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디테일의 악마 탓인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자료사진)
북미 간 비핵화협상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번 주로 예정됐던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계획이 전격 취소된데 이어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 카드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28일(현지시간) "현재로서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더는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간 상호신뢰 구축의 첫걸음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북한과) 매우 포괄적이고 완전한 합의를 협상하는 상황에서 워게임(war game)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매우 도발적인 상황이기도 하다"고 제안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한미동맹의 파트너로서, 북한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한 방어적인 성격의 훈련이라고 주장해온 우리로서는 당혹스러운 제안이었지만 북미간 '완전한 합의'라는 대의를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적절하며 매우 도발적'이라고까지 한 '워게임' 재개 카드까지 미국이 다시 거론하고 있는 것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 협상이 큰 난관에 봉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미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문제가 바로 해결되리라는 기대는 많은 사람이 처음부터 갖고 있지 않았다. 많은 어려움과 갈등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북미정상회담 이후 두 달 반이 지난 지금까지 북미협상이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것은 문제가 있다.

북미정상회담과 같은 중대한 회담에서 꼭 따라다니는 말이 있다.

바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다.

크고 중요한 합의를 하거나 합의 후 이행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세부사항을 놓고 틀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다.

현재 북미 간에도 새로운 북미관계 형성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큰 틀에서는 정상 간에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부사항을 놓고 치열한 밀고 당기기가 벌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도 그 과정에서 빚어진 것으로 우리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북한은 선(先) 종전선언 채택을, 미국은 선 비핵화 선언을 요구하고 있어 충돌이 돼 못가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적대적인' 편지가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결정에 쐐기를 박았다는 언론 보도도 있다.

그럼에도 현재의 어려움을 디테일의 악마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합의를 이루는 과정에서 디테일의 악마가 활개 칠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 보다 꼼꼼하게 짚을 것을 짚고 나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비핵화 합의를 해놓고 비핵화 개념을 놓고 설왕설래하고 종전선언이 먼저냐 비핵화가 먼저냐를 따지는 행태를 보면 대체 정상회담에서 무엇을 합의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 탓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사는 한반도의 생사와 미래가 달려있는 문제라는 점을 생각하면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북미정상회담 합의와 관련해서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비핵화가 발등의 불이고 여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이뤄진 회담에서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선결조건으로 내걸지 않았다.

대신 새로운 북미관계 형성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룬다는 틀로 접근했다.

합의사항 중 첫 번째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다음은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 그 다음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이었다.

이 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호신뢰 구축이다.

하지만 현재 국면은 상호신뢰와는 거리가 멀다.

북한은 먼저 종전선언을 채택하자고 하는데 반해 미국은 믿지 못하겠다며 먼저 비핵화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북미정상회담 합의에 비춰보면 북한이 먼저 종전선언 채택을 요구하고 나서는 것을 문제삼을 수는 없다.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한반도의 안정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먼저 종전선언을 채택하자는 주장은 당연히 나올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북한의 노림수에 당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디테일의 악마 때문이든 첫 단추를 잘못 끼웠든 간에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가졌던 초심으로 돌아가서 현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판단하고 그것의 성사를 위해 힘을 모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