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120개국 암호장비 댄 회사 배후는 C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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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12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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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CIA 작전 기밀자료 입수…서독과 크립토AG社 몰래 소유해 각국 정보 빼내
"한국, 1981년 이 회사 상위 고객…90년대 독일 손떼고 CIA는 재작년까지 계속"
WP "CIA 역사상 가장 대담한 작전"…CIA 문건에도 "세기의 첩보 쿠데타" 평가

(사진=연합뉴스)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년간 전세계 정부를 상대로 암호장비를 팔아온 스위스 회사가 사실은 미 중앙정보국(CIA) 소유였으며 CIA는 서독 정보기관과 함께 손쉽게 정보를 빼내왔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폭로했다.

이 회사의 고객이었던 국가는 120개국이 넘는데 확인된 62개국에는 한국과 일본도 포함되며 특히 1981년 기준으로 한국이 이 회사의 10위권에 드는 고객이었다고 한다.

WP는 11일(현지시간) 독일의 방송사 ZDF와 함께 기밀인 CIA 작전자료를 입수,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2차 대전 이후 각국에 암호 장비를 제작·판매하는 영역에서 독보적 위상을 유지해온 스위스 회사 '크립토AG'는 사실 CIA가 당시 서독 정보기관 BND와의 긴밀한 협조하에 소유한 회사였다.

크립토AG는 2차 대전 당시 미군과 첫 계약을 맺은 이후 전 세계의 정부들과 계약을 맺고 암호 장비를 판매해왔으며 각국은 이 암호 장비를 통해 자국의 첩보요원 및 외교관, 군과의 연락을 유지해왔다.

CIA와 BND는 미리 프로그램을 조작해둬 이 장비를 통해 오가는 각국의 기밀정보를 쉽게 해제, 취득할 수 있었다. 누워서 떡 먹기식으로 기밀을 취득하면서 장비 판매 대금으로 수백만 달러의 거액도 챙길 수 있었던 것이다.

크립토AG의 장비를 쓴 나라는 120여개국에 달했으며 확인된 곳만 62개국에 달했다.

한국과 일본도 포함돼 있으며 앙숙 관계인 인도와 파키스탄은 물론 미국과 오랫동안 대치해온 이란, 미국의 오랜 우방 사우디아라비아도 포함돼 있었고 바티칸도 고객 리스트에 들어 있었다.

특히 1980년대의 경우 크립토AG의 '우수 고객'은 전 세계 분쟁지역의 리스트나 다름없었다. 1981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사우디가 이 회사의 가장 큰 고객이었으며 이란과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이라크, 리비아, 요르단에 이어 한국이 뒤를 이었다고 WP는 전했다.

입수 문건에는 미국과 동맹국이 다른 나라들을 오랫동안 이용해 장비 판매대금으로 돈도 받고 기밀도 빼낸 내역이 들어있으며 자칫 작전을 망치게 할 뻔한 내부갈등도 들어있다고 한다.

이 장비를 통해 1979년 이란에서 발생한 미국인 인질 사태 당시 CIA는 이란의 이슬람율법학자들을 모니터할 수 있었으며 포틀랜드 전쟁 당시엔 아르헨티나군의 정보를 빼내 영국에 넘겨줄 수 있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독재자들의 암살 과정과 1986년 리비아 당국자들이 서독의 베를린 나이트클럽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한 후 자축하는 과정도 고스란히 들었다.

이 작전에는 애초 '유의어사전'이라는 뜻의 'Thesaurus'라는 암호명이 붙었다가 나중에 '루비콘'으로 변경됐다.

WP는 CIA 역사상 가장 대담한 작전이라고 평가했다. CIA 작전사에도 "세기의 첩보 쿠데타"라는 표현이 등장한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의 주된 타깃이었던 구소련과 중국은 크립토AG의 장비를 절대 이용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 회사가 서방과 연계돼 있다고 의심했던 것이다.

그러나 CIA는 다른 나라들이 구소련 및 러시아와 연락하는 과정을 추적해 상당량의 정보를 취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설명했다.

1990년대 초에 들어서자 BND는 발각의 위험이 너무 크다고 보고 작전에서 손을 뗐다. 그러나 CIA는 독일이 갖고 있던 지분을 사들여 계속 작전을 이어가다가 2018년이 돼서야 물러섰다.

그즈음부터 국제 보안시장에서 온라인 암호기술의 확산과 맞물려 크립토AG의 위상이 떨어졌다고 WP는 전했다.

WP는 CIA 내부 기관인 정보연구센터가 2004년 완성한 96쪽짜리 작전 문건과 독일 정보당국에서 2008년 편집한 구술사 등을 확보해 이날 보도를 내놨다.

CIA와 BND는 코멘트 요청을 거부했으나 문건의 진위를 반박하지도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WP는 문건을 전부 읽을 수 있었으나 문건 제공자가 발췌본만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면서 일부 발췌본을 기사와 함께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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