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가 일상인 김강훈 안에는 '깡필구'가 있다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KBS2 '동백꽃 필 무렵'을 보내며 ②] 옹산 사람들을 만나다 ⑶ 필구
노컷 인터뷰 - KBS2 '동백꽃 필 무렵' 강필구 역 배우 김강훈

KBS2 '동백꽃 필 무렵' 중 (사진=방송화면 캡처)

 

"과메기 안 먹어요. LA 갈비도 싫고요. 교정도 안 하고. 아저씨도 다 싫어요. 다 싫다는데 왜 자꾸 말 걸어요. 왜. 왜에. 왜 나 뷔페 사주고, 내 편 들어줘요. 왜." _KBS2 '동백꽃 필 무렵' 19회 중 필구의 대사

8살, 초등학교 1학년. 인생의 쓴맛이라고 해봤자 오락실 가서 오락하고 싶은데 학원을 가야 하는 게 괴로운 어린아이다. 8살, 초등학교 1학년, 오락실이 좋은 아이, 그게 '필구'다. 몸집도 작고 아직은 어린아이인 필구는 속은 '애어른'이다. 술집 '까멜리아'를 운영하며 홀로 자신을 키우는 엄마 동백(공효진 분), 동네 사람들에게 아무렇게나 "동백아"라고 불리는 엄마를 위해 필구는 애어른이 됐다.

친아빠 강종렬(김지석 분)을 만나도 필구는 여느 아이처럼 마냥 반갑고 기쁘지만은 않다. "아빠를 본 적도 없어서 보고 싶지 않았고, 봤다고 되게 좋지도 않다"고 말한다. 엄마를 백 번도 넘게 울렸기 때문이다. 그런 엄마를 늘 옆에서 '깡' 하나로 지키는 필구는 '동백이 지킴이 1호'다. 그렇게 '필구는 용이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별관 대본 연습실에서 만난 KBS2 '동백꽃 필 무렵' 필구 역의 배우 김강훈은 11살,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해맑게 웃으면서 아이다운 답변을 내놓는 필구는 그 나이대의 어린아이였다. 그러나 간혹 필구처럼 '애어른' 같은 면모도 보였다. 그런 김강훈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담아내고자 최대한 말투를 살려보고자 한다. 이 자리에는 차영훈 PD가 동석했다.

다음은 배우 김강훈 군과의 인터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한 내용.

배우 김강훈 (사진=KBS 제공)

 

▶ 드라마를 마쳤는데, 소감이 어때요?

드라마 마쳐서 아쉬워요. 진짜 뭔가 다 옹산에 살 거 같고, 중기네 아줌마가 거기 서 있을 거 같고, 그래서 뭔가 아쉬워요.

▶ 길 가다가 주변에서 "필구야"하고 알아보지 않아요?

필구라고 알아보는 것보다 '너 동백이 아들 아니니'? '너, 동백이, 동백이' 하면서, '동백이 아들이잖아' 하면서 다들 그렇게 알아보시는 거 같아요.

▶ 강훈 군은 오랫동안 필구를 봐왔잖아요. 강훈 군이 보기에 필구는 어떤 친구인 거 같아요?

필구는 별명처럼 깡 있고, 엄청 애어른이고, 철든 거 같아요. 철들었고, 뭔가 나는 8살인데 엄마를 지켜야 한다는 걸 보면 철든 거 같긴 해요.

▶ 강훈 군하고 필구가 닮은 점이 있을까요?

제가 필구랑 닮은 건 야구를 좋아하고, 먹는 걸 좋아해요. 그리고 오락 좋아하고, 그거 세 가지만 닮은 거 같아요.

▶ 연기 잘한다고 칭찬을 많이 받았는데 기억에 남는 칭찬이 있어요?

그냥 칭찬은, '야, 너 연기 잘한다'는 칭찬이 제일 인상 깊었어요. 왜냐면 그냥, 제가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데, 그게 꿈인데, 연기 잘한다고 하니까 그게 너무 좋고 고마웠어요.

▶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을까요?

뷔페 신이요. 그때 찍는데, 닭봉 양념이 눈에 들어가서 따가운 거예요. 20분 정도 쉬었다 갔을 거예요. 그게 뭔가 기억에 남고, 기억에 남는 신이에요. 정말 너무 기억에 남아요.

▶ 이건 진짜 잘했다 싶은 연기가 있어요? 진짜 울었던 장면은요?

울렸던 장면은, 제가 나온 장면 중에요? 보진 못했는데 그 18회에 차 안에서 우는 게, 찍으면서 뭔가 되게 진짜 울었다고 해야 하나요? 감정 잡은 게 아니라 진짜 슬퍼서 울었던 거 같아요. 그 상황이 너무 슬퍼서 그냥 울었던 거 같긴 해요.

▶ 문 앞에서 많이 울었던 장면은요?

원래 한 대 때리는 건데 제가 못 울어서 동백이 엄마가 두 대를 때렸어요. 감정이 안 잡히는 거예요. 동백이 엄마가 한 대 때리니까 눈물이 핑 고여서…. 그거랑 차 안에서 운 게 그나마 가장 잘했던 거 같긴 해요.

배우 김강훈 (사진=KBS 제공)

 

▶ 우는 연기할 때 어떻게 감정을 잡으려고 하나요?

옛날에는 엄마 죽는 거 생각했는데, 지금은 필구의 상황에 따라서 하는 거 같아요.

차영훈 PD : 첨가를 하자면 강훈이가 연기가 좋아지는 게 작품 중에 막 보였어요. 매회를 거듭할수록 달랐어요. 이 친구가 작품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성장하고 있나 생각이 들 정도로 점점 성장했죠. 18부(35~36회) 같은 경우는 필구가 '캐리'했죠. 아빠한테 갔다가 학교에서 단무지만 먹다가 엄마한테 온 건데, 필구의 감정 연기는 너무 독보적이었어요. 그 회의 감정을 이끌어 준, 정말 장하고 대견했던 기억이 있어요.

▶ 드라마를 찍으면서 동백 엄마가 진짜 엄마처럼 느껴진 때가 있을까요?

동백이 엄마가 저랑 연락할 때, 아들이라고 하는데, 그게 엄마처럼 대해주셔서…. 진짜 엄마 같았어요.

▶ 공효진 엄마가 엄마기도 하지만 연기 선배인데, 강훈 군한테 조언해준 게 있나요?

공효진 엄마가 계속 슛 들어가기 전에 어떻게 해보자는 이야기를 엄청 많이 하셨어요. 어떻게 애드리브 펴보자, 이 신에서는 어떻게 울어야 할지도 알려주시고, 제가 마음 편하게 물어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요. 공효진 엄마가 다 이야기해주시고….

▶ 종렬 아빠, 용식 아저씨와 함께 촬영하는 건 어땠어요?

종렬 아빠는 실제 아빠처럼 잘해주고 장난쳐 주고, 넌센스 퀴즈 한 것도 기억에 남아요. 용식이 형은, 너무 착해요. 너무 착해서. 가장 놀랐던 게 인사할 때 스태프분들 한 명 한 명 눈 마주치고 하는 게 놀랐어요. 용식이 형이 엄마한테 인사하는데, 엄마가 쓰러질 뻔했다고 했어요. 한 분 한 분 인사해준다는 생각에 놀랐어요.

▶ 향미 누나(손담비 분)랑 같이 나오는 장면이 많았는데, 같이 연기하는 건 어땠어요?

(갑자기 말을 안 해서 보니 재채기가 나오려고 했다) 잠시만요. (작게 재채기한 후) 향미 누나랑 연기하는 게, 뭔가 되게 진짜 친누나처럼 해주셔서. 계속 말 걸어주시고, 말하고. 계속 수다 떨었던 거 같아요. 계속.

▶ 덕순 할머니(고두심 분)랑 촬영하는 건요?

고두심 할머니랑은 저랑 '엑시트'(영화, 2019) 때도 같이 해서 그 전부터 친했는데, 이번 대본 리딩할 때 고두심 할머니가 처음부터 말 걸어주셔서 진짜 할머니 같았어요. 용식이 형은 진짜 형이고, 진짜 착하고. 향미 누나는 진짜 누나 같고. 진짜 내 가족인 느낌이 들었어요.

KBS2 '동백꽃 필 무렵' 중 (사진=방송화면 캡처)

 

▶ 강훈 군은 왜 배우 되고 싶었어요?

일단 처음에는 엄마 손에 이끌려갔는데…. 진짜 그때 한 5~6살 때라 아무것도 모르고 갔는데, 그때는 싫었는데, 9살부터는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 같아요. 재밌어서.

▶ 엄마가 5살부터 시켰다고 했는데, 왜 연기를 시켰는지 엄마한테 물어본 적 있어요?

아직 해본 적은 없어요. 처음에는 지인의 권유라고 엄마가 그래서…. 엄마가 한번 해보자고 해서 엄마 손에 이끌려서 갔는데, 이렇게 하고 있는 거 같아요.

▶ 왜 9살 때부터 연기하고 싶어졌어요?

그쯤부터 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 그전에는 연기가 재미없고, 뭔 내용인지 모르겠는데, 9살부터 관심을 갖고 하다 보니 재밌어진 거 같긴 해요. 점점 사람들을 만나는 게 재밌고요. 대사 외우는 게 흥미롭고 재밌어요.

▶ 대사 외우는 게 흥미롭다고 했는데 강훈 군만의 대사 외우는 방법이 있을까요?

어…. 엄마가 이거 외우면 밖에 나가서 논다고 해가지고 빨리 외워서…. 그것 때문에 점점 빨리 외우는 거 같아요.

▶ 나중에 커서 저런 선배와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배우가 있어요?

일단 강하늘 형처럼 크고 싶어요. 왜냐면 진짜 너무 착해가지고…. 착한 연기자가 되고 싶은데, 그 형처럼 착해지면…. 진짜 너무 좋아요.

▶ 강훈 군은 자기가 연기한 걸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해요?

제가 제 연기를 못 봐요. 뭔가 쑥스러워서…. 그냥 안 봐요. 그래서 본방송 안 보고 '다시보기'로 보고. 저는 제 거 안 보고 넘겨요. 넘겨요. 왜냐면 뭔가 오글거려요. 제가 아닌 느낌이 드는 거예요. 다른 사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진짜 못 보겠더라고요, 제 거는.

▶ 연기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때가 있어요?

사람들이 알아볼 때? 그때가 가장 좋다고 해야 하나. 기분이 좋고, 지금은 해낸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아요.

배우 김강훈 (사진=KBS 제공)

 

▶ 작품에서 필구는 효자잖아요. 강훈 군도 필구처럼 좋아하는 오락을 하다가도 엄마 지키러 갈 수 있어요?

저는 엄마 못 지킬 거 같아요. 진짜 엄마 못 지킬 거 같아요. 왜냐면 엄마도 엄마 혼자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웃음) 엄마를 지키는 게 새로운 경험이라고 해야 할까. 작품이었어도 엄마 지켜본 건 처음이라 그게 뭔가 새로운 경험이긴 했어요.

▶ 임상춘 작가님은 어땠어요?

근데 진짜 신기했던 게, 대본 한 마디마다 마음에 와닿았어요. 대본 한 마디 한 마디마다 슬프고 웃겼던 거 같아요.

▶ 드라마를 많이 찍어봤는데, 차영훈 감독님은 특별히 이게 좋았다는 게 있을까요?

그리고 감독님은, 음…. 어…. 일찍 끝나고, 히히. 필요한 것만 찍으세요. (웃음)

▶ 강훈 군이 보기에 '동백꽃 필 무렵'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드라마 같아요?

약간 까불이 이야기도 있지만, 드라마가 따뜻한 거 같아요. 감독님이 대본 리딩에서 말할 때 스릴러도 있지만 따뜻한 드라마로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저는 엔딩이 너무 좋았던 거 같아요. 엔딩이 너무 따뜻해서. 20부(39~40회)가 너무 좋았어요.

▶ 강훈 군에게는 엄마가 어떤 존재예요?

19부(37~38회)에서 정숙 할머니(이정은 분)가 편지에서 마지막 줄에 '엄마는 널 영원히 사랑했어'라고 한 말이 마음에 많이 와닿았고 정말 많이 울었어요. 엄마는 없으면 안 되는 존재예요. 엄마는 정말 없으면 안 될 존재 같아요.

▶ 필구가 강훈 군의 '인생캐(인생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필구가 '인생캐'인 건 확실해요. 솔직히. 왜냐면 지금 약간 필구에 빠져 있고, 뭔가 필구, 뭐라고 해야 하지? 필구가 아예 제 몸에 들어 있는 느낌이라서, 그런 느낌이 들어요.

▶ 잘 생겼다는 칭찬이 좋아요? 아니면 연기 잘한다는 칭찬이 좋아요?

연기 잘한다요. 연기 잘하는 배우가 제 꿈이니까, 연기 잘한다는 말이 뭔가 좀 더 목표에 와 닿는 거 같아서 좋아요.

▶ 강훈 군에게 연기란 무엇인가요?

어…. 일상? 그냥 일상. 그냥 친구들은 그냥 학교 다니는 게 일상이고, 노는 게 일상인데, 저는 연기가 일상인데…. 학교 다니는 게, 연기 때문에 재밌어진 거 같기도 해요.
배우 김강훈 (사진=KBS 제공)

 

0

0

오늘의 기자

    많이본 뉴스

      실시간 댓글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다음 카카오채널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회사소개 사업자정보 개인정보 처리방침 이용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