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했던 고유정 초동수사…경찰, 실종대응 다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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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위험도 판단 시기 '112 신고 접수' 시점으로 앞당겨
실종수사 매뉴얼·위험도 체크리스트 개선…부서간 협업 강화

지난해 7월 9일 피해자 유가족과 제주도민들이 제주동부경찰서 앞에서 전남편 살해사건 부실수사 문제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CBS노컷뉴스가 집중 보도한 '제주 전남편 살해사건' 초동수사 부실 문제와 관련해 경찰이 실종사건 대응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실종 신고 접수 즉시 강력범죄 연관성을 신속하게 판단하기 위해 관련 매뉴얼과 위험도 체크리스트를 개선하고 부서 간 협업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관련 기사 2019년 7월 25일자 CBS노컷뉴스 <'고유정 사건' 경찰 실종수사 한계…개선방안은?>)

경찰청은 최근 '실종사건 대응 역량 강화' 계획을 확정하고 전국 각 지방청과 일선 경찰서에 계획안을 전달했다.

이번 계획안은 고유정 전남편 살해사건 초동수사 과정에서 안일하게 대응하다 수사가 지연된 사실이 확인되자 개선책으로 마련됐다.

피해자 유가족의 실종신고 이후 담당 부서인 여성청소년과 수사팀이 범죄 혐의점을 확인하고 형사과로 사건을 인계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노출됐다.

실종사건 수사 전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수사 매뉴얼과 부서 간 협업 체계가 부실한 점도 문제를 키웠다.

이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경찰청은 사건 위험도을 판단해 현장 출동과 실종수사 매뉴얼 등 실종사건 대응 체계를 전반적으로 개선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실종 사건의 1차 위험도 판단 시기를 '112 신고 접수' 시점으로 앞당겼다. 이전까지는 112 신고 접수 후 지역경찰(지구대‧파출소)을 거친 뒤 여청 수사팀에서 위험도 판단을 내렸는데 두 단계나 앞선 것이다.

기존에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사건 위험도 체크리스트'도 개선됐다. 최근 3년간 발생한 실종사건을 중심으로 핵심 키워드를 추출‧분석하고 현장 의견을 반영해 구체적으로 바꿨다.
(사진=연합뉴스)

 


112종합상황실은 개선된 체크리스트로 접수된 실종사건을 고‧중‧저위험군으로 분류하게 된다.

강력범죄 피해 의심이 드는 고위험군 사건에 대해서는 여청 수사팀과 형사과가 실종신고 직후부터 범죄 혐의를 조사한다. 가출인, 실종아동 등 중‧저위험군 사건의 경우 여청 수사팀‧지역경찰이 투입된다.

다만 긴급성, 현장성이 낮아 즉각적인 조치가 불필요한 저위험군 사건은 지역경찰이 먼저 출동한 후 여청 수사팀이 지원하도록 했다.

이후 현장 수사 회의와 추가 정보 수집을 통해 초동수사팀이 2차 위험도를 판단한다. 이어 실종신고 이후 '12시간' 안에 최종적으로 여성청소년과‧형사과 합동심의가 열려 범죄 관련성을 판단하고 사건 주무 부서를 결정하게 된다.

이전까지는 실종신고 이후 여청 수사팀에서 형사과로 사건을 인계하는 과정에서 빈틈이 많았다면, 앞으로는 처음부터 여청 수사팀과 형사과의 협업으로 인해 빈틈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또 범죄 연관성이 확인되면 기존보다 형사과로 빠르게 사건이 인계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실종자의 성별이나 나이가 아니라 실종 상황에 중점을 두고 수사가 이뤄지게 돼 '전남편 살해사건'에서처럼 '성인 남성 실종' 신고라 해서 위험도를 낮게 판단했던 실책을 줄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경찰청은 현장 경찰관의 상황 판단 역량을 높이기 위해 개괄적인 수준에 불과했던 실종수사 매뉴얼을 전문 수색‧수사 기법을 추가해 내실화했다.

앞서 지난해 7월 경찰청이 '고유정 사건'처럼 중요 사건은 초기부터 경찰청‧지방청‧경찰서 간 신속한 지휘체계를 구축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수사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에 초동수사까지 전반적으로 개선이 이뤄지게 됐다.
고유정. (자료사진)

 


한편 CBS노컷뉴스 단독 취재 결과 사건 초기 경찰이 '성인 남성의 자살 의심 신고'로 접수됐다는 이유로 고유정의 허위 진술에 휘둘리며 시간을 허비한 사실이 드러났다.

범행 전후 고유정의 수상한 행적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도 유가족이 경찰에 찾아주며 수사가 본격화한 사실이 지적되기도 했다.

또 경찰이 고유정을 긴급체포할 당시 계획범행의 중요한 단서인 수면제 약봉지를 놓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은 뒤늦게 현 남편이 이 사실을 알린 뒤에야 관련 수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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