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배가본드' 통해 '배우'로서 한 걸음 성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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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SBS 금토 드라마 '배가본드' 차달건 역 배우 이승기

배우 이승기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차달건은 단 하나의 '진실'을 위해 거침없이 달려간다. 주위의 눈초리나 생명의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며 달려간다. 어떻게 보면 차달건과 이승기는 닮은 구석이 있다. 목표가 주어지면 그 목표를 위해 쉼 없이 앞을 향해 간다는 점에서 둘은 묘하게 닮았다.

SBS 금토 드라마 '배가본드(VAGABOND)'(연출 유인식, 극본 장영철·정경순, 촬영 이길복, 제작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를 선보이며 배우 이승기는 그간 보지 못했던 또 다른 면모를 시청자에게 알렸다. 액션과 연기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며 자신만의 차달건을 조금씩 만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배우로서 시야도, 스펙트럼도 더욱 넓어졌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승기를 만나 긴 시간 SBS '배가본드' 차달건 역으로 지내온 이야기를 들어봤다.

SBS 금토 드라마 '배가본드' 중 (사진=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승기도 액션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배가본드'

"제가 지금까지 했던 드라마 중에서 주변에서 피드백을 가장 많이 주는 거 같아요. 월등히요. 넷플릭스라는 매체를 통해서도 방영이 돼서 그런지 몰라도 해외를 가거나 운동을 하러 갈 때 마주치는 분들이 드라마가 재밌다는 이야기를 진짜 많이 하시더라고요. 제가 더 높은 시청률이 나온 작품도 해봤지만, 그것보다 더 많은 반응을 보여주셔서 저도 기분이 좋아요. 요새는 진짜 휴대폰 등으로 보는 분들이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나 봐요."

'배가본드(VAGABOND)'는 민항 여객기 추락 사고에 연루된 한 남자가 은폐된 진실 속에서 찾아낸 거대한 국가 비리를 파헤치게 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약 25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투자된 '배가본드'는 말 대로 '첩보 액션 블록버스터' 드라마다. '배가본드'는 국내뿐 아니라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에 공개되며 전 세계 시청자를 만났다.

첩보 액션이라는 장르답게 드라마에서는 자동차 추격신, 총격 등 다양한 액션이 펼쳐졌고, 이승기는 70~80%가량의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 강풍 무술 감독은 이승기에 대해 "이승기는 워낙 자기 관리를 잘한다. '배가본드' 속 이승기의 캐릭터가 맡은 차달건이 스턴트맨을 꿈꾸는 캐릭터였기에 준비하면서 더욱 열심히 트레이닝에 힘썼다"며 "세세하게 신경 쓴 부분들이 드라마 곳곳에 묻어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승기는 "무술 감독님께서 과찬을 해주셨더라. 완벽하게 다 혼자 할 수는 없다. 전 세계 누구도 혼자 못한다"며 "비중으로 보면 10개 중 7~8개를 혼자 한 거다. 겁도 나고 다칠까 봐 부담도 되는데, 배우가 직접 해주고 해주지 않고의 차이가 굉장히 크다. 배우가 하지 않으면 커트를 쪼개서 일일이 붙일 수밖에 없고. 배우가 직접 하면 한 테이크로 갈 수 있어서 내가 하려고 조금 더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길복 촬영감독은 "방송 촬영 감독을 한 이래 가장 스케일이 크고 액션이 많은 드라마"라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강도 높은 액션 장면이 가득했다. 이승기는 이번 드라마에서 액션 연기를 통해 얻은 수확이 있다고 말했다. '이승기도 액션을 할 수 있다'는 걸 많은 사람에게 보여준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스펙트럼을 한 단계 넓힌 계기가 된 게 '배가본드'다.

'배가본드'는 할리우드 첩보 액션물의 촬영지로 잘 알려진 모로코 탕헤르에서 진행됐다. 탕헤르는 '본 얼티메이텀', '인셉션', '007 스펙터' 등이 촬영된 곳이다. 현지 스태프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경험한 베테랑이었다.

이승기는 "모로코 탕헤르라는 곳은 할리우드의 감독님들이 많이 사랑하는 도시라더라. 전반적으로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제반은 물론 협조나 컨디션이 되게 좋다. 뭘 한다고 하면 통제도 잘되고 좀 더 큰 신을 보여줄 수 있게끔 분위기가 조성된다"며 "해외 로케이션을 가면 카 스턴트 등은 제약이 너무 많아서 보통 안 하는데, 우리는 그런 걸 많이 시도했고, 또 그런 부분에서 협조도 많이 얻었다. 그래서 생생한 장면들이 많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배우 이승기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 불편하고 징글징글한 인물 '차달건'

이승기가 연기한 차달건은 인생의 롤 모델이 성룡으로 태권도, 유도, 주짓수, 검도, 복싱으로 다져진 종합 무술 18단의 스턴트맨 출신 인물이다. 세계 액션 영화계를 주름잡겠다는 다부진 꿈을 안고 스턴트 세계에 들어선 차달건을 국가의 흥망을 손에 쥔 이상한 운명의 주인공으로 만든 건 조카 훈이의 죽음이다.

비행기 추락 사고로 죽은 스물다섯 명의 어린이 태권도 시범단에 그의 조카 훈이가 있었다. 오랜 꿈조차 포기할 정도로, 죽은 형을 대신해 사랑으로 키워온 유일한 혈육이 조카 훈이다. 훈이의 죽음 이후 우연한 계기로 비행기 추락 사고가 테러라는 의심을 품게 된다. 이후 테러범과 테러의 배후를 찾아 목숨까지 걸며 고군분투한다.

이승기는 그런 차달건이란 인물에 대해 '보는 사람이 불편한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차달건은 보는 사람이 불편한 인물인 거 같아요. 처음 이 연기를 시작할 때 조카를 잃고 가족을 잃은 상황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감정은 고조돼 있고, 정상적인 소통이 불가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매끄럽게 이야기를 하거나 이성적으로 정리하거나 따진다는 건 사실 저는 리얼리티 벗어난다고 생각한 거죠. 그리고 보는 사람은 당연히 차달건이 불편할 인물일 수밖에 없어요. 누군가는 원치 않는 진실일 수 있는 걸 끝까지 파고들죠. 그렇기에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불편한 인물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SBS 금토 드라마 '배가본드' 중 (사진=방송화면 캡처)

 

이익을 좇는 자, 권력을 탐하는 자들에게 차달건은 불편한 존재이자 제거해야 할 장애물이다. 매 순간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차달건은 훈이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간다. 실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적, 권력을 향해 차달건이라는 한 개인이 그렇게까지 치열하게 싸워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승기는 "어떻게 보면 약간의 가상을 더한 거 같다. 현실에 나라면 과연 가능할까 생각해봤을 때, 사람이 어떤 일이 벌어지고 뭔가를 파헤치는 게 반전 2개까지는 버텨도 반전을 거듭하며 뒤에 국가가 있다고 생각하면 목숨을 내놓고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차달건은 애초부터 그런 것에 겁이 없고 조카를 사랑하는 '휴머니즘'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른 건 몰라도 자신의 목적에 따라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여도 된다는 게 도저히 납득이 안 되는 것"이라며 "그런 사회를 받아들이고 산다는 건 나도 비슷한 사람이 되는 건데, 그걸 용납 못 하니 미친 듯이 쫓아가는 거 아닐까"라고 말했다.

차달건이 미친 듯이 진실을 향해 달린다는 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나를 밝혀내면 또 다른 하나가 나타나 거대한 벽이 되어 앞을 가로막는다. 그걸 끝까지 따라갈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런 차달건의 면모가 이승기에게는 연기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제일 어려운 건 차달건이 과연 왜 달려가는가? 왜?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처음엔 조카, 나중엔 날 도와준 사람들이 계기가 됐어요. 마지막까지 보면 이렇게 왔기에 차달건이 더 달려갈 수 있는 인물이었다는 점, 독하고 징글징글한 놈처럼 보이길 원했죠. '징글징글한 놈', 그게 키워드였어요.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이 테러인 걸 뻔히 아는데 그걸 덮으려고 한다면 정상적인 대화를 할 수 있는 마인드가 아닐 거라 생각한 거죠. 그래서 하이텐션을 많이 유지하려고 했어요. 사실 저도 보면서 연기가 완성형이었다면 어떤 감정이든 보는 사람은 물론 하는 사람도 충분히 편하게 전달되지 않았을까 반성도 해요. 드라마에서 보인 연기적으로 미숙한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제가 보완해나가야 할 부분이라 생각해요."

배우 이승기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 '멀티 플레이어' 이승기, 누군가의 '가이드라인'이 되고 싶은 마음

18살이던 지난 2004년 정규 앨범 '나방의 꿈'으로 데뷔한 이승기. '누난 내 여자니까 너는 내 여자니까'를 외치던 고등학생 가수 이승기는 어느덧 30대 배우 이승기가 됐다. 다양한 영역에서 시청자와 관객, 팬들을 만나던 이승기는 이제 조금씩 '진짜 이승기'가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무래도 어렸을 때는 더 많은 걸 생각했다. 이걸 하면 되나, 안 되나, 행동에도 제약이 많았다. 군대도 다녀오고 30대가 되니 그냥 한 사람으로서 자신감이 조금 더 생겼다"며 "크게, 엄청나게 뒤집어질 일이 아니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보여주는 게 조금 더 편하다. 보는 사람도 그렇고, 그게 나이가 든 이승기가 가져가야 할 모습인 거 같다. 그래서 요즘은 방송할 때도 그렇고 '나'답게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진짜 이승기의 모습은 그가 마음으로 그려가고 있는 차기 앨범에도 담길 예정이다. 그는 "오래 기다린 팬도 있어서, 조만간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따로 알려드릴 생각"이라며 "하나 확실한 건 싱글 형태가 아니라 최소한 미니앨범이나 앨범으로 나올 거 같다. 그리고 내 생각과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2008년 한 인터뷰에서 이승기는 "성장하는 모습으로 유일무이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그 말은 여전히 유효한가는 질문에 이승기는 그런 말을 했었냐며, 과했다며 웃었다. 그는 세상에 유일무이한 건 없다고 말했다. 대신 '성장'은 여전히 자신의 마음에 새기고 있는 단어라고 말했다.

이승기는 "성장은 아직도 생각하는 키워드고 그게 나를 계속 일하게 하는 원동력인 거 같다"며 "나만의 색깔로서 보여줄 수 있는 건 뭐가 있는지 그리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걸 더 집중해서 파는 게 맞는 거 같다. 그러다 보면 성장은 따라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승기는 '멀티 플레이어'다. 가수로 시작해 인기를 얻은 이승기는 가수의 영역을 넘어 예능, 드라마, 영화까지 다양한 영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각 분야에서 이승기는 꾸준히 '성장'을 이뤄가고 있다. 서로 다른 세 분야에서 왕성하나 활동을 펼치는 이승기에게 각 영역을 어떻게, 얼마나 오가고 싶은지 묻는 말이 나왔다.

"제가 예전에 처음 가수를 시작해서 예능과 드라마를 할 때만 해도 '가수 출신 연기자'라는 진입장벽이 있었어요. 요새는 모든 분야에서 컬래버레이션이 일어나고 있죠. 유명 브랜드와 스포츠 브랜드가 결합하는 등 말이죠. 나는 가수일까, 예능인일까 그런 영역에 대한 고민을 한 적이 있어요. 지금은 직업이 '연예인'이라 생각해요. 그 안에서 세 가지를 다 하면서 해왔기에 배우만 할래요, 예능만 할래요 하는 것도 어색한 거 같아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세 가지를 다 해나가는 저를 보면서 누군가도 '저런 길도 있네'라고 할 수 있는,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됐으면 좋겠어요."
배우 이승기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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