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 붙든 정부, 민생지원금 압박하는 야당…민생해법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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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참패로 힘 빠진 정부·여당 감세안
감세 기조 이어갈 수는 있지만…"재정 부담 비해 효과 미미" 비판
'전 국민 25만 원' 민생지원금도 실효성 놓고 논란 있지만
"감세해놓고 곳간 비어 서민 지원 못한다는 것은 말 안돼" 지적도
"전 국민 지원은 비효율적일 수 있지만 민생 위해 정부가 적극 지원 나서야" 강조

연합뉴스연합뉴스
정부여당의 변함 없는 감세 기조와 야당의 민생지원금 추경 요구가 총선 직후 화젯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세금을 깎든, 지원금을 안기든 결국 시중에 돈을 풀자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전문가들은 신중하고 기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이후 줄곧 감세 기조 외길로 달려왔다. 이번 총선에서도 한동훈 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부가가치세를 10%에서 5%로 낮추겠다"고 약속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회에 계류 중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개정안 역시 주목받는다. 금융투자수익이 연 5천만 원을 넘으면 초과수익의 20~25%를 세금으로 물리는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해 '감세'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22대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해 '여소야대' 국면으로 마무리되면서 정부가 추진했던 각종 감세 입법은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갈 상황이다.

다음 달 말 21대 국회 임기가 끝난 후 정부가 오는 7~8월쯤 발표할 세법개정안에 이러한 감세안을 담아 재입법할 수 있지만, 이 때도 야당으로부터 '부자·대기업 감세', '포퓰리즘 감세'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대해 충남대학교 정세은 경제학과 교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금투세 폐지안의 경우 정부가 다시 집어들 가능성도 있다"며 "MZ 세대까지도 주식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에 야당도 이 문제를 적극 반대하기에는 민감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창원 기자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창원 기자
실제로 지난 21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배당확대 기업 주주의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분리과세하겠다"며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 환원 노력을 늘린 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 세액공제를 도입하겠다"고 구체적인 방안까지 거론했다.

정부는 기업이 법인세를 내고 남은 이익 일부를 배당하는데 주주가 소득세를 추가로 납부하는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한다며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분리과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입법 사항으로, 야당의 동의가 절실하다. 사실상 거대 야당의 협조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감세 기조를 버리지 못하는 가운데, 실제 정부가 본격적인 감세 정책에 나설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차라리 즉각 면세에 나서는 일은 시행령 개정으로도 가능하겠지만, 부가세를 5%나 인하하는 일은 현행 부가세법의 기본을 무너뜨리는 불가능에 가까운 얘기였다"며 "정치적으로 불가능하고, 경제적으로 크게 필요하지 않은 상황인데 이번 총선 이후 계속 추구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실제 감세에 이르지 않더라도 정부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신호를 준다는 의미에서 살펴볼 가치가 있다는 반응도 있다.

명지대학교 조동근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활력이 부족한 것이지, 예산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금투세 인하 등은 결국 경제 활력을 제고해 선순환하는 마중물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한성대학교 김상봉 경제학과 교수는 "2000년대 초반에 감세하면 조세지출승수가 0.2였는데, 지금은 절반도 안 된다. 소비 진작 효과가 더 적다는 얘기"라며 "세금을 덜 받으면 당장 재정에 구멍이 나지만, 감세가 소비 증가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감세는 경제를 망치자는 얘기일 뿐"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긴급 경제상황 점검회의. 윤창원 기자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긴급 경제상황 점검회의. 윤창원 기자
여소야대 총선 결과로 정부의 감세 기조가 힘을 잃었다면, 반대로 선거에서 압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쏘아올린 '전 국민 25만 원 민생지원금+13조 추경안'은 각종 이슈를 끌어당기는 태풍의 눈이 됐다.

특히 민주당이 민생지원금 추진 방안을 윤 대통령과의 영수회담 의제로 올리자고 정부에 촉구하면서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뜨거운 논란에 비해 전문가들은 다소 차가운 반응이다. 전 국민 지원금 논란이 거세게 불어닥쳤던 코로나19 사태 초기처럼 앞뒤 가릴 여유 없이 최대한 빨리 지원해야 할 정도로 현재의 내수 침체 상황이 심각하지는 않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권오인 경제정책국장은 "지난해 56조 원 세수 결손 상황에서 무리하게 전 국민에게 25만 원씩, 총 13조 원을 지급하겠다는 것은 '포퓰리즘' 아닌가 싶다"며 "지금 세수는 지난 국회에서 여야가 합작한 결과인데, 총선이 끝났으니 세제부터 먼저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봉 교수 역시 "지금은 이미 돈이 많이 풀려있는 상태여서 긍정적인 효과가 크지 않다"며 "(민생지원금을 지급하기 위해 추경하려면) 채권을 발행해야 하고,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서 대출 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 고금리 상태에서 금리가 더 오르면 사람들이 소비도, 투자도 못하게 된다"고 반박했다.

다만 정세은 교수는 큰 틀에서는 정부의 서민을 위한 직접 지원은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고물가 상황이기 때문에 추경을 통해 시장에 돈을 푸는 일 자체가 안된다고 볼 수는 없다. 현재 물가 상황은 수요 때문이 아니라 외부 요인의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라며 "물가가 엄청나게 오르고 민생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고 짚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1~2월 식료품 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6.7% 상승해 1~2월 기준으로 2021년(8.3%)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귤은 78.1%, 사과는 71.0% 상승해 식료품 중 과일 물가지수는 지난달 161.39(2020년=100)로 1년 전보다 38.3. 황진환 기자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1~2월 식료품 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6.7% 상승해 1~2월 기준으로 2021년(8.3%)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귤은 78.1%, 사과는 71.0% 상승해 식료품 중 과일 물가지수는 지난달 161.39(2020년=100)로 1년 전보다 38.3. 황진환 기자
이어 "가능성이 높지 않은 25만 원 지원금을 놓고 여야가 무리하게 시간을 끌기보다 건설적인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자영업자 폐업률이 심각한 수준인데, 이들의 업종 전환을 지원하는 등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부터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야당의 추경 주장에 단골 반박 근거로 제기되는 재정 논란에 대해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앞뒤가 바뀐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이 연구위원은 "삼성전자가 법인세를 내지 못한다지만, 애초 감세 정책으로 세율은 낮추고 공제는 늘렸기 때문"이라며 "감세를 통해 세입을 줄여놓고 세입이 줄어서 재정 정책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거꾸로 말하면 감세 조치만 되돌리면 추경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김상봉 교수도 "정부가 정작 필요한 연구개발(R&D) 예산은 줄이면서 사회간접자본(SOC)에 선거를 앞두고 과도하게 지출을 늘렸다"며 "지금이라도 세출 구조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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