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세가 연기한 '노규태' 안엔 오정세의 발자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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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동백꽃 필 무렵'을 보내며 ②] 옹산 사람들을 만나다 ⑸ 노규태
노컷 인터뷰 - KBS2 '동백꽃 필 무렵' 노규태 역 배우 오정세

KBS2 '동백꽃 필 무렵' 속 노규태 역으로 열연한 배우 오정세 (사진=방송화면 캡처)
노규태_당신, 나 모성애로 좋아했지? 지금도 사고 친 자식, 모른 척할 수 없는 그런 맘이지?

홍자영_그럼 당장 살인누명 쓰게 생겼는데 쌩까냐?

노규태_미안해, 당신 엄마 만들어서. 당신도 여자 하고 싶었을 텐데…. 맨날 엄마 노릇 하게 해서, 미안해. 근데, 당신이 나 혼내는 마음도 사랑이었듯이, 내가 당신한테 죽어라 개기던 마음도 사랑이었어. 당신 앞에서 나도 좀…. 남자 하고 싶었어. 그래서 더 못나졌던 거 같애. 미안해. 미안해, 자영아.

(중략)

수사관_마지막으로, 당신은 아내를 사랑하십니까?

노규태_예.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_KBS2 '동백꽃 필 무렵' 33회 중

자칭 '차기 옹산군수'인 '사'자 직업을 가진 안경사 노규태. 옹산에서 유일하게 '시바써리'(시바스 리갈)을 먹는 사람이라며 동백(공효진 분) 앞에서 대놓고 자기를 내세운다. 곧 죽어도 '땅콩 서비스'를 받겠다고 진상을 부리다가 '노규태존(NO규태ZONE)', '노규태 NO땅콩'의 굴욕을 겪는다. 동백에게 주려던 명품 아이크림은 어쩌다 보니 향미(손담비 분)에게 가고, 그렇게 노규태의 인생은 꼬인다. 아내 홍자영(염혜란 분)을 마음 아프게 한 것이다.

여기 삐쭉 저기 삐쭉 얼굴 디밀고 다니며 동네 유지 노릇하는 얄미운 노규태, 땅콩 서비스 달라고 진상처럼 구는 노규태, 외로움에 허덕이며 향미에게 아이크림을 건넨 노규태, 그러나 마음으로는 아내 홍자영만을 사랑한 노규태. 이 모든 노규태를 '노규태' 그 자체로 연기한 배우 오정세를 지난 11월 27일 오후 그의 소속사인 서울 강남구 역삼동 프레인TPC에서 만났다.

오정세와의 만남에 앞서 기자들을 반긴 건 '옹산의 하찮큐티 노규태ZONE'이라는 현수막과 노규태 사진에 '기자님들의 리즈를 아는 남자'라는 글이 적힌 '땅콩 서비스'였다.

배우 오정세 (사진=프레인TP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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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태프, 배우, 감독, 작가의 작은 행동과 말이 모여 만든 '동백꽃 필 무렵'

"우리 드라마 마지막에 작은 선의들이 모여서 큰 기적을 만든다는 신을 보는데, 스태프들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들의 작은 행동들, 말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들인데, 조명 감독님이 나이가 많은데도 쓰레기가 있으면 직접 치우는 모습. '동백꽃 필 무렵' 내에서도 별거 아닌 대사들. 이런 것들에 울컥하는 게 있는데 현장에서도 그런 게 있었어요. 좋은 작품 해주셔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저도 '동백꽃 필 무렵'이란 작품을 통해 위안받고, 응원받고, 힐링을 받았어요."

KBS2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노규태 역을 맡은 배우 오정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위안받고, 응원받았다고 말했다. 배우, 작가, 감독, 스태프 등 모두의 노력이 모여 행복과 용기를 전한 드라마를 만들었다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주위에서도 '좋은 작품'에 대한 칭찬과 격려가 쏟아졌다.

오정세는 "주위의 배우들이 '너희 작품 너무 좋다', '부럽다' 등의 칭찬을 받으면 불편해하는 성격인데, 이번 작품을 그런 칭찬이 너무 좋았다. 나도 정말 좋고, 정말 좋은 작품을 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며 "임상춘 작가님의 다음 작품이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58번째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 엔딩 크레딧 제일 마지막 역할이라고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KBS2 '동백꽃 필 무렵' 속 노규태 역으로 열연한 배우 오정세 (사진=방송화면 캡처)
인터뷰 내내 오정세는 정말 좋았다, 좋은 작품이었다고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자부심과 뿌듯함이 느껴졌다.

'동백꽃 필 무렵'에 참여한 배우는 물론 연출자인 차영훈 PD까지 빠지지 않고 이야기한 것은 임상춘 작가의 필력과 그런 작가가 써 내려간 대본의 힘이다. 배우들은 함부로 애드리브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짜인 대본을 받아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이야기를 받아들 때 배우는 어떤 기분이 들까.

오정세는 "기본적으로 그런 대본을 받으면 옷 안 주머니에 넣고 싶은 게 있다"며 "보물을 찾은 것처럼 막 벅차고, 기분이 좋고, 행복하고, 반갑다. 기본적으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배우로서 어떤 작품을 준비하고 시작한다고 하면 그때부터 나름의 스트레스가 있다"며 "작가님이 써준 규태만의 뭐가 있을 텐데, 다른 무엇이 있을까 등 여러 가지를 고민하는 건강한 스트레스"라고 설명했다.

배우 오정세 (사진=프레인TPC 제공)
◇ 노규태 속 외로움과 2% 부족함을 자기 안에 쌓아 올린 오정세

극 중 노규태는 동네 오만 일에 다 '짖고' 싶다. 그런 "규태는 Dog(개)다." 여기저기 참견하고 싶고, 완장 차고 싶은 게 노규태다. 질투 많고 편 가르기 좋아한다. 카카오톡 프로필에 '국민의 리즈를 아는 노규태'라고 써놓을 정도로 꼭 말할 때마다 한 글자씩 틀리는 허당기도 가졌다. 늘 한 글자씩 놓치는 것처럼 노규태는 늘 마음 한구석이 무엇 하나 놓친 것처럼 외롭다.

오정세는 노규태에 대해 "기본적인 바깥 틀은 허세가 많이 있다"며 "그러나 정말 얇은 한 껍질만 벗기면 거기 안에 '어른 아이'가 들어있다. 속이 다 들여다보이고, 외로운 인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서 그냥 챙겨주고 싶은 정서가 생기기도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오정세는 반쯤은 농담으로 "차영훈 감독님에게서 노규태를 봤다. 차 감독님은 이렇게 건들면 운다. 뭔지는 정확히 몰라도 울 거 같은 정서로 꽉 차 있다"며 "또 놀 때 보면 되게 해맑고 신나게 논다. 엉뚱해 보이고 동작은 바보스러운데 사랑스럽게 논다. 그 정서를 내가 갖고 왔어야 하는데, 조금만 일찍 관찰했다면 발견할 수 있었는데"라고 말하며 웃었다.

오정세가 잠시 이야기했지만 노규태는 유치한 겉모습 안으로 외로움을 구겨 넣은 인물이다. 그런 외로움이 엉뚱하게도 향미에게로 발현되며 잠시 삐끗했지만 노규태의 사랑은 '홍자영'이었다. 노규태는 홍자영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당당하게 거짓말 탐지기 앞에 앉았다. 그리고 홍자영이 참관하는 와중에 기계의 힘을 빌려 자신의 진심을 전했다.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당신만을 사랑합니다"라고 말이다.

KBS2 '동백꽃 필 무렵' 속 노규태 역으로 열연한 배우 오정세 (사진=방송화면 캡처)
"노규태는 외로워서 칭찬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어 했어요. 기본적으로 외로운 정서가 있는 인물이라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규태의 외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방 안에 외로움에 관한 책을 준비했고, 출장 갔다 온 여행용 가방 안에도 그런 책들을 비치해 놨죠. 또 허세나 2% 부족함을 나타내기 위해서 하얀 바지 속에 색깔 있는 속옷을 입는가 하면, 허리띠는 항상 하나를 안 채우는 등의 작업을 했어요. 그래야 제가 규태라는 친구를 만나기 쉬울 것 같았죠. 내적으로 내가 단단해져야 좋은 대사를 잘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정세가 노규태를 온전히 '노규태'로 보이기 위해 준비한 건 '말'이었다. "클린턴도 재선에서 '당첨'이 됐는데", "국민의 '리즈'를 아는 노규태" 등 중요한 순간마다 단어를 잘못 말하며 살짝 부족함을 드러낸다. 오정세는 상황에 맞게 쓰기 위해 이런 말들을 모았다.

오정세는 "유식한 말을 쓰고 싶지만 이상하게 나오는 게 있다. '적역'인데 '저격'이라고 하거나, '당선'인데 '당첨'이라 하는 것처럼 그런 말들이 쌓이면 규태의 캐릭터를 살릴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며 "주변 지인을 통해 딱 들어맞는 상황이 생긴다면 사용하기 위해 메모해 놓은 말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메모장에는 예를 들어 주유소에서 '기름을 얼마만큼 넣어 드리냐'는 질문에 '어, 여기 30킬로그램(㎏)'이라고 한다거나, 호텔에서 '어, 여기 로그인하는 데가 어딘가' 등의 말이 적혀 있다. 시청자에게 오롯이 '노규태'로 보이고 싶은 오정세의 욕심이자 노력이다.

영화 '극한직업' 속 테드 창으로 분한 배우 오정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지금처럼' 행복하고, '지금처럼' 연기하고 싶은 배우 오정세

'동백꽃 필 무렵'에서 노규태를 연기하기 위해 작은 디테일까지 챙기고 메모한 것처럼 오정세는 매 작품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접근해 나간다. 그렇게 '스윙키즈'(2018)에서는 오롯이 강병삼이 됐고, '극한직업'(2018)에서는 테드 창이 됐다.

"기본적으로 오정세라는 재료로 연기하니 분명 오정세와의 교집합은 있겠죠. 그러나 억지로 변화를 주기보다는 이 작품, 이 인물에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 생각하는 노력을 많이 해요. 그렇게 작품마다, 역할마다 내가 어디에 힘줘야 하고 어디에 정신을 몰두해야 할까 생각하다 보면 조금씩 달라지는 거 같아요. 오롯이 거기에 집중해서 하다 보면 그 인물의 색이 나타나죠. 같은 색이라도 결이 달라질 수 있는 거 같아요."


같은 색의 캐릭터라도 결을 달리할 수 있는 건 그간 한 사람으로서, 배우로서 이런저런 경험과 감정을 오정세 안에 차곡차곡 쌓아왔기 때문이다. 지난 시간 축적된 것들이 작품과 캐릭터를 할 때 오정세만의 '무기'가 된다.

오정세는 "오정세란 사람이 살아가면서 감정이나 세포들은 계속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어느 때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받고 복수심과 분노에 꽉 차 있기도 하고, 어느 때는 아이들이 너무 예뻐 보이는 감정으로 꽉 찰 때가 있다"며 "내 안에 무기들은 계속 바뀌고, 또 바뀌면서 없어지기도 하고 축적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배우 오정세 (사진=프레인TPC 제공)
많은 작품에서 많은 역할을 해 온 배우 오정세지만 그런데도 가야 할 길이 더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무기들을 바탕으로 오정세는 '과연 오정세가 저 역할에 어울릴까?', '오정세가 할 수 있을까' 등의 물음표를 던지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오정세가 잘 그려지지 않는 역할이나 작품에 도전해 또 다른 '오정세'를 선보이고 싶다는 것이다.

오정세는 그렇다고 어떤 변신이나 도전에 대한 부담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중요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변신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지만, 그런 부담감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을 거 같다"며 "그래서 연기에 대한 안테나는 세우되 작품 안에서 인물을 어떻게 녹여낼까 고민하면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오정세가 매년 하는 말이 '지금처럼'이다. 오정세가 배우 인생을 살아가며 남길 발자취 속에 있는 단어 역시 '지금처럼'이다.

"지금처럼 행복하게 하고 싶어요. '지금처럼'이란 말을 매년 하는 거 같아요. 이게 '동백꽃 필 무렵'을 만나서 좋은 '지금'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에요. 열심히 뛰어다니며 단역을 하나 맡아서 한 해 동안 한 작품을 한 적도 있어요. 그때도 전 행복하게 작업했어요. 내년도 지금처럼 행복하게 배우 생활을 하면 좋겠어요. 내년도, 내후년도 작품의 흥행과 상관없이 지금처럼 행복하게 작업했으면 합니다." (웃음)

배우 오정세 (사진=프레인TP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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