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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남자에 비해 수학을 잘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학생들의 성적을 봐도 수학의 평균 점수는 여자가 남자보다 대부분 낮다.
대입 수능시험에서도 수학 성적의 평균은 남자가 더 높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년마다 시행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도 항상 남자의 점수가 높다. 그래서 수학은 ''남자 과목'', 국어는 ''여자 과목''이라는 말도 있다.
그 원인에 대해 다양한 추론이 있다. 성의 역할에서 수학은 남성의 영역으로 간주됐기 때문이란 주장도 있고, 남자는 공간지각력이 더 우수하고 여자는 언어 이해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그런데 최근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의 옥스포드대학과 캠브리지 대학 공동 연구팀은 9일 ''행동과 뇌의 기능''이란 온라인 잡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자신들의 연구 결과 ''여자가 남자에 비해 수학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이러한 두려움이 수학 시험에도 영향을 미쳐 여자들의 수학 성적을 떨어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수학 시험 성적에서 여자가 낮은 이유도 수학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크기 때문일 뿐 결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수학과 관련한 능력에 있어 남녀 간의 차는 없다는 것. 따라서 수학에 대한 공포가 더 심하지만 않다면 여자가 남자보다 수학 성적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여러 연구에서 수학 시간이 되면 학생들은 이른바 ''수학 공포''에 의해 손에 땀이 나는 등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이로 인해 실력 발휘를 제대로 못하는 사례들이 밝혀진 바 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진이 86개국 학생들의 수학 시험 성적을 비교해 본 결과 성차별이 없는 나라일수록 남녀간 수학 점수차가 적었다. 아이슬란드의 경우 여학생이 오히려 점수가 높았으며 노르웨이, 스웨덴은 남여학생 간 점수차가 없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들 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남녀 평등 국가이다.
이는 남녀간 수학 점수의 격차가 사회적 요인에 의해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 수학에 대해 여성이 공포를 더 많이 느끼는 것도 사회적 요인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아무튼 OECD가 3년마다 시행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2000년 27점이었던 남녀간 수학 점수차가 9년이 지난 2009년에는 4점으로 좁혀졌다. 결국 수학에 대한 능력차가 없다면 머지않아 남녀간 수학 성적은 같아지거나 뒤집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