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첫 선고에서 '무죄' 받은 유해용…어떤 의미 담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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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구속영장 가장 먼저 청구한 인물
유해용 무죄, 사법농단 본류 재판엔 큰 영향 줄 수 없을 듯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사진=연합뉴스)

 

13일 법원이 '사법행정권 남용사건'과 관련해 유해용 변호사(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사법연수원 19기)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해 재판정보를 청와대에 빼돌렸다는 혐의 등이 무죄가 되면서 임 전 차장의 경우에도 같은 사안에서는 혐의를 벗을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법농단 사태 전체에서 유 변호사 건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그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사법농단 본류에 대한 재판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먼저 이날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유 변호사의 혐의들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유 변호사는 지난 2016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재직 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이었던 김영재 원장의 부인 박채윤씨의 특허분쟁소송,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지위확인 소송, 전교조 사건 등 청와대의 '관심 재판'들에 개입하고 관련정보를 청와대에 넘긴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무상 기밀누설)를 받았다.

대법원 판결은 보통 재판연구관들이 쓴 검토보고서 및 판결문 초고를 바탕으로 작성되는데 유 변호사는 이를 총괄한 수석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다.

특히 유 변호사는 청와대에 드나들며 박 전 대통령에게 미용성형 시술을 했던 김영재·박채윤 부부의 '리프팅 실' 기술 관련 특허권 소송 상고심과 관련해 사건 진행경과와 처리계획 등 기밀사항이 담긴 보고서를 해당사건 담당 재판관에게 작성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유 변호사는 "대통령 관심사항이니 챙겨봐달라"는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부탁을 받은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 처장의 지시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이를 공모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재판연구관 조장들로부터 수만 건에 이르는 재판 관련 보고서와 판결문 초고 등을 이동식 저장장치(USB)에 받아 저장한 뒤 2018년 2월 퇴임하면서 이를 무단반출한 혐의(공공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 위반·개인정보보호법 위반)도 있었다.

유 변호사는 검찰 수사 당시 해당자료들을 폐기하지 않겠다고 '서약서'까지 쓴 상태에서 이를 파기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 보관해둔 사건 검토보고서, 판결문 초고 등 대법원 내부 문건 수백 개를 파쇄하고 저장장치는 분해 후 버리는 등 고의적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이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검찰총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유해용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사진=이한형 기자)

 

아울러 유 변호사는 재판연구관을 지내며 관여했던 숙명여대의 '변상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변호사 개업 후 수임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도 받았다.

해당사건은 원고인 숙명여대가 원심에서 승소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상고해 3년 반 넘게 결론이 나지 않다가 유 변호사가 2018년 6월 원고 대리인 소송위임장을 낸 지 약 2주 만에 원심 판결이 확정됐다.

또 유 변호사는 검찰이 '사법농단' 의혹 관련수사에 착수한 이후 처음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은 지난 2018년 9월 수사 3개월 만에 유 변호사에 대해 공무상비밀누설·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당시 법원은 유 변호사가 작성을 지시하고 편집한 문건에 대해 "상고사건의 통상적 처리절차 등의 일반적 사항 외 구체적 검토보고 내용과 같이 비밀유지가 필요한 사항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히는 등 장문의 사유를 들어 기각했다.

일각에서는 압수수색 영장을 세 번이나 기각하는 등 유 변호사에 대한 수사 당시부터 법원 내부의 '조직적 은폐'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만큼, 이번 판결에 대해서도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유 변호사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무죄'로 나오면서 그와 공모자로 적시된 '사법농단' 사태의 '키맨', 임 전 차장의 판결에도 영향이 있을지 주목된다. 임 전 차장은 유 변호사의 공판에서 '첫 증인'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임 전 차장은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 근무하며 실무를 총괄했다. 그는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의 위상강화를 위해 직권을 남용하고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등에 개입하며 관련법관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18년 11월 임 전 차장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공무상비밀누설·형사사법절차 전자화촉지법 위반·위계공무집행방해·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의 약 30가지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임 전 차장은 '사법농단'과 관련해 처음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의자로 공소장만 240여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임 전 차장의 혐의가 워낙 방대한 만큼 유 변호사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단이 그의 추후 판결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설령 '공모' 혐의에 대한 부분이 참작되더라도 일부 감형에 그치지 않겠냐는 취지다.

앞서 임 전 차장은 지난해 1심 재판부를 상대로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고 해당신청은 항고와 재항고를 거쳐 대법원의 심리를 받고 있어 임 전 차장의 재판은 사실상 멈춰있는 상태다.

한편 지난해 초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공무상 비밀 누설, 위계 공무 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또 양 전 대법원장과 공범관계가 인정된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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