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집단 사직' D-day…극적 대화 물꼬 터지나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의대 교수들 '집단 사직서 제출' 예고했던 25일, '대학병원 마비' 현실 될까
尹, 한동훈-전의교협 회담 직후 전공의 '면허 정지' 일단 유예 방침 내놨지만
사분오열 의료계·초강경 의협 지도부에…'2천 증원' 후퇴 없이 대화될까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으로 들어서는 의료진의 모습. 황진환 기자서울시내 한 의과대학으로 들어서는 의료진의 모습. 황진환 기자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 이어, 의대 교수들이 집단 사직을 예고한 25일이 찾아왔다. 사상 초유의 '대학병원 마비 사태'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정부는 26일부터 내리려던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 정지' 처분을 일단 미루기로 했다. 대화의 물꼬는 트일 듯 하지만, 꼬일대로 꼬인 의정 갈등을 해소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의대 교수 '집단 사직서 제출' 예고 D-day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이날부터 사직서를 제출한다. 전의교협은 전국 총 40개 의과대학 중 39개 대학이 참여하는 단체로, 이른바 서울 시내 '빅5' 병원 관련 의과 대학을 포함한 대부분의 의대가 참여하고 있다.
 
전의교협과 별개로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도 지난 22일 19개 의과대학이 참석한 가운데 3차 온라인 총회를 열고, 마찬가지로 이날 사직서를 제출하겠고 밝힌 바 있다.
 
각 단체마다 요구 사항이 조금씩 다르지만, 의대 교수들은 그간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계획 철회 △필수의료 패키지 원점 재논의 △의정 간 대화 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하며 집단 사직을 예고해왔다. 특히 의대 교수들은 제자, 즉 의대생 및 전공의들에 대한 정부의 처벌 철회를 요구하며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집단 사직의 명분으로 강조해왔다.
 
실제 집단 사직이 이뤄질 경우 이날부터 해당 교수들은 외래 진료, 수술, 입원 진료 근무 시간을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에 맞춰 줄이기로 했다. 다음 달부터는 외래 진료를 최소화해 중증·응급 환자 치료에만 집중할 예정이다.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까지 대학병원에서 일손을 놓으면 '의료 공백'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20일까지 보건복지부의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누적 상담 수는 1643건이고, 이 중 548건이 피해 신고 사례다. 피해신고 중에는 수술 지연이 379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동안 중증, 응급 환자들을 지켰던 의대 교수들까지 대학 병원을 떠나면 그만큼 환자들의 피해가 급증할 전망이다.
 

정부 '면허 정지' 처분 미룬다…의정 갈등 해소 실마리 찾나


다만 강경 일변도였던 정부가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을 하루 앞두고 입장을 바꾸기 시작하면서 한 달 넘게 단단히 굳어있던 의-정 갈등 양상에도 균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는 26일로 예정됐던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을 일단 미루고, 의사 단체와 협의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여권 핵심 관계자는 "26일부터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를 대상으로 예정했던 면허정지 처분도 일단 연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의료 현장 이탈 전공의 중 가장 먼저 면허정지 사전통지서를 받은 이들의 의견 제출 시한이 이날 종료될 예정임에 따라, 정부는 이르면 26일부터 면허정지 처분에 돌입한다고 예고해왔는데 이 입장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는 전날 오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대위원장이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단을 만나 의료 공백 장기화 등 현안을 논의한 뒤 내려진 결정이다.

비공개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한 위원장은 "국민들이 피해 볼 수 있는 상황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와 의료계 간 건설적 대화를 중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저는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답변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은 한 비대위원장이 '의료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청하자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지시했다.

'면허 정지' 처분 유예는 사실상 이번 의정 갈등 국면이 시작된 후 대통령실에서 내놓은 최초의 유화적인 제스처다.

정부가 타협책을 내놓았는데도 의료계가 이를 외면하면 여론의 반발을 뒤집어쓸 수도 있다. 당장 이날 예고됐던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도 함께 늦춰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통일 어려운 의료계 대화 채널에 초강경 의협 지도부…총선 앞두고 정부도 선택지 많지 않아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이날 어느 정도 진척된 세부 대안을 내놓을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당근'이 실제 의료계와 정부의 대화 및 타협까지 이끌어내기에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아직 많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비록 한 비대위원장이 전의교협 회장단과 면담을 가졌지만, 정부와 의료계 간의 본격적인 대화로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간극이 너무나 크다. 애초 그동안 의료 분야에 관련된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의료계 안에서도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의대 교수와 개원의, 전공의, 의대생 등이 입장이 엇갈려 번번이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니 대화 자체를 성립하기 어려웠다.
 
이번 사태에 들어서도 의대 교수들이 모인 전의교협과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간의 의견이 갈리며 독자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또 방재승 전국 의대 비대위원장은 지난 21일 한 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대화의 장을 만들면 사직서 제출을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가 내부 반발에 휘말리자 사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당장 전날 이뤄진 한 비대위원장의 전격 회담을 놓고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회담이 이뤄졌던 당일 오전까지도 전의교협 일부 간부들 사이에서는 회담 소식에 "기자들에게 처음 들었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이렇게 갑자기 정해지느냐"는 볼멘 소리가 터져나왔다.

전의교협의 한 관계자는 CBS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전의교협 일부 라인에서 (만남) 결정을 한 건데, 이렇게 (정부에) 이용당할 줄 몰랐다"며 "정치 쇼다. 학생들이나 전공의들에게 망신당하게 됐다"고 맹비난했다.

반면 서울의대 비대위원장이자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인 방재승 교수는 "전공의에 대한 압박 중 일부를 중단한 것과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신 부분은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환영했다.
 
이처럼 정부에 화답할 의료계의 통일된 목소리가 나오지 못하는 가운데 폭풍의 눈은 '의협 선거'다. 그동안 공식 지도부를 꾸리지 못해 비대위 체제로 활동했던 의협이 선거를 마치면 보폭을 넓혀갈 가능성이 높다.

차기 의협 회장 선거 결선투표는 이날부터 이틀 동안 치러져 오는 26일 오후쯤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1차 투표에서 각각 득표율 1, 2위를 차지해 결선 후보로 오른 임현택 후보와 주수호 후보 모두 '강경파'로 분류되는 만큼, 누가 당선되든 그간 두 후보가 한결같이 '공약'으로 내걸은 △의대 정원 증원 전면 백지화 △필수의료 패키지 전면 철회 등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문제는 이들이 전면 철회를 요구하는 '2000명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라는 대전제에 있어 정부는 사실상 양보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의료계 관계자들에 대한 처분 등은 대화를 통해 세부적인 조정을 추진할 여지가 있다. 이번에 정부가 '전공의 처분 유예' 카드를 내밀며 한 발 물러선 것부터가 대표적인 예다.

반면 현재 국면에 간판으로 걸려있는 '2천 명 VS 0명'의 다툼에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한발짝이라도 후퇴하면 곧 패배로 이어지는 '제로 섬'(zero-sum) 게임에 몰려있다시피 하다.

특히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정부가 뚜렷한 명분 없이 '피해 최소화'라는 현실론에만 기대어 타협에 나설 경우 그동안 강경 일변도만 고집했던 행보들이 도리어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0

0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다음 카카오채널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회사소개 사업자정보 개인정보 처리방침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