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원이 선박에 침입하는 모습. 부산 동부경찰서 제공 부산항에서 해상유를 판매하는 이들에게 불법 판매 사례로 신고하겠다며 협박해 현금 수억 원을 뜯어낸 50대 등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동부경찰서는 공갈과 마약류 관리법 위반(향정) 혐의로 총책 A(54·남)씨 등 일당 15명을 붙잡아 10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2일 밝혔다. 조직원에게 마약을 판매하거나 유통한 이들 6명도 추가로 검거해 2명을 구속 송치했다.
A씨 일당은 2020년 1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부산항 4·5부두에서 해상유 판매업자를 협박해 모두 145차례에 걸쳐 현금 3억 원 상당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부산항에서 해상유를 판매·운반하는 과정에서 면세유가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사례가 있고, 이를 신고할 경우 영업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고 금품을 빼앗기로 결심했다.
이후 교도소 등에서 알게 된 조직원을 모집해 자금 관리와 현장 관리자 등 역할을 나눠 범행 전반을 기획했다.
해상유 판매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해경에 신고가 접수될 경우 매출액 장부를 확인하는 등 3시간가량 급유선 출항이 지연돼 판매업자들은 거래처가 끊기는 등 경제적 손실을 입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A씨 일당은 부산항이 내려다보이는 인근 고층 사무실에 고성능 카메라와 망원경을 설치해 부두에서 해상유 이적 작업이 이뤄지는 장면을 촬영했다. 급유하는 장면을 포착할 경우 현장에 대기하고 있던 조직원에게 지시해 선박에 침입해 협박하도록 했다.
이같은 수법으로 판매업자로부터 한 달에 적게는 50만 원에서 많게는 400만 원 상당을 받아내는 등 모두 3억 원 상당을 가로챘다.
조직원 일부는 가로챈 현금으로 필로폰과 대마 등 마약을 매입해 투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경찰은 이들에게 마약을 판매한 6명을 추가로 검거했다.
조직원 차량에서 마약이 발견된 모습. 부산 동부경찰서 제공
부산항 4·5부두의 경우 국가 보안 시설이지만, 당시 4부두에서는 공사가 이뤄지고 있어 부산항보안공사의 출입 통제가 허술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 때문에 A씨 일당은 내부 직원이라고 속여 4부두로 진입한 후 접안된 선박을 건너다니며 5부두까지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부산항 출입 통제와 관행적인 해상유 불법 유통 구조 등에 대해 관계기관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한편,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동부경찰서 박세형 형사과장은 "해상유 공급업자와 선주협회와의 핫라인을 구축하고 관계기관 간 협업을 강화해 유사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총책 A씨에 대한 재판은 진행 중으로, 지난해 11월 징역 2년 10개월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