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우리는 어쩌다 사면초가가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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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의 칼럼]

북 미 일 중, 경제 군사이익 앞세워 한국에 날 세워
동북아의 외톨이가 되는 순간 먹잇감 전락
동북아 패권전쟁 시 초토화되는 곳은 한반도
한미일 동맹 견고히 하며 '시간을 벌어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23일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견고하던 한미동맹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미국이 한국을 이전처럼 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보수우파 정권을 촛불로 무너뜨리고 집권한 문재인 정부를 좌파정권으로 보고 있다. 한국이 오랜 동맹인 미국 중심의 친미외교에서 벗어나 독자의 길로 혹은 중국으로 기울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까지 더해 자국의 이익에 따라 한미동맹의 미래가 좌우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불행하게도 한국 정부는 미국이 협조하지 않거나 제동을 걸면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없는 경제 군사적 종속관계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이 상황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문제나 한일관계를 주체적으로 돌파해 나갈 힘도 묘안도 없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협정 결렬과 한일 간 지소미아 갈등을 지켜보면서 한미동맹 재설정이라는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결렬된 방위비 분담금 협상 시한을 연말로 정해놓고 있지만 워낙 입장 차가 커서 타결을 낙관하기가 어렵다. 자칫 주한미군 감축과 철수라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지도 모른다.

정부 출범과 동시에 공들여온 북한과의 우호적 관계 개선은 오히려 김정은 위원장의 냉대와 압박의 결과만 가져왔다. 남북협력사업의 상징인 금강산의 남쪽 자산 철거 요구에 이어 서해 최전방인 창린도를 찾아 포사격을 지시하는 등 9.19 남북군사합의까지 위반하며 긴장을 높이고 있다.

(그래픽=강보현PD)

 

반도체 주요 부품소재의 수출 규제에 백색국가 제외로 경제전쟁을 일으킨 일본 역시 한 발짝도 물러설 기미가 없이 호전적이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효력이 중지되면서 새로운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지만 시작부터 기 싸움이 팽팽해 원만한 타협이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중국 역시 한국의 사드배치 이후 닫았던 빗장을 여전히 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북한과의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한반도를 둘러싼 북·미·일·중 모두가 자국의 경제와 군사이익을 앞세워 한국에 날을 세운 형국이다.

그야말로 사면초가가 되고 말았다. 한국전쟁 이후 처음 겪는 위기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이 이대로 동북아에서의 외톨이가 되는 순간 구한말처럼 사냥개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 그래도 미국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란 생각은 위험하다. 미국은 영원한 우리 편이 아니다. 미국은 동북아 유사시 남한을 포기할 수 있지만 일본은 포기하지 않는다. 대한해협 건너 일본에 주둔 중인 주일미군과 유엔사령부를 통해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와 싸워야하기 때문이다.

전환기에 들어선 동북아의 안보질서 속에서 대한민국이 외톨이가 되지 않고 사면초가에 몰리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프레임은 한·미·일 동맹임을 부인할 수 없다. 누가 뭐라 해도 아직은 그렇다. 북·중·러 동맹의 군사력이 냉전시기 이후 가장 위협적일 만큼 강력해진 것만 보아도 그렇다.

넘어야할 산 같은 일본이지만 지금 당장 일본을 적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벌어 일본의 경제전쟁에 맞설 수 있는 기반을 세워야 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종속된 경제 군사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 길을 모색하기 위해서라도 시간을 벌어야 한다. 지금은 한미동맹을 견고하게 구축해 동북아 질서에서 편입되어야 한다.

(자료=자료사진)

 

다가오는 연말이면 한반도를 둘러싼 지금의 복잡한 국면이 어떤 식으로든 결론 나게 된다. 한국과 미국 그리고 북한과 미국, 한국과 일본 사이에 얽힌, 나라의 명운이 걸린 난제들이 풀리느냐 꼬이느냐의 갈림길이다. 동북아에서의 패권 전쟁이 시작되면 초토화되는 곳은 지정학적으로 한반도뿐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시간이다. 시간을 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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