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호남 찾아 새출발 의지…安風 재현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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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 귀국 후 첫 행선지 광주…국민의당 돌풍 진원지
"진심으로 사과하러 왔다" 새출발 앞서 호남 민심 얻기
실용적 중도정당 호남 기반?…"많은 분 만날 것" 말 아껴
과거와 다른 호남 민심, "광주정신 모독하지 마라" 항의도
바른미래 리모델링 孫 담판 관건…여전히 사퇴 선긋는 孫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20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열사묘역을 참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20일 귀국 후 첫 행선지로 광주를 찾았다. 과거 국민의당 돌풍 진원지인 호남을 방문해 새출발을 알리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안 전 의원은 국민의당을 지지했던 호남을 향해 사과하러 왔다고도 했다. 실용적 중도 정당을 만드는데 앞서, 호남 민심부터 보듬고 가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다만 호남 민심이 여전히 그를 환영할지는 아직 미지수로 남았다.

◇ 2년 만에 광주 찾은 安 "진심으로 사과"…호남 기반 신당은 말 아껴

안 전 의원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 광주 5‧18 민주묘지를 방문했다. 그의 곁에는 김동철‧박주선‧주승용 의원 등 호남계 의원들과 권은희‧이동섭 안철수계 의원들, 당권파 최도자 의원 등도 두루 함께 했다.

검은색 양복과 타이를 갖춰 입은 안 전 의원은 방명록에 '독재의 벽을 부수고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치신 님들을 추모하며 그 뜻을 가슴깊이 새기겠습니다. 평화와 인권이 살아숨쉬는 나라, 공정한 사회,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 진정한 진짜 민주주의를 실현하겠습니다'라고 썼다.

안 전 의원은 헌화와 분향 후 고(故) 윤상원, 박기순 열사의 묘소와 박관현 열사의 묘소에 참배했다. 이후 취재진이 빠진 뒤 윤상원, 박기순 열사 묘소에 다시 들러 10여분 가까이 혼자 참배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그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윤상원, 박기순 열사는 함께 들불야학에서 일했고, 5‧18 항쟁을 이끌다 사망했다. 민주화 운동 1주년 때 영혼 결혼식을 올렸다"라고 설명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20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민주의 문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안 전 의원은 참배 뒤 기자들과 만나 "먼저 사과의 말씀부터 드리겠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영호남 화합, 그리고 국민통합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당 지지하시는 분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라고 참회했다.

다만 새롭게 차릴 실용적 중도정당이 국민의당처럼 호남 기반이냐는 질문엔 잠시 침묵 뒤, "당내외 많은 분들을 만나 뵙고 먼저 말씀드리는 것이 순서"라며 "많은 분들의 동의를 구하고 함께 결정해서 실용적 중도정당을 만드는데 제 온 힘을 다하겠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호남에 반성의 뜻을 전하고 새출발의 의지를 다지면서도 실용적 중도정당의 지역 기반에 대해선 말을 아낀 셈이다. 현재 남아있는 바른미래당 리모델링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가운데, 손학규 대표의 사퇴 문제 등 여러 복잡한 사안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안 전 의원은 또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등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당 간 제3지대 통합과 관련 "노선과 방향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노선이 맞다면 많은 분들의 힘을 구하겠다"고 덧붙였다.

◇ 안풍 진원지였지만 과거와 다른 현재…孫과의 담판도 불가피

안 전 의원의 광주행은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해 1월 방문 이후 2년 만이다. 호남은 2012년 대선 당시 안풍(安風)의 진원지이자,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전체 28석 중 23석을 몰아준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호남은 안 전 의원에게 든든한 지역기반이 될 수 있다. 호남 표심을 그의 실용적 중도정당으로 이끈다면 상당한 동력을 삼을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호남 민심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호남 기반 정당의 '견제구'도 자리하고 있다. 대안신당은 "금의환향이 아닌 돌아온 탕자"라고 했고, 박지원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광주 시민들이 한 번 당하지 두 번 당하겠나"며 "'아니올시다'이다"라고 꼬집었다.

이날 5‧18 민주묘지에도 당원 및 지지자들은 50여명에 그쳤다. 일부 광주 시민은 "광주정신을 모독하지 말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안 전 의원은 '광주 모독' 등의 지적에 대해 "지지해주셨던 많은 분들께 감사드리고, 그 과정에서 부족했던 저에 대해 사과드리러 왔다. 그 목적 밖에 없다"고 답했다.

정계 복귀를 선언한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하고 있다.(사진=윤창원 기자)

 

앞서 안 전 의원은 5‧18 민주묘지 방문 이전 이날 오전 국립현충원을 찾아 전직 대통령 묘역(김대중·김영삼·이승만·박정희)을 참배했다. 이중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가장 먼저 참배했는데, 이 역시 호남을 염두한 행보로 풀이된다.

현충원 참배 뒤 기자들과 만나 보수통합에 대한 질문에 "선거 자체에 대한 깊은 고민이 아직 머릿속에 없다"며 "우선 절박하게 지켜봤던 대한민국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고 국민에게 뜻을 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손학규 대표와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히 만나고 상의드릴 분이 많다"면서도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바른미래당을 신당 수준으로 재창당하기 위해선 손 대표와의 담판이 불가피하다.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안 전 의원을 향해 "조속한 시일 내에 나라를 위한 논의를 함께하길 바란다"면서도 사퇴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한편 안 전 의원은 현충원 방명록에 "선열들께서 이 나라를 지켜주셨습니다. 선열들의 뜻을 받들어 대한민국을 더욱 굳건이 지켜내고, 미래세대의 밝은 앞날을 열어나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과정에서 '굳건이'의 맞춤법(굳건히)을 잘못 쓰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이날 현충원과 광주 방문 일정까지 마친 안 전 의원은 처가가 있는 전남 여수로 떠났다. 이후 자신의 고향이자 본가가 있는 부산으로 이동해 1박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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