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검사 김학의는 사업가들과 이렇게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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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사업가들에게 수시로 돈·상품권 챙겨
검사 시절, 사업가가 알선한 성매매 수차례 가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자료사진=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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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은 무죄."


6개월간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지난 22일 법정에서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들었다. 2013년 처음 논란이 불거진 후 수사기관에서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6년 만에 사법부에서도 "범죄의 증명이 없다"는 판단을 받아낸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법적으로 '무죄(not guilty)'라는 것이 곧 '죄가 없음(innocent)'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흔적을 판결문 곳곳에 남겼다. 검찰 수사가 제때 이뤄졌다면, 혹은 그보다 앞서 '검사 김학의'이던 시절에 문제가 터졌다면 엄중한 징계가 불가피했을 사안이라는 표시다.

김 전 차관이 짧게는 2006~2008년까지 2년간, 길게는 부장검사 시절이던 2000년부터 약 10년에 걸쳐 사업가들에게 어떤 식으로 돈과 향응을 받았는지 판결문에서 '사실'로 인정한 내용을 위주로 소개한다. (물론 그러한 돈과 향응이 검사의 직무와 관련돼 있다거나 대가성이 있다는 점은 입증이 되지 않아 'not guilty'다.)

◇ 처이모 차명계좌로 9년간 1억5500만원 '협찬' 받아

2012년 사망한 A저축은행 회장 김모씨는 생전 10년 가까이 김 전 차관의 든든한 우군이었다. 2000년 6월 22일 1000만원을 시작으로 때마다 200만~300만원씩을 김 전 차관에게 건넸다. 물론 직접 준 것은 아니고 김 전 차관 부인의 이모(이하 처이모) 계좌로 이체했다.

김씨의 '후원'은 2009년 12월까지 무려 43차례에 걸쳐 매년 꾸준히 이뤄졌다. 2006년도에는 3월과 6월만 빼고 열 달을 월마다 300만~500만원씩 보냈다.

재판부는 "김씨가 피고인(김학의)의 요구로 그의 처이모 또는 지인의 계좌로 돈을 송금했다"며 "그 돈을 피고인이 수수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처이모 계좌에 김 전 차관 부인의 체크카드가 연동돼 있었던 점과 김 전 차관의 자택이나 근무지 근처에서 현금이 인출된 점 등이 판단의 근거다.

또 다른 사업가 최모씨도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처이모 명의의 차명계좌로 9회에 걸쳐 1210만원을 송금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이 직접 "내가 돈이 필요하니 그 계좌로 100만원을 송금해달라"고 요구해 '후원'이 시작됐다.

최씨 역시 김 전 차관과 계속 친분을 유지한 것으로 보이는데, 공소사실에 따르면 최씨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설·추석 때마다 김 전 차관이 지정한 특정 백화점 상품권도 줬다. 명절마다 100만원어치 씩 총 700만원 상당이다.

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최씨가 피고인에게 상품권을 몇 차례 교부한 적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공소사실에 나타난 횟수와 금액 전체가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최씨 진술과 다른 증거들이 부합하지 않아 불확실하다고 봤다.

이외에도 최씨는 김 전 차관이 부를 때 가서 술값을 계산해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밝힌 것은 2009년 2월 26일 90만원, 같은 해 3월 25일 68만원, 5월 19일 78만6000원으로 총 세 번이다. 이 혐의들은 김 전 차관이 올해 6월 기소되는 바람에 '공소시효 10년'에 걸려 유무죄 판단 대상에서 제외됐다.

김 전 차관은 최씨에게 차명 휴대전화도 개설해달라고 요구했다. 일명 '대포폰'이다. 최씨는 자신의 회사 직원 명의로 휴대전화 3대를 마련해 김 전 차관에게 주고 통신비도 대신 내줬다.

김 전 차관 사건의 발단이 된 건설업자 윤중천씨와의 관계는 앞의 둘 보다 늦은 2006년에서야 시작됐지만 금세 막역한 사이가 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차관은 윤씨의 사무실에 방문했다가 벽에 걸린 그림을 보고 "이 그림 내 집무실에 걸어놓으면 좋을 것 같다"고 하거나 윤씨와 저녁식사 후 헤어지면서 "코트가 멋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윤씨는 곧바로 1000만원 상당의 그림을 떼어 주고 자신이 입은 것과 똑같은 200만원 상당의 코트도 김 전 차관에게 사줬다.

◇ 돈 관계 얽혀 '특수강간' 아니라더니…대가 지급도 불분명

김 전 차관의 혐의 중 핵심으로 꼽혔던 1억원대 제3자 뇌물수수죄가 무죄가 된 배경은 더욱 낯 뜨겁다. 윤씨의 소개로 김 전 차관에게 지속적인 성접대를 했던 여성 A씨가 개입된 혐의다.

'별장 동영상' 등 성접대 문제에 대해 당초 검찰은 김 전 차관과 윤씨를 특수강간 혐의로 검토했다. 그러나 피해 여성들이 윤씨에게 상당한 대가를 받는 등 금전문제가 얽혀 있다는 이유 등으로 성범죄로는 기소하지 않았다.

그러나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A씨가 윤씨에게 받은 대가가 사실상 없었다는 취지로 서술했다. 윤씨가 A씨를 1억원 횡령죄로 고소하자, 수사 중 불편한 사실이 드러날까 우려한 김 전 차관이 윤씨에게 소취하를 종용했고 이를 통해 A씨가 1억원의 이득을 봤다는 것이 공소사실이었다.


그러나 윤씨는 A씨에게 "전세보증금으로 준 1억원은 니가 알아서 엄마와 국밥집해서 먹고사는데 사용해라"라고 말해놓고는 해당 명품매장에서 수시로 물건과 돈을 가져갔다. A씨는 윤씨가 가져간 물품 액수가 7000만~8000만원 상당, 현금이 2000만원 정도라고 진술한 바 있다.

재판부는 "윤씨가 가져간 물건 값과 전세보증금을 상계하면 A씨가 윤씨에게 돌려줘야 할 보증금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A씨가 제3자 뇌물죄의 '이익'을 취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드러난 사실만 놓고 본다면, 성매매라는 말로 포섭이 불가능한 성착취에 해당하는 상황이다.

김 전 차관은 구속 전 수사단계에서 윤씨를 모른다고 잡아떼기까지 했지만 두 사람이 따로 또, 같이 행한 성착취를 법원은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2006년 10월부터 2007년까지 A씨와 지속적으로 성관계 또는 성적 접촉을 가질 기회를 윤씨로부터 제공받아온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히며 문제의 '별장 동영상'이나 '오피스텔 사진' 속 남성도 김 전 차관이 맞다고 밝혔다.

여기까지가 부장검사 김학의가 2008년 검사장으로 승진한 후까지 약 10년간의 단편적인 기록이다. 김 전 차관은 1심에서 무죄를 받았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눈 먼 돈을 받는 검사', '성매매 하는(성접대 받는) 검사'에 대한 의심을 거두기 어려울 듯 하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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