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지휘관이 재앙?…국방부 자료가 불편한 이유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국방부 (사진=자료사진)
"지휘관과 잡초, 눈을 군대의 3대 재앙이라고 부릅니다."

처음에는 눈을 의심했습니다.

다름 아닌 국방부가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 적힌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잡초와 눈은 몰라도 지휘관도 재앙이라니 무슨 얘기일까요?

국방부는 오늘(16일)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장병들이 전투준비와 교육훈련이라는 본연의 임무 수행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오는 2021년부터는 제초작업이나 제설 등 이른바 '잡일'을 민간 인력에게 맡기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쓸데없는 사역에 동원되는 장병들이 없게 해서 전투력과 사기를 높이고, 일자리도 창출하는 좋은 방안입니다.

그런데 취지를 설명하면서 "병사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지휘관, 잡초, 눈'을 군대의 3대 재앙이라고 부른다. '지휘관'이야 군대에 온 이상 피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잡초와 눈은 병사들의 휴식시간과 수면시간까지 잡아먹는 진정한 군대의 재앙일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보도참고 자료를 작성한 국방부 관계자가 설마 지휘관이 진짜 재앙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죠.

아마도 장병들에게는 잡초와 눈 제거 작업이 너무 고되고 힘들다는 점을 강조하려고 그들 사이에 회자되는 생생한 표현을 인용한 것일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지휘관이 재앙"이라는 표현을 여과없이 설명자료에 명시한 것은 너무 도가 지나쳤습니다.

사석이나 술자리에서나 오갈 법한 얘기를 보도참고 자료에 넣다니, 현역 소대장과 중대장, 대대장 등 일선 지휘관들의 기분이 어땠을까요?

국방개혁 2.0에는 직업군인들의 열악한 주거여건 개선도 들어있습니다.


"군인에게 있어 집은 곧 사기, 전투력으로 이어진다"며 낡고 비좁은 관사를 대대적으로 개보수 하는 계획도 포함됐습니다.

군인들이 거주하는 관사와 간부숙소 등은 상당수가 30년 이상 노후했거나 15평 미만으로 협소하고, 그나마도 부족하다는 설명입니다.

"벽체는 부식돼 곧 부스러져 내릴 것 같고, 창틀은 아귀가 맞지 않아 찬바람이 송송 들어오고, 방안 구석구석에는 곰팡이가 생겼다"는 보충 설명자료도 냈습니다.

(사진=자료사진)
이런 예화도 들었습니다.

"결혼 전 '우리가 살 집'이라며 아내를 부대 관사로 데려 갔었습니다. 우리 부대 관사는 25년 된 18평형 아파트입니다. 관사 입구에서부터 아내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10분쯤 관사를 둘러보고 다시 집으로 데려다주는 차 안에서 여전히 침묵하는 아내를 보며 마음속으로 울었습니다"

그러면서 "예비 신부에게 함께 살 집을 보여주고 한숨짓는 군인을, 격오지에서 갓난아기의 질병으로 눈물짓는 새댁을, 잦은 전학으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따돌림 당하는 어린 학생을, 이제는 국가가 보살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참 가슴아픈 얘기라고 생각되면서도 한편에서는 너무 구구절절한 얘기가 조금 불편하게 들렸습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 값, 전세값 때문에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고 사는 젊은이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이 있습니다.

월세도 감당할 수 없어 창문조차 없는 고시원 쪽방을 전전하기도 합니다.

불철주야 나라를 지키느라 외진 곳 근무도 마다 않고, 귀신이 나올 법한 낡은 관사에서 생활하는 직업군인과 그 가족들의 주거 여건은 개선돼야 하고, 국가가 반드시 챙겨봐야 될 문제입니다.

하지만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그 누군가가 없는지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도 공무원과 국가의 몫일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지역주민들이 군인아파트를 빗대어 '공부 못하면 저런 아파트에 산다'라고 자녀들을 교육하고 있다"는 표현을 국가기관의 공식 보도참고 자료에 담은 것도 매우 부적절한 것 같습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