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피아비 "캄보디아서 감자 캐던 내가 당구 세계 2위"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당구장 따라갔다가 재능 발견
3만원 큐대로 12시간 넘게 연습
캄보디아서 '스포츠 영웅' 뿌듯
가난한 아이들 위한 학교 만들 것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스롱 피아비(당구선수)

2010년 캄보디아에서 결혼해 온 평범한 이주 여성이 한국 당구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올 들어서만 국내 대회 우승을 4번 했고요. 여성 스리쿠션 당구 분야의 아시아 선수권 대회를 2년 연속 제패했습니다. 세계 랭킹으로는 2위. 선수로 등록한 지 1년 반 만에 이뤄낸 성과랍니다. 남편은 복사 가게를 하는데 그 남편의 권유로 큐대를 잡기 시작했다고 해요. 참 여기까지만 들어도 와, 대단한 스토리다. 이런 생각이 드시죠. 오늘 화제의 인터뷰. 한국 당구 랭킹 1위, 세계 랭킹 2위 스롱 피아비 선수 스튜디오로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캄보디아 이주 여성이자 프로당구 챔피언인 스롱 피아비 선수(오른쪽). (사진제공=연합뉴스)

 

◆ 스롱 피아비>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안녕하세요. 지난 수요일에도 국내 대회 우승하셨죠?

◆ 스롱 피아비> 네.

◇ 김현정> 올 들어서만 지금 이게 3번, 4번?

◆ 스롱 피아비> 네. 3번요.

◇ 김현정> 그런데 지난달에 있었던 아시아 대회에서도 우승하시고?

◆ 스롱 피아비> 또 양구에서도 우승하고 또 이번 제가 철원 오대쌀배 시합.

◇ 김현정> 거기서도 우승하고.

◆ 스롱 피아비> 2019년 그렇게 마무리됐습니다.

◇ 김현정> 우승하고 기분이 어떠셨어요?

◆ 스롱 피아비> 정말 너무 기쁘고 정말 이렇게 같이 연속 우승하니까 정말 기쁘다는 말 이상 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뭐라고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기쁘다. 여러분, 스롱 피아비 선수는 2010년에 한국으로 결혼을 해 왔어요. 그런데 보니까 당구를 2011년에 시작하셨네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원래 캄보디아에서 당구 좀 치셨어요?

◆ 스롱 피아비> 아닙니다. 이쪽 캄보디아는 스포츠 없었어요. 당구도 없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뭐 하시던 분이세요, 캄보디아에서?

◆ 스롱 피아비> 저 캄보디아에서 아버지랑 같이 농사. 감자, 논 농사로 같이 일했어요.

◇ 김현정> 감자 농사지으시던 분이세요?

◆ 스롱 피아비> (웃음) 네, 감자 사장님이요.

◇ 김현정> (웃음) 감자 사장님. 그러면 2011년에 처음 어떻게. 처음 당구대를 태어나서 처음 어떻게 잡으신 거에요?

◆ 스롱 피아비> 제가 한국 와서 그냥 평범하게 식당 일, 공장 이렇게 생활하는데 남편이랑 저녁에 심심한 거예요. 그래서 당구장 갔어요. 같이 따라갔죠. 저는 혼자니까 많이 외로워서 그냥 가서 제가 이렇게 앉아 있어요. 여자들은 당구 안 치잖아요. 남편도 친구랑 같이 치다가 저한테 “한번 해 봐.” 이렇게 된 거예요. 그냥 한번 얘기해서 따라했는데, 다 한 거예요, 한번에.

◇ 김현정> 앉아 있는 부인더러 한번 쳐 보시오 해서 쳤는데.

스롱 피아비 선수가 선수 지망생들을 대상으로 당구 큐 잡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스롱 피아비> 한번 브리지 잡고 그냥 가르쳐줬는데 한 번에 다 따라한 거예요. 또 저는 한 번 알려주면 다 잘해요. (웃음)

◇ 김현정> (웃음) 당구 천재. 남편이 우와! 아니, 우리 아내가 당구 천재네? 이렇게 돼서 그래서 그다음부터 남편이 당신은 일하지 말고, 복사 가게 나오지 말고 당구만 치시오. 이렇게 됐다면서요?

◆ 스롱 피아비> 처음에 저한테 원래 당구는 자세, 폼이 있어요.

◇ 김현정> 폼이 있죠.

◆ 스롱 피아비> 처음에는 폼이 참 괜찮다 느낀 거예요. 그러니까 집에서 큐 하나 샀어요. 하나에 3만 원짜리 큐대 하나 사줬어요.

◇ 김현정> 3만 원짜리 하나 샀어요?

◆ 스롱 피아비> 네. 집에서 박스 구멍 하나 놓고 계속 연습한 거예요. 똑바로 하는 거. 바깥에 안나오고 그냥 방에서 이것만 연습한 거예요. 그러다가 아카데미 보내줬어요.

◇ 김현정> 그러다가 당구 아카데미를 보내줬어요. 그런 다음부터는 하루에 몇 시간 연습?

◆ 스롱 피아비> 저 딱 남편 밥 다 차려주고 한 12시에 당구장 가서 11시 반까지 연습했어요.

◇ 김현정> 하루 12시간?

◆ 스롱 피아비> 네. 처음에는 24시간 있었었어요.

◇ 김현정> 세상에. 아니, 그렇게 재미있던가요?

◆ 스롱 피아비> 저는 이렇게 열심히 할 수 있는 게 생긴 게 좋았어요. 잘하고 싶었고 너무 재미있었어요.

◇ 김현정> 그렇게 해서 여러분, 아마추어 대회로 진출을 하고 아마추어 대회 그냥 금방 제패해버렸어요. 그리고 나서 선수로 등록한 지 1년 반 만에 세계 랭킹 2위?

◆ 스롱 피아비> 세계 2위, 전국 1위.

◇ 김현정> 우리나라 1위, 아시아 1위. 세상에. 그러고선 고향 캄보디아에 돌아갔잖아요, 가니까 반응이 어떻던가요?

◆ 스롱 피아비> 제가 가니까 자신감 생기고 약간 어깨 올라왔어요. “나는 이런 사람이야” 느낌? (웃음)

◇ 김현정> (웃음) 여러분, 그럴 만한 게 지금 ‘캄보디아의 김연아’ 라고 불릴 정도로 지금 캄보디아 스포츠 영웅이랍니다. 가면 뭐 스케줄이 막 다다다닥 잡혀 있다면서요?

◆ 스롱 피아비> 네. 제가 하고 싶은 거 할 시간도 없었어요. 그냥 가서 뭐 하고, 뭐 하고 딱딱 정해진 것만 하고 온 거예요. 또 캄보디아에서 기자, 방송국에서 저한테 많이 와요. 저는 개인 시간을 보낸 게 없었어요.

◇ 김현정> 개인 시간 보내지 못할 정도로?

◆ 스롱 피아비> 네. 연습 시간 빼면 안 되니까. 한국 와서 빨리 연습하고 시합 나가야 하기 때문에.

 

◇ 김현정> 아니, 캄보디아에서 원래 감자 농사 지으시다가,고향에 돌아갔더니 세상에 스포츠 영웅이 돼 있어요. 그때 느낌은 어땠어요?

◆ 스롱 피아비> 정말 제가 복도 많이 받고. 또 제가 열심히 하는 거 포기하지 않는걸 보고 다른 사람들이, 항상 자세 대단하다. 고생했다. 사람들이 못 참는 걸 제가 할 수 있는 걸 제가 느꼈어요.

◇ 김현정> 느낌은 어땠어요? 가보니까 막 갑자기 사람들이 와, 영웅 대접을 해 줘요?

◆ 스롱 피아비> 정말 제 자신이 자랑스러웠죠.

◇ 김현정> 자랑. 어깨 으쓱? (웃음)

◆ 스롱 피아비> 원래 이렇게 했는데 이게 이렇게. (웃음)

◇ 김현정> 아까 저한테는 방송 전에 그러시더라고요. 신기했다, 굉장히 신기했다. 그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피아비 선수가 참 멋있는 것이 뭐냐 하면 이렇게 해서 유명해지고 그래서 나 잘살래요 이게 아니고 하고 싶은 일들이 많더라고요, 세상을 위해서. 꿈이 뭡니까?

◆ 스롱 피아비> 제가 캄보디아에서 각 지역에 많은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전문 학교처럼 스포츠 할 수 있게 공부할 수 있게. 왜냐하면 제가 어렸을 때 공부를 못 했어요, 가난해서.

◇ 김현정> 가난해서 공부를 못 했어요.

지난 3월 15일 프놈펜 평화궁에서 열린 한·캄보디아 비즈니스 포럼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 훈센 캄보디아 총리와 캄보디아 이주 여성이자 프로당구 챔피언인 스롱 피아비 선수가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스롱 피아비> 의사가 꿈이었어요.

◇ 김현정> 의사가 꿈이었어요?

◆ 스롱 피아비> 네. 캄보디아에서 많이 아픈 사람들 가서 못 치료하고. 그래서 내가 이런 꿈도 꾸었어요.

◇ 김현정> 지금 피아비 선수가 이 이야기를 하면서 또 눈물을 흘리시네요. 의사가 꿈이었고 캄보디아의 많은 아픈 아이들을 돕고 싶었는데 가난해서 학교를 더 갈 수 없는. 어디까지 그럼 학교 다니셨어요?

◆ 스롱 피아비> 고등학교.

◇ 김현정> 고등학교까지 가셨어요? 대학을 진학할 수가 없었군요.

◆ 스롱 피아비> 없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그래서 나한테 미안했다. 또 너무 가난해서 못 하니까 그냥 포기하고 감자, 논 농사만 하고 살았어요.

◇ 김현정> 그래서 이제 유명해져서 상금 많이 받으면 캄보디아에서 공부하고 싶어 하는 어린이를 위해 학교 짓고 싶으신 거예요?

◆ 스롱 피아비> 네.

◇ 김현정> 너무 예쁘네요. 지금 너무나 외모도 참 아름다우신데 마음까지도 아름다워요.

◆ 스롱 피아비> 한국에 와서 예뻐졌는데요? (웃음)

◇ 김현정> (웃음) 한국 와서 예뻐진 거예요? 아니, 천재를 한눈에 알아본 그 남편은 지금 뭐라고 하세요? 얼마나 자랑스러워합니까?

◆ 스롱 피아비> 매일매일 칭찬하지 않았어요. 매일매일 좀 잔소리하고 혼냈어요. 마음속은 항상 응원하는데 약간 표현하는 게 칭찬하는 게 전혀 없어요.

◇ 김현정> 지금도요? 이렇게 잘하는데?

◆ 스롱 피아비> 지금도 그래요. 저한테 그래요. 만약에 혼내지 않고 칭찬했으면 지금까지 안왔다. 지금 여기까지 못 왔다. 못 하는데도 잘한다고 하면 안 되잖아요.

◇ 김현정> 내가 잘한다고 칭찬했으면 여기까지 못 왔다?

◆ 스롱 피아비> 네. 어쨌든 제가 치는 우승 당구 동영상 보면서 잘못한 거 이러면 안 된다, 이러면 안 된다. 약간 웃으면 잘했다고 안 하고 와서 또 잔소리한 거예요. 이런 게 화가 나니까 저는 더 잘할 수 있는 힘이 되었어요.

◇ 김현정> 오기로라도 조금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 스롱 피아비> 좀 더 멋있게 잘해 보이고 싶은 마음.

◇ 김현정> 그러니까 남편이 대단한 분이시네요.

◆ 스롱 피아비> 무서운 선생님이에요.

◇ 김현정> 무서운 선생님. 감독보다 더 무서워요?

◆ 스롱 피아비> 네.

◇ 김현정> 그런데 남편이 우리 피아비 씨한테는 복덩이네요, 사실은. 재능을 알아봐주고 격려해 주고 여기까지 오게 한. 30초 남았는데 남편한테 한마디 하시겠어요?

◆ 스롱 피아비> 항상 제 남편 말하는 거 제가 잘 듣고 또 말로는 잘 못하는 게 있잖아요. 그런데 정말 열심히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감사합니다.

◇ 김현정> 피아비 선수, 긍정의 에너지가 느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또 여기까지 열심히 훈련해서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거겠죠. 피아비 선수. 오늘 나와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응원합니다.

◆ 스롱 피아비> 감사합니다.

◇ 김현정> 당구 천재, 스롱 피아비 선수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0

0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다음 카카오채널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회사소개 사업자정보 개인정보 처리방침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