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솔로몬 재판 오른 醫政…누가 진짜 국민 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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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vs 전공의-의대생-의대교수, 물러섬 없는 치킨게임
중재자와 절충안 없는 강대강 구도 속에 환자들만 절규
'솔로몬 재판' 속 여인처럼 귀한 가치에 양보하는 쪽이 진짜
의료대란이 의료참사로 번지기 전 극단적 치킨게임 멈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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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볼모로 한 이런 치킨게임을 본 적이 없다. 지난달 20일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돌입한 이래 의사들과 정부의 대치국면은 악화일로다. 의대 정원을 내년부터 2000명 증원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두고 한치 양보 없는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들이 단체로 수련병원을 떠난 이후 의대생들도 학교를 등지고 있고, 이제는 대학병원에서 직접 환자들을 살펴온 의대 교수들마저 집단 사직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맞선 정부는 의사면허 정지를 카드를 꺼내드는 한편, 의대생들에게도 단체 유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사단체 간부들을 상대로 한 경찰의 수사도 본격화했다.

도무지 해결 기미가 없는 상황 속에 중재자도 찾아지지 않는다. 보다 못한 일각에서는 국민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마련하거나 아예 공론화위원회를 띄우자는 주장도 내놓지만 아무런 메아리가 없다.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의대증원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의대증원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12일에는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의대 증원을 전제하되 2000명을 못 박지는 말고, 정치권과 국민까지 아우른 협의체에서 1년 안에 논의하자' 제안했지만 양쪽 모두로부터 외면받았다. 정부는 더이상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의사협회조차 '일방적 희망일 뿐'이라고 논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피할 길 없는 도로의 양 끝에 선 의사와 정부가 위험을 무릅쓰고 서로를 향해 전력질주하는 이번 치킨게임은, 성경 속 솔로몬의 재판도 떠올리게 한다. 고대 이스라엘의 왕 솔로몬은 한 아이를 두고 서로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하는 두 여인에게 판결을 내린다. 확실한 진실을 모르겠으니 아이를 둘로 갈라 나눠주라는 판결에 한 여인이 차라리 포기하겠다고 말하자 '이 여인이 진짜 어미다'라고 선언한다.

진짜와 가짜를 가리기 힘든 두 여인은 의사 집단과 정부의 모습이다. 극단적 상황을 예고하며 선택을 요구하는 건 파국으로 흐르는 시간이며, 여차하면 배가 갈릴 위기에 놓인 아이는 국민을 상징할 것이다. 각자 국민 건강을 위한다는 의사와 정부의 대립각 속에 아픈 국민들의 신음이 서서히 비명처럼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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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증질환연합회가 최근 파악한 사례들을 보면 식도암 4기 환자는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거절당했고, 담도암에 걸린 환자는 병원의 퇴원 압박을 이기지 못해 요양병원으로 옮긴 뒤 숨을 거뒀다. 속이 타들어가는 항암치료 환자에게 치료 시기 연기가 통보되고, 급히 의사를 찾느라 병원을 전전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남은 의료진의 피로가 누적되면서는 의료대란이 의료참사로 번질 게 뻔하다.

이를 두고도 양쪽 모두 나몰라라 한다면, 어느 누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다 말할 수 있겠나. 아쉬움이 있어도 한발 물러서 대화부터 시작하자는 쪽이 진짜 국민 편이다. 반대로 목숨이 꺼져가는 환자를 두고도 '절대 물러설 수 없다' 말하는 쪽이 가짜다. 혹여나 상대의 양보를 보고 승리감에 빠지는 쪽이 있다면, 이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안중에도 없는 가짜 중에 가짜다. 치킨게임에 빠진 의사와 정부, 적어도 한쪽은 진짜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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