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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은 기쁨으로 돌봄은 다함께

[칼럼]'있는 집 자식' 아닌 '있는 집에만 자식' 세상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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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연간 출생아 수 23만명 붕괴…합계출산율 0.7명대도 위태
법에 정한 출산휴가, 육아휴직 사용도 자유롭지 않은 현실
법 사각지대에 놓인 경제·사회적 약자, 실제 출산율도 낮아
'있는 집에만 자식' 굳어지기 전에 꼼꼼한 현장점검 있어야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0.98, 0.92, 0.84, 0.81, 0.78 그리고 0.72.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23년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집계됐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 즉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명을 기록하며 1명 이하로 내려앉은 뒤 0.92, 0.84, 0.81, 0.78로 가파르게 하락해 이제는 0.7명대도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하락폭은 전년 0.03명보다 두배 더 커졌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 한해 태어나는 출생아 수도 23만명 수준이 붕괴됐다. 특히나 이번의 '인구 성적표'는 너 나 할 것 없이 초저출산 인구위기의 심각성을 언급하는 데 나온 터라 더 안타깝다.
 
정부가 지난 한해 쏟아낸 정책들을 보면 과거의 안일함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는 받을 만했다. △유아휴직 기간 연장 △다자녀 주택공급 확대 및 세제 혜택 △난임시술 지원 확대 △신생아 가구 금융지원 △부모급여 인상 △늘봄학교 확대 등을 내놓으며 출산율 높이기에 안간힘을 썼다. 2021년부터 인구위기 극복 캠페인을 전개해온 CBS도 그동안 위기의 심각성을 사회에 공유하며 변화를 이끌어내려 사력을 다했다. 범사회적 캠페인 동참을 촉구하는 한편, 여러 정책을 제안하고 이를 구현해내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의미있는 결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더 파격적 정책들이 이어져야 하겠지만, 우후죽순 정책들만으로 반전을 기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한계를 마주하게 된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그러던 차에 직장인 대상의 한 조사 결과를 보니, 화분 바닥의 깨진 틈을 발견한 느낌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천명을 상대로 벌인 '자녀 계획 및 저출생 문제 해결정책' 설문조사 결과이다. 이에 따르면 직장에서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고 답한 비율이 40.3%,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고 답한 비율도 46.4%로 집계됐다. 엄연히 법으로 정한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현실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출산휴가 사용이 자유롭지 않다고 답한 노동자의 비율은,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23%에 불과했지만 5~30인 사업장에서는 60%를 웃돌았다. 육아휴직 사용이 자유롭지 않다고 답한 노동자의 비율 역시,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31%이지만 5~30인 사업장에서는 64%로 치솟았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 출산은 여전히 감당하기 어려운 꿈이라는 것인데 마찬가지로 비정규직, 노동조합 비조합원, 비사무직인 경우 그리고 임금이 낮을수록 출산휴가·육아휴직 사용이 어렵다고 답했다. 법과 제도의 마련으로 끝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처럼 경제적·사회적 약자가 출산과 돌봄을 위한 법의 테두리 밖으로 밀려나면 어떻게 될까. 예상되는 절망적 상황은 '소득계층별 출산율 분석과 정책적 함의(유진성, 2022)'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100 가구당 출산 가구수(가구주 연령 15~49세 기준)는 소득 상위층 5.78, 중위층 3.56, 하위층 1.34로 집계됐다. 2010년과 비교하면 출산 가구수 자체는 모두 하락했지만 그 하락폭은 소득 상위층에서 –24.2%, 중위층 –45.3%, 하위층 –51.0%를 나타냈다. 부유한 가정에 비해 빈곤한 가정에서 아이를 찾아보기란 더욱 어렵고, 이러한 경향성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속칭 '있는 집 자식'이 부를 대물림 받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있는 집에만 자식' 현상이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법과 제도의 도입은 시작일 뿐이다. 밑 빠진 독은 비단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안에서만 관찰되지는 않는다. 우리 사회의 바탕이 되는 수많은 서민들은 허울 좋은 정책들을 다른 나라 얘기로 듣고 있었을 성싶다. 정책 수립과 집행에 이은 꼼꼼한 현장 점검이 이어져야 한다. 좋은 취지의 정책이 올바로 구현될 수 있도록 특히 사각지대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최근 봇물 터진 듯 제안되는 현금성 지원도 소득 계층에 따른 고려를 해봄직하다. 아이 울음소리 듣기 어려운 세상에, 그나마 태어나는 아이들을 몇몇 '있는 집 자식'들로만 채울 수는 없는 일 아니겠는가.


[설문조사 개요 및 참고 논문]
□'자녀 계획 및 저출생 문제 해결정책' 설문조사 ☞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2023년 12월 4일부터 11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 기준에 따라 실시(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유진성.(2022). 소득계층별 출산율 분석과 정책적 함의. 한국사회과학연구, 41(3), 233-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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