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장려정책으로 일선 보건소에서 수억 원을 들여 지급되는 공짜 임산부용 철분제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오해를 사고 있다.
때문에 임산부들이 지급받은 공짜약을 복용하지 않고 다시 사비로 구입하고 있어 예산만 낭비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임신 4개월 째인 이 모(31)씨는 관할 보건소에서 지급하는 철분제를 먹고 심한 변비와 함께 현기증, 복통, 발진이 나기 시작했다.
이 씨는 불안한 마음에 임산부 인터넷 카페에 문의해 보니 자신과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임산부가 많은 사실을 알았고, 부랴부랴 병원에서 의사의 처방을 받은 뒤 7만 원 상당의 액상 철분제를 다시 구입해 복용했다.
이 씨는 "보건소에서 지급하는 것이어서 믿고 먹었는데, 온몸에 발진이 나고 구토가 심해져서 깜짝 놀랐다"면서 "각종 부작용에 민감한 사람은 액상 철분제를 복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병원에서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임신 5개월 째인 김 모씨는 아까운 마음에 보건소에서 꼬박꼬박 공짜 철분제를 타오지만, 실제로 복용하지는 않고 있다.
각종 임산부 동호회에서 이른바 ''보건소표 철분제''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냥 집에 쌓아 두고 있는 것이다.
김 씨는 "가뜩이나 신경쓸게 많은 상황에서 철분제 부작용까지 발생하면 너무 힘들것 같아서 아예 먹지 않고 있다"면서 "집에 두면 나중에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계속 보건소에서 약을 받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보건소에서 지급하는 철분제를 먹고 구토와 복통, 발진에 고생하고 있다며 불안감을 호소하는 임산부들이 늘고 있다.
국내 최대 임산부 인터넷 모임인 A 카페에서는 보건소에서 지급하는 주요 철분제 상표와 가격, 철분 함양 비율을 비교해 두고 각종 부작용을 구체적으로 나열해 놓는 등 ''보건소표 철분제''에 대한 문제와 우려의 글이 꼬리를 잇고 있다.
가뜩이나 신종플루로 각종 임산부 교실이 취소되면서 정보를 인터넷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임산부들은 불안한 마음에 더욱 보건소 철분제를 꺼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일선 보건소 측은 지급용 철분제는 통상적으로 약국에서 판매하는 임신부용 철분제로 간혹 부작용을 동반하긴 하지만, 심한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부인과 전문가들은 일부 임산부들 가운데 철분 알레르기나 헤모글로빈 수치가 맞지 않아 부작용을 경험할 수 있는데, 보건소 측에서는 이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아 임산부들이 보건소 약을 불신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B 의원 전문의는 "철분제 부작용을 호소하는 임산부들이 보건소에서 주는 약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며 공짜로 나눠주는 약은 문제가 있다고 하소연을 한다"면서 "모든 약은 부작용을 동반하고 그것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하지만, 보건소 측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 멀쩡한 철분제가 저질약으로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부산지역에는 약 2만 5천여 명의 임산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이 가운데 30% 정도가 보건소 철분제를 타가고 있다.
또, 부산시는 올해만 철분제 구입비용으로 예산 4억 원을 투입했지만, 보건소 철분제는 그저 질이 좋지 않은 ''보건소 공짜약''으로 방안에 처박히는 신세로 전락해버린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