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뉴스]14년 전 대법원 "성전환자 인권은 '기본값'"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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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정정 타당성에 대법관 13인 전원 동의
"성별정정, 선택적·자의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육군 부사관 변희수 하사가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전역결정 통보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한국에서 성별정정은 판사의 자의적 판단으로만 이뤄진다?"

트랜스젠더 여성의 군복무와 여대 입학을 두고 새삼스러운 논쟁이 불거지면서 불똥이 법원으로 튀었다. 기존 집단에서 트랜스젠더를 받아줄 것인지 다투는 것을 넘어 일각에서 성별정정 결정 자체에 반대하는 후퇴적인 주장마저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일선 법원에서는 25년 이상, 대법원에서도 14년 전부터 인정해 온 성별정정 결정 어디에서도 성전환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구절을 찾아볼 수 없다. 성전환의 배경과 타당성, 이들의 인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던 셈이다.

8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 2006년 6월 전원합의체는 옛 호적법(가족관계등록법) 상 성별기재의 정정을 허용했다.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이 재판장, 주심은 김지형 대법관이었다.

최근 논란과 달리 출생 시 외관에 따라 부여된 법적 성별과 자라나면서 실제로 느끼는 성별이 불일치하는 경우 정정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대법관 13명 전원의 의견이 일치했다.

대법원은 "사람의 성을 결정하는 데에는 성염색체와 이에 따른 생식기 등 생물학적 요소는 물론이고 개인이 스스로 인식하는 남성 또는 여성으로서의 귀속감, 성역할 수행 등 여러 요소가 존재한다"며 "이는 곧 각 요소들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어 "성전환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며 "성전환자임이 명백함에도 호적상 성별과 주민등록번호가 여전히 종전의 성을 따라야 한다면 비정상적인 사람으로 취급되고 취업이 제한되는 등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재판에서 트랜스젠더에 대한 성별정정 여부는 '논란의 대상'조차 아니었던 셈이다. 쟁점은 옛 호적법상 호적 기재 정정의 사유에 '성별 불일치'를 어떻게 적용할지 여부였다.

당시 호적법 제120조는 ①호적의 기재가 법률상 허용될 수 없는 것이거나 ②그 기재에 착오나 유루(누락)가 있다고 인정한 때 호적 정정 신청이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대법원은 "해당 조항은 호적의 기재가 부적법하거나 진실에 반하는 것이 명백한 경우 그 기재내용을 판결이 아니라 간이한 절차에 의해 사실에 부합하도록 수정하기 위한 취지가 있다"며 성전환도 호적 정정의 사유로 인정했다. ①의 내용에 따라 법률상 성별이 실질적으로 허용될 수 없어진 상황으로 판단하고, 호적 기재가 진정한 성별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손지열·박재윤 대법관이 호적법 제120조의 '정정' 개념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취지의 반대의견을 냈다. 성별 변경을 위한 근거 법률과 절차가 없는 상황에서 호적 정정절차를 통해 성별 변경을 허용하면 신분관계를 공시하기 위한 본래 호적제도의 목적을 벗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법률에 대한 유추해석을 너무 확장해서는 안된다는 절차적 관점에서의 비판이었다. 손·박 대법관 역시 "성전환자가 헌법상 보장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향유할 수 있도록 전환된 성으로 활동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보완하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은 해당 전원합의체 결정을 실무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성전환자의 성별정정허가사건등 사무처리지침'을 제정해 현재까지 성별정정 신청에 대응하고 있다.

성별을 정정하려는 사람은 △성전환증임을 진단한 2명 이상의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서 △성전환 시술을 한 의사의 소견서 △현재 생식능력이 없고 향후 회복 가능성이 없음을 확인하는 전문 의사의 진단서 △신청인의 성장환경진술서와 2명 이상 인우인의 보증서 등으로 매우 엄격하다. 이외에 △신용정보조회서 △범죄경력조회서 등이 추가로 요구되기도 한다.

트랜스젠더의 존재와 그에 따른 성별정정 자체를 부정하는 측에서는 판사가 자의적인 판단으로 성전환을 인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성전환자들의 인권을 해칠 소지가 있을 만한 신체 사진이나 증빙까지 요구하는 '깐깐한' 재판부도 있는 상황이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기본적으로 한국 시스템에서는 워낙 요구하는 내용이 많기 때문에 이를 통과한다면 '성별정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로 봐야 한다"며 "다만 비수술 트랜스젠더의 경우 각급 법원별로 판단이 통일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예규 정비나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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