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주택거래허가제는 과연 反시장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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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때 도입된 토지거래허가제 합헌 결정
필요하다면 시장에 먹힐 충격요법 써야

(사진=연합뉴스)

 

인류역사를 통해 자유시장경제가 경제주체들의 합리적 의사결정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사실을 경험했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이 적절히 통제되지 않을 때 대공황과 같은 시장의 실패로 이어져 엄청난 사회적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 또한 역사의 교훈이다. 독과점 방지, 노동3권 보장 등은 시장의 실패를 막기 위한 개입이었다.

시장의 기능이 올바로 작동하는지 감시하면서 시장의 실패가 우려될 시 적절히 개입해 바로잡는 것은 정부에게 주어진 중요한 책무이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최근 CBS뉴스쇼에 출연해 '부동산매매허가제‘ 즉 주택거래허가제의 검토 가능성을 언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에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이고,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좌파적 발상이라며 비난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택은 토지와 함께, 일반상품이나 재화와는 다른 특성이 있다. 우선, 수요공급의 탄력성이 매우 낮아 가격변화에 수급조절로 대응하는 것이 제한돼 급격하게 가격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집값의 급변동은 사회구성원 간 위화감과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켜 사회갈등의 원인이 된다. 노무현정부 말기의 지지율 저하와 박근혜정부 때의 민심이반 근저에는 집값상승의 영향이 컸다. 경제적으로도 자산거품을 만들어 국가경제의 체력을 약화시키고, 비용부담을 늘려 생산성과 성장 동력을 떨어트리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이처럼 집값이 미치는 사회경제적 영향이 워낙 크고, 공급 조절을 통한 단기대응이 어렵다는 점에서 대부분의 정부들이 긴 안목의 주택정책 추진과 함께 부동산시장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최소한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특단의 대책도 추진해야 하고 주택거래허가제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진=자료사진)

 

박정희 정부 때인 지난 1978년, 땅 투기를 잡기 위해 정부가 토지거래허가제를 도입할 때도 위헌 논란이 있었지만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토지의 투기적 거래 억제를 위해 부득이하게 특정 지역에 한해 처분을 제한하는 것은 재산권의 본질적 침해가 아니라는 게 합헌결정의 핵심 이유였다.

주택거래허가제의 경우도 현재 주택시장의 자율 조정기능이 이미 왜곡돼 있는데다 특정 지역에 국한해 허가제를 실시한다면 위헌성을 비켜갈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주택거래허가제를 두고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좌파적 발상이라는 비난한다면 토지거래허가제를 도입한 박정희 정부도 자유로울 수 없다. 부동산이 갖는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시장 논리를 똑 같이 적용해야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을 뿐 아니라 위험한 발상이다. 시장의 자율조정 기능을 상실한 지금의 부동산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 것이야 말로 시장경제를 굳건히 지켜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이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또 다시 집값상승이 기승을 부릴 경우 경제주체들이 체감하고, 시장에 먹혀들어갈 수 있는 보다 특단의 충격요법이 필요하다.

위헌의 소지만 지나치게 내세워 아예 논의 자체를 봉쇄하기보다는 위헌 논란을 피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주택거래허가제를 도입할 방안은 없는지 정부가 미리 검토하고 만약을 대비하는 게 지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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