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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오픈의 사나이'는 왜 호주 정부에 찍힌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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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발목 잡힌 호주오픈의 남자' 노박 조코비치는 호주오픈 9회 우승에 빛나는 세계 남자 테니스 최강의 선수지만 올해 호주오픈 출전에 호주 정부가 강력하게 반대 입장을 보여 곤란한 상황을 맞았다. 사진은 지난해 대회 우승 모습. AP=연합뉴스'호주에 발목 잡힌 호주오픈의 남자' 노박 조코비치는 호주오픈 9회 우승에 빛나는 세계 남자 테니스 최강의 선수지만 올해 호주오픈 출전에 호주 정부가 강력하게 반대 입장을 보여 곤란한 상황을 맞았다. 사진은 지난해 대회 우승 모습. AP=연합뉴스
테니스 남자 단식 세계 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35·세르비아)는 자타가 공인하는 '호주오픈의 사나이'다. 호주오픈 남자 단식에서 역대 최다인 9번 정상에 오른 조코비치보다 많은 우승을 이룬 선수는 없다. 특히 조코비치는 자신의 메이저 대회 첫 우승도 2008년 호주오픈에서 일궈내는 등 유난히 인연이 깊다.

'황제' 로저 페더러(41·스위스)에게는 윔블던이 있고, '클레이 코트 황제' 라파엘 나달(36·스페인)에게는 프랑스오픈이 있다. 페더러는 윔블던에서 역대 최다인 8회 우승을 차지했고, 나달은 프랑스오픈에서 무려 13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이들과 남자 단식 메이저 대회 우승 최다 타이(20회)를 이루는 조코비치에게는 호주오픈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조코비치는 올해 호주오픈을 앞두고 역설적이게도 호주 정부로부터 거부를 당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인 조코비치에 대해 호주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 추방을 하려 하고 있다.

조코비치는 호주오픈 출전을 위해 지난 5일 호주 멜버른으로 입국했다. 그러나 호주 정부는 조코비치가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국을 거부했다. 이에 조코비치는 호주오픈이 열리는 빅토리아 주 정부와 호주테니스협회로부터 백신 접종 면제를 받았다며 소송을 걸었다.

결국 10일 호주 법원은 호주 정부의 조코비치의 입국 거부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달 조코비치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이유를 근거로 합법적으로 백신 면제 사유에 해당한다는 법적 판단을 내린 것. 격리됐던 조코비치는 곧바로 호주오픈이 열리는 멜버른 파크로 달려가 훈련을 소화했다.

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 EPA 연합뉴스호주 스콧 모리슨 총리. EPA 연합뉴스

하지만 조코비치가 호주오픈에 출전하지 못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호주 정부는 조코비치가 입국 제출 서류를 작성하면서 일부 문항에 대해 허위 기재를 한 데 주목하고 있다. 조코비치가 호주로 입국하기 14일 전 어느 국가도 방문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스페인에서 입국하기 전 고국인 세르비아의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런 근거로 호주 정부는 이민부 장관 직권으로 조코비치를 추방할 방법을 찾고 있다.

호주 정부가 '호주 오픈의 사나이'를 거부하는 배경에는 심각한 코로나19 상황이 있다. 호주는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꼽혔지만 최근 감염자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하루 확진자가 11만 명을 넘는 등 일주일 동안 50만 명이나 늘어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런 가운데 특혜로 보일 가능성이 있는 조코비치의 호주오픈 출전을 허락한다면 호주 여론이 정부에 좋지 않게 흘러갈 수 있다.

여기에 호주는 오는 5월 연방 총선을 앞두고 있다. 호주 정부가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에 대해서도 엄격한 원칙을 적용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 시각) "코로나19 백신에 반대하는 유명인의 비자 취소는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에게 정치적 승리를 안겨주는 것처럼 보였겠지만 소송에 패소해 조코비치가 풀려나고 비자가 복원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꼬집었다. 조코비치를 호주의 평등주의를 무시하는 오만한 인물로 몰아가려 했지만 패소 후 모리슨 총리의 선택이 무리수처럼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조코비치가 공격을 당할 여지를 준 부분도 있다. 조코비치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 6월 자신이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등에서 개최한 미니 투어에서 선수, 관계자들이 대거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조코비치 자신도 양성 반응이 나왔다.

지난달 세르비아에서 찍은 조코비치의 사진. 호세 모르가도 기자 트위터 캡처지난달 세르비아에서 찍은 조코비치의 사진. 호세 모르가도 기자 트위터 캡처

지난달 확진 다음 날 마스크를 쓰지 않고 행사에 참석한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물론 조코비치는 12일 자신의 SNS에 지난해 12월 1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다음 날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시내에서 유소년 행사에 참석한 데 대해 "행사 직전에 신속 검사를 받았는데 음성이 나왔다"면서 "유소년 행사에 참석했을 때는 코로나19 양성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프랑스 스포츠 매체 레퀴프와 인터뷰는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알고 진행한 점을 인정했다. 조코비치는 "이때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했고, 사진 촬영을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면서도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시인했다.

또 조코비치는 호주 입국 신고서에 '최근 2주 사이에 다른 나라를 여행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한 것이 허위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조코비치는 "매니지먼트 팀에서 대신 작성한 것"이라면서 "고의로 속이려고 한 것이 아니고 실수였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에는 동유럽 출신인 조코비치가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는 서유럽 출신의 페더러나 나달에 비해 차별을 받는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조코비치의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이 원인이 된 데다 호주 정부가 너무 깐깐하게 대응했다는 양비론이 힘을 얻고 있다. 과연 조코비치가 호주오픈에 정상적으로 출전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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