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루펀트, 향기 나는 음악을 들려주는 힙합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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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기투합 13년…정규 4집 '4' 발매
"문득 문득 생각나는 앨범이길"

마이노스(왼쪽), 키비(사진=브랜뉴뮤직 제공)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 졸업식'을 타이틀곡으로 한 앨범 '이루펀트 베이커리'(Eluphant Bakery, 2006)를 내고 첫 인사를 건넨 힙합듀오 이루펀트(키비, 마이노스). 애초 프로젝트 팀으로 출발했다가 정식 팀으로 뿌리를 내린 이들은 섬세한 스토리텔링으로 공감력을 높인 곡들을 꾸준히 들려주며 음악 팬들과 함께 성장해나갔다.

"아무래도 음악을 처음 시작했을 땐 저희와 비슷한 나이대의 분들과 직접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았기에 그런 공감대를 음악으로 자연스럽게 공유할 수 있었죠. 수험생 시절 이야기나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를 했던 경험 같은" (키비)

졸업식에서 느낀 쓸쓸함, 소년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혼란 등을 이야기하던 두 래퍼는 30대에 접어든 뒤 음악적 고민이 깊어졌다.

"확실히 회사를 다니는 또래 분들과 직접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많이 없어졌죠. 그렇다 보니 직접 경험했던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풀어내기 보단, 두루두루 같이 느낄 수 있는 넓은 폭의 이야기를 녹여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명확히 떠오르는 특정한 장면을 공유했다면, 지금은 향기를 공유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죠. (미소)" (키비)

이루펀트는 컨셉츄얼한 앨범들을 선보이며 음악 팬들과 다채로운 향기를 공유하는 중이다. 키비와 마이노스는 '달'이라는 대상을 다양한 은유를 통해 표현한 곡들을 엮은 앨범 '맨 온 더 문'(Man On The Moon, 2015), '여행'을 테마로 한 곡들로 채운 앨범 '여행의 기술'(2017) 등으로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히며 대체불가한 힙합듀오로 자리매김했다.

이루펀트 '4' 앨범 커버

 

"'맨 온 더 문'의 경우 정말 긴 여정이었죠. 3연작 시리즈를 진행한 프로젝트였던 만큼 힘을 많이 줬었고,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내고 감정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었어요. '여행의 기술' 땐 힘을 빼고 생각을 정리해서 담아보려고 했었고요"

이루펀트는 이달 초 '비오네'를 타이틀곡으로 한 정규 4집 '4'를 발표했다. 이번엔 '사계절 프로젝트'를 진행, 지난 1년 반 동안 차근차근 수록곡들을 꺼냈고, '완결판'이라고 할 수 있는 총 8곡이 담긴 앨범을 세상에 내놨다.

"생각보다 긴 프로젝트였어요. 오랜 시간 동안 호흡을 길게 끌고 간 작업물이 나오게 돼 기쁘고, 프로젝트를 끝까지 집중력 잃지 않고 마칠 수 있어 뿌듯하네요" (키비)

"이루펀트는 '이런 게 요즘 유행이니 한번 해보자'는 식으로 음악을 해본 적이 없어요. 항상 큰 그림을 그리고, 어떻게 하면 재미있는 음악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며 작업을 시작했었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마무리를 하기가까의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어요. 고생 끝에 새 앨범 CD를 손에 쥐게 되니 후련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그렇네요" (마이노스)

 

새 앨범을 만들며 중점을 둔 부분은 균형감, 그리고 자연스러움이다.

"사계절의 균형감을 갖춘, 콘셉트에 충실한 앨범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렇기에 담백한 앨범이 나온 것 같아요. '슴슴한 맛'을 자연스럽게 냈다고 할까요" (키비)

"하나의 감정 혹은 날카로운 라인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려 하지 않았고, 힘을 세게 주지 않은 채 계절의 향기를 표현해내려고 노력했어요. 그런 곡들을 차곡차곡 쌓아 앨범을 완성했고요. 좋은 술을 마실 때 좋은 안주가 떠오르고, 좋은 안주를 먹다보면 좋은 술이 생각나듯이 몇 년이 지난 뒤에도 자연스럽게 문득 문득 생각나는 앨범이었으면 해요"(마이노스)

음악 시장의 흐름이 날이 갈수록 빨라지면서 정규 앨범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 되었다는 점에서 이루펀트의 신보 '4'는 음악 팬들, 그리고 뮤지션들에게 더욱 큰 관심을 받는 중이다. 펀치, 도코, 한해, 에스비, 테이크원, 서사무엘, 양다일 등 음원 파워와 확고한 색채를 가진 뮤지션들이 피처링 라인업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오랜 시간 활동을 했다 보니, 저희의 팬이었다가 뮤지션이 된 동료들이 꽤 많은 편이에요. 그렇다 보니 단순히 '잘 들었다'가 아닌 '여전히 색깔을 잃지 않고 음악을 계속하는 것에 힘을 얻는다'는 반응을 보인 동료 뮤지션들이 많았죠" (키비)

"저 역시 키비와 비슷했어요. '이루펀트가 여전히 좋은 음악을 하고 있구나', '역시!'라는 피드백이 많아서 기쁘고 감사했죠. '갓(god)루펀트'라는 말을 들기도 했고요. 하하" (마이노스)

'마중'으로 문을 연 뒤 '배웅'으로 막을 내리는 방식의 트랙 구성이 인상적인 앨범이기도 한 '4'를 통해 또 한 번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준 이루펀트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따로, 또 같이 음악 활동을 이어나가며 자신들만의 향이 밴 음악을 들려줄 계획이다.

"저와 키비 모두 개인작들도 준비 중이에요. 새 앨범으로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들을 꺼냈기에 아마 내년엔 각자의 음악을 조금 더 본격적으로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루펀트 콘서트도 계획 중인데, '맨 온 더 문' 앨범을 냈을 때처럼 투어를 진행할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어요" (마이노스)

"저 역시 이루펀트 음악 활동 계속해나가면서 내년에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이에요. 이루펀트 콘서트도 꼭 열고 싶고요. 마이노스 형과는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일관되게 느끼는 감정이 있을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아요. 그렇기에 앞으로도 형과 함께 솔로 아티스트와 듀오를 함께 유지해나가는 지금의 이루펀트 색깔을 이어나가려고요 해요" (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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