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톡·변리사법' 폐기되나…'변호사 카르텔' 된 법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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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21대 국회 약 20일 남아…법사위에만 법안 1692건 계류
여야 모두 추진하자던 로톡법, 법사위 발목에 사실상 폐기 위기
변리사법, 관세사법도 같은 방식으로 줄줄이 법사위 계류중
법사위 16명 중 13명 '변호사' 출신, 이해충돌 우려…서울변회 '황금열쇠' 시상도 논란
법사위 '상원 기능' 제한 주장…이해충돌 방지 필요성도 제기되지만 유명무실

로톡 광고. 연합뉴스 로톡 광고. 연합뉴스 
21대 국회의 임기가 20여일 남은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법안 대다수가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임기 내에 통과되지 못한 법안은 자동 폐기되기 때문이다.

일명 '로톡법'이라 불리는 변호사법 개정안과 변리사법 개정안, 관세사법 개정안 등도 이에 해당한다. 문제는 변호사 직역(직업영역)과 이해가 엇갈리는 법안들이 줄줄이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한다는 점이다. 대부분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법사위원들이 자신들의 직역 이해 수호에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겨우 20여일 남은 21대 국회…혁신 법안 '로톡법' 폐기되나

7일 기준 법사위에 계류 중인 법안은 1692건이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렸지만,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관련 안건을 제외하면 13개 법안을 처리하는 데 그쳤다.

계류 중인 법안에는 '로톡법'도 있는데, 이날 전체회의에 오르지 못하면서 사실상 이번 국회에서 자동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로톡법은 온라인 법률 플랫폼이 대한변호사협회의 과도한 규제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변호사 아닌 이가 상호를 드러내고 변호사를 소개하는 등의 광고를 할 때, 해당 서비스에 협조하는 변호사를 징계하도록 하는 현행 규정을 바꾸는 게 골자다.

로톡법은 모처럼 여야가 공감대를 이룬 혁신 법안으로 평가받는다. 국회 내 초당적 스타트업 지원 모임인 '유니콘팜'은 초당적으로 로톡법을 추진한 바 있다. 이들은 입장문을 내고 "글로벌 리걸테크(Legal Tech) 기업이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고, 법률 시장에 AI가 활용되는 시대에 3만 4천 명의 변호사를 가진 우리나라에 이렇다 할 국내 리걸테크 기업이 탄생하지 못하고 있다"며 21대 국회 종료 전 처리를 촉구했다.

여야는 이미 같은 취지의 개정안을 낸 상태다.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은 지난달 25일 대한변호사협회가 임의로 변호사의 기본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변호사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도 지난해 5월 변호사 광고에 대한 규제 권한을 변협이 아닌 대통령령에 부여하는 개정안을 냈다. 두 법안은 법사위로 넘어간 이후 지금까지 소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변리사법·관세사법도 줄줄이 법사위에서 '발목'

변호사법과 유사하게, 변리사가 특허 민사소송에서 변호사와 공동으로 대리인을 맡을 수 있도록 하는 변리사법 개정안도 법사위 문턱에 막혀 있다. 해당 법은 2022년 5월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했지만, 2년째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해당 법은 2006년부터 20년 가까이 5번이나 발의됐지만 매번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법은 규모가 작은 기업이 대형로펌을 쓰지 않고도 특허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변리사를 통해 적은 비용으로도 효율적으로 특허 소송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등이 모인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지난 2일 입장문을 내고 "기술패권 경쟁시대에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한 혁신·벤처기업에게 특허는 심장과도 같다"라며 "변리사법 개정안이 반드시 21대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산지 표시 업무를 관세사 직무로 명시하는 관세사법 개정안도 법사위에 발목이 잡혀 있다. 대외무역법상 원산지 표시 업무는 변호사 업무에 해당한다는 변협의 의견이 법사위에 수용돼 제2소위로 회부됐기 때문이다. 법안의 '무덤'이라 불리는 제2소위로 회부된 이상 21대 국회 통과는 요원하다.

법사위 16명 중 13명 '변호사 자격증'…변회, '황금열쇠' 수상 논란

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도읍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2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도읍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부분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 중인 법사위원들이 변호사 직역의 이해를 지키기 위해 '몽니'를 부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21대 국회 법사위원 16명 중 13명이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 중이다. 대한변리사회와 한국관세사회 등으로 구성된 전문자격사단체협의회는 지난 19일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법사위를 규탄했다. 이들은 "법사위가 법안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논의를 거친 법안이라도 변호사 직역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면 무조건 반대하며 폐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변호사 단체가 법사위 소속 위원 다수에게 우수상 명목으로 '순금 열쇠'를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2021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5차례에 걸쳐 25명에게 우수 국회의원상을 시상한 것이다. 이들에게는 상패와 함께 60만원 상당의 순금 열쇠가 수여됐다.

문제는 수상 의원 25명 중 절반에 가까운 12명이 21대 국회 법사위에 소속이라는 점이다. 이중 10명은 현직 법사위 위원이다. 변호사 직역의 이해를 지키는 서울변회가 이와 밀접한 법안을 처리하는 법사위 위원들에게 이같은 물품을 수상하는 것이기에 부적절한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변호사 단체-법사위 간 '이권 카르텔'이 형성된 게 아니냐는 의심마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법사위 '상원' 기능 제한 목소리…이해충돌 법안 심사 배제 의견도

이같은 폐단을 방지하기 위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법사위의 '상원' 기능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법사위가 모든 상임위의 최종 관문 역할을 하는 탓에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라는 규정된 기능을 넘어 법안 내용까지 심사하는 일종의 월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정치개혁법을 발의하며 국회에 법제위원회를 신설해 체계·자구심사제도를 맡기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고려대 장영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법사위가 다수당 견제를 위한 정무적 역할을 겸하다 보니 법안 내용에 대해 과한 심사를 하는 경향이 있다"며 "고질적인 정치 구조를 개혁해야 하고, 여기에 더해 상임위에서 양질의 법안을 심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법안 심사 배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법 제32조의 5에 따르면, 심사 법안과 이해가 충돌하는 국회의원은 스스로 회피 신청을 해야 한다. 이에 따르면 변호사 자격증을 지닌 법사위 위원은 변호사 이권과 관련된 법안 심사를 맡으면 안 된다. 하지만 해당 조항에는 뚜렷한 처벌 내용이 없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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