한 푼 받은 일 없다는 것이 15분동안 절절하게 읽어 내려간 최후 진술의 전부다.

그리고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은 집 한 채뿐이라고 했다.

집 한 채가 전부라는 말에 다른 전직 대통령이 바로 연상된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법정에 출두해 왜 추징금을 내지 않느냐는 판사의 질문에 가진 것은 통장에 있는 29만원이 전부라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다.

군사쿠데타를 일으키고 광주에서는 시민을 폭도로 몰아 살상한 그는 잡혀갈 상황이 되자 측근들을 뒤에 세워놓고 당당한 자세로 골목길에 서서 성명이란 것을 발표한 적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몇 안되는 측근들을 세워놓고 보수를 궤멸시키려는 정치보복이라며 성명을 발표한 적이 있다.

모두 자기 책임이라고 밝힌 것도 비슷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그 유명한 골목성명에서 12.12를 포함한 모든 사건에 대한 책임은 대통령이었던 자신에게 있다며 측근들에게 더 이상 정치보복을 하지 말라고 했고, 이 전 대통령 역시 재임 중에 일어난 모든 일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밝혔다.

그러고 보니 정작 재판에 들어가 책임을 물으면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는 것도 별로 다르지 않다.

사형을 당할 처지에 놓였다 사면으로 풀려난 전두환씨는 반성은 커녕 온통 변명과 거짓말로 가득 찬 회고록이라는 것을 펴내 국민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헬기사격을 증언한 조비오 신부에게는 악의에 찬 비난을 했다가 법정까지 서게 됐지만, 알츠하이머가 도졌다는 기발한 이유를 대며 법정 출석을 거부했다.

전직 대통령들의 뒷모습이 너무 구차하고 부끄럽다.

이 두 사람 말고도 탄핵 직전 언론인들을 불러 놓고 '나는 엮였다'는 품위 없는 변명을 늘어놓던 다른 전직대통령은 재판에 출석조차 하지 않는 오만한 태도를 보이다 중형을 선고받았다.

29만원 밖에 없다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금까지 추징당한 돈은 1155억원에 이른다. 남아있는 추징금도 천억원대다.

퇴임 이후 전두환씨의 궤적을 비슷하게 따라온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과연 얼마나 벌금을 내게 될지, 정말 달랑 집 한 채만 남아있는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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