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10년' 신현빈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계속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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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미란 역 신현빈 ②

지난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미란 역 배우 신현빈을 만났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스포일러가 나옵니다.

신현빈은 2010년 영화 '방가?방가!'로 데뷔해 드라마, 영화를 오가며 여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추리의 여왕' 시즌 1에서 지성과 미모를 갖춘 대형 로펌 변호사 정지원 역, '아르곤'에서 지적인 외모와 터프한 태도를 지닌 스타 변호사 채수민 역, '자백'에서 전직 열혈 기자이자 현직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 하유리 등 지적인 이미지가 강한 전문직 역할로 자주 등장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에서는 빚을 갚기 위해 밤에 술집을 나가는 가정주부 미란 역을 맡았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현빈은 작품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내면서도 "스포(일러) 담당 캐릭터라, 제가… 드릴 말씀이 사실 많지 않다"라며 웃었다.

하지만 가능한 선에서 작품과 배우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애썼다. 특히 극중 조력자 연희 역의 전도연과 연기하면서 많은 배려를 받았고, 배우 입장에서도 즐거운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데뷔하고 10년이 지나니 낯가림이 있는데도 '덜한 척'하는 솜씨가 늘었다고 너스레를 떤 신현빈의 올해 목표는 '매일 즐겁게 살기'다.

일문일답 이어서.

▶ 극중 여러 인물과 엮이지만, 그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바로 연희 역의 전도연이다. 같이 연기한 소감이 궁금하다.

저는 되게 편안하게 찍었다. 마냥 늘어지고 이런 느낌이 아니라 불편하지 않은! 정말 배려도 많이 해 주셨고 티 안 나게 챙겨주시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눈앞에서 연기를 처음 보니까, 전도연 선배가 연희 역할이라고 했을 때 굉장히 궁금했다. 워낙 강렬한 역할이다 보니까 선배가 실제로 하는 걸 보면서 상대 배우로서 받는 에너지도 있었다. (저는) 관객의 느낌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고, 되게 즐거운 부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선배가 현장에서 워낙 집중력과 태도가 좋으셔서 저도 열심히 해서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자극도 되고 힘도 되게 많이 됐다. 또 (둘의) 관계성 자체가 연희가 미란이를 끌고 가면, 미란이는 믿고 따라가는 상황이다 보니까 (실제 연기할 때도) 그런 면이 있었다.

▶ 진태 역 정가람, 재훈 역 김준한과는 드라마 '미스트리스'와 영화 '변산'에서 이미 만난 적이 있다. 한 번 연기해 본 배우들과 다시 만나니 조금 더 편했을 것 같다.

김준한 배우, 정가람 배우와의 장면들이 편안하고 쉬운 장면은 아니었다. 그래도 편하고 친한 관계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물론 사적인 관계를 떠나서도 (서로 연기를) 어떻게 할까 기대도 있었다. 남편 재훈 역할도 뭔가 뻔한 느낌의 남편이 아니라 다른 느낌으로 해낼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도 짧은 장면이지만 미란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여주더라. 그 장면이 주는 힘이 있었던 것 같다. 시각적으로 더 수위가 세거나 충격적인 표현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영화 속 장면이) 뭔가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라 더 불편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본인(김준한)도 고민을 많이 하고 저랑 얘기도 많이 해서 만든 부분이었다.

신현빈은 연희 역 전도연, 진태 역 정가람, 재훈 역 김준한과 주로 함께 연기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가람, 전도연, 김준한 (사진=㈜비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정가람 배우는 그 순간에 진짜 집중하게 해 주는 면이 있어서 저도 도움을 많이 받으면서 한 것 같다. (미란은) 괴롭고 외로운 사람이지만, 현장에 혼자 있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을 갖고 할 수 있었다. (동료들이) 내가 어떻게 해도 다들 받아줄 거라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힘든 장면이 많으니 저도 예민해질 수 있는데, 그걸 오해하지 않을 수 있는 사이니까. 제가 짜증을 내도 이해해 줄 거고. (웃음) 제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 테니까, 하는 그런 편안함이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 두 분 다 제가 알고 있는 모습과 전혀 다른 모습을 너무 잘해줘서 너무 그런 남편 같고 너무 그런 남자 같았다. (웃음)

▶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김용훈 감독은 이번에 첫 장편 상업영화를 찍은 신인 감독이다. 작업 스타일이 어땠나.

찍기 전부터, 또 현장에서 대화를 많이 하면서 촬영했다. 막 강요하는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얘기를 들어보고 서로 맞추기도 했다. 자기주장만 있지는 않은, 뭔가 되게 열린 부분이 많았다. 많이 믿어주셨다. 제가 감정 씬이 많았는데 여러 가지 스케줄을 신경 써 주셨다. (영화를 보면 미란 역을 하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시겠지만, 생각보다 수월하고 즐겁게 촬영했다. (내용이 어둡다고) 현장에서도 괴롭고 무겁게 찍는 게 다는 아닌 것 같다. 괴로운 순간을 찍을 때 최대한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 신체적·정신적으로 폭력을 당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면 실제로도 캐릭터나 작품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다. 작품에서 빨리 빠져나오려고 하는 편인가. 여운을 즐기는 편인가.

저는 빨리 나오려고 하는 편이다. 이것('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제 분량 마지막 촬영을 하고 바로 부산 내려가서 영화 '변산' GV(관객과의 대화)를 갔다. (웃음) 그런 부분도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되게 무리한 일정인데도 갔다. 현장에서 아무리 (감정을) 최대한 털어내려고 해도 사람이 비슷한 표정을 계속하다 보면 얼굴도 그렇게 변해가는 것처럼, 계속 울고 괴로워하다 보면 웃어도 한껏 웃는 느낌이 안 나더라. (웃음) 그럴 때마다 '안 돼! 정신을 차리고!' (웃음) 분리해서 많이 생각하려고 했다.

▶ 올해가 데뷔한 지 10년이 된 해더라. 실감하나.

얼마 안 된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됐나 싶기도 하고.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금방 지나온 것 같기도 하다. (데뷔 몇 주년을) 크게 생각하면서 온 것 같지는 않다. 안 해 본 캐릭터, 안 해 본 얘기,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다. 뭔가 비슷한 캐릭터여도 분명히 다른 사람이라고 본다. 제가 더 표현할 수 있는 선에서 다른 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 같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신현빈의 3번째 주연 영화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 더 나아져 뿌듯함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낯가리는데 낯 안 가리는 척하는 것! (웃음) 사실 작업을 하다 보면 감독님도 그렇고 스태프, 배우분들도 새로운 사람을 계속 만나게 되지 않나. 만날 때마다 사실 쉽지만은 않은데 낯 가리고 있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건 아니더라. 그게 사회성 아닐까. 낯 안 가리는 사람인 것처럼 말도 먼저 걸고 노력하려는 게 많이 생기는 것 같다, 확실히.

▶ 과거 인터뷰에서 연기를 시작한 걸 후회한 적이 없다고 답한 걸 봤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없는지, 그렇다면 그런 원동력은 어디서 오는지.

네. 그냥 (연기를) 좋아하는 것에서 오는 것 같다. 새로운 작품을 만나서 연기하고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일들, 사람들 힘으로 가는 게 아닐까. (연기는) 저를 되게 노력하게 하고 저를 기쁘게도, 슬프게도 한다. 제일 크게는 '저를 만드는 게' 연기이지 않을까. 계속 좋기만 하거나 계속 힘들기만 하면 오히려 질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으니 그 안에서 계속 갈 수 있는 것 같다. 결국은 좋아해서가 아닐까 싶다. 더, 더, 다른 걸 또 하고 싶은 마음,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계속 온 게 아닐까 싶다.

▶ 스물다섯 살 때 영화로 데뷔했다. 워낙 어렸을 때부터 배우 활동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어서, 혹시 조급한 마음이 들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조급한 마음이 있었던 시기가 분명히 있었다. 지금은 그런 걸 다 지나온 것 같다. 조급해한다고 뭐가 달라지지 않고, 저한테는 지금 이렇게 흘러가는 시간이 맞는 속도라는 생각이 든다. 남들보다 늦었을 수도, 어떻게 보면 빠를 수도 있는데 그게 제 속도이지 않을까. 저한테 주어진 상황에 맞는 속도인 것 같다.

▶ 곧 tvN 신작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시청자를 찾을 예정이다. 올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올해는 뭘 이루고 싶다 이런 생각은 딱히 안 했다. 거창한 목표가 없었다. 그냥 뭔가 매일매일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고, 건강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항상. (웃음) 일도 그렇고 사적인 시간도 그렇고 결국 매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문제니까. 되게 아무 일 없이 흘러가는, 반복적인 하루도 어떻게 보면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연초부터 영화 개봉하고 홍보하고 드라마 촬영을 하다 보니까 그냥 하루하루 잘 살아가는 것, 그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잘 챙겨 먹고 잘 살아야지!' 하고 생각한다. <끝>

배우 신현빈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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