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발리뷰]배구협회의 위로금 지급, 왜 ‘비밀’이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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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배구협회는 2020 도쿄올림픽 대륙별 예선에서 다쳐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에이스' 김연경을 비롯해 김희진, 이재영에게 위로금을 지급했다. 선수 복지 차원에서는 의미있는 결정이지만 이를 집행하는 과정의 문제가 불거졌다.(사진=국제배구연맹)

 

[노컷발리뷰]는 배구(Volleyball)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CBS노컷뉴스의 시선(View)이라는 의미입니다. 동시에 발로 뛰었던 배구의 여러 현장을 다시 본다(Review)는 의미도 담았습니다. 코트 안팎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배구 이야기를 [노컷발리뷰]를 통해 전달하겠습니다.

선의에서 시작한 위로금 지급. 하지만 ‘과정’이 문제다.

대한배구협회는 최근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대륙별 예선 도중 복근 부상을 당한 김연경(엑자시바시)에게 위로금을 지급했다. 한 언론의 단독 보도로 알려진 이 사실은 김연경이 위로금 전액을 배구 꿈나무를 위한 용품 지원 기부에 사용한다는 소식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위로금 지급 과정에서 배구협회의 어설픈 일 처리가 도마에 올랐다.

배구협회는 김연경 외에 시기와 금액의 차이는 있지만 김희진(IBK기업은행)과 이재영(흥국생명)에게도 위로금을 지급했다. 이 모든 사실은 위로금 지급을 비밀리에 진행한 협회 관계자를 통해 언론과 배구팬들에게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함께 대표팀에 차출됐던 동료는 물론, 소속팀에서도 위로금 지급 사실을 몰랐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 대부분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소속팀 복귀 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위로금 지급의 형평성 문제, 무엇보다 지급 과정의 불투명한 행정처리가 배구계 관계자 사이에서 논란이 됐다. 특히 이들에게 지급된 위로금 지급에 관한 규정이 없다는데 있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김연경과 김희진, 이재영에게 지급된 적지 않은 위로금의 출처는 대표팀 운영비다. 배구협회는 대표팀 운영비의 일부를 떼다가 이들 세 명에게 위로금으로 지급했다.

배구는 단체 종목이다. 뛰어난 개인의 존재가 승패를 결정할 수 있어도 결국 여러 명의 선수가 코트에서 하나가 됐을 때 승리할 수 있는 경기라는 의미다. 이를 가장 잘 아는 배구협회는 세 명의 선수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며 이를 철저히 숨겼다.

협회 관계자는 “다른 선수에게 분란을 일으킬 수 있으니, 회장이 절대 비밀로 하라고 했다”며 “대표팀 희생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소속팀 경기를 못 뛰는 차원의 위로금이니 부담을 갖지 말라고 했다”고 비공개로 위로금 지급을 진행한 이유를 밝혔다.

배구협회 스스로 위로금 지급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한 채 강행했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김연경이 배구협회가 위로금 지급 의사를 밝힌 자리에서 곧바로 평소 생각하고 있던 유소년 배구 발전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표시한 것 역시 사후 지적될 수 있는 과정의 문제에서 자유롭기 위함이었다.

배구협회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여기에 V-리그도 대표팀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적지 않은 액수를 지원금으로 냈다. 이 모든 금액은 사용 후 철저한 증빙이 필요하지만 배구협회는 이를 뒷전으로 미룬 채 위로금 지급을 집행했다.

배구협회 관계자 역시 “위로금 지급은 규정이 없다”면서 “협회가 대표팀 운영 예산에서 위로금을 지급했다. 예산 내에서 활용했으니 사후 처리는 규정에 맞게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배구협회를 지원한 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 배구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만나 "위로금 지급 과정 및 사후 처리에서 문제가 확인될 경우 추후 지원금 후원 등의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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