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집값 잡는다 vs 못 잡는다…'내기'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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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집값 등락 전망 불가
서울 일부, 수년 사이 2배 상승
부동산과의 전쟁은 두더지게임 양상
내년 총선 이후는 몰라…경제 악화되고, 일 터지면 부동산도↓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진주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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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부동산 값의 끝은 어디인가?

서울의 아파트 최고가가 얼마만큼 올라야 멈출까를 놓고 부동산 업계에선 설왕설래라고 한다.

3년 전 강남구 도곡동의 한 아파트 소유자가 머지않아 서울 강남의 아파트가 평당 1억 원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릴 하지 말라'며 큰소리를 쳤던 게 부끄럽다.

서울 반포동의 한강변 한 아파트의 평당 가격이 1억 원을 넘어섰으니까 호기어린 장담이 보기 좋게 틀렸다.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교훈 삼아 어떻게든 부동산만은 잡을 것이라고 예상했었고, 미국의 금리가 오를 것인 만큼 한국의 금리 상승 등 세계적인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가격도 크게 오르진 않을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문재인 정부 하에서의 서울 집값의 등락을 전망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인지 모른다.

집권 이후 무려 17차례의 부동산 억제 정책을 내놨지만 많이 오른 지역은 2배가량 상승한 곳이 더러 있다.

마포를 떠오르는 지역으로 부상시킨 마포레미안푸르지오 아파트와 동작구 흑석동의 아크로리버하임 아파트의 경우 수년 전 분양가보다 두 배 올랐다.

강남 4구와 마포, 용산, 성동구뿐만 아니라 서울의 전 지역 부동산이 4~5년 사이에 50% 이상 올랐다고 한다.

정부가 지난 6일 분양가상한제(분상제) 정책을 발표한 이후에도 대상지인 강남구 은마 아파트와 잠실주공 5단지를 중심으로 한 지역의 재건축 예상 단지들은 호가가 내리기는커녕 1억 원 이상 상승했다.

정부의 분상제 핀셋 지정에서 빠진 양천구 목동과 동작구 흑석동, 과천 등지의 집값은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상승일로에 있다.

그런 지역의 부동산 중계업소에 전화 한 통만 걸어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했을 만큼 안정돼 있고 서민들이 '미친 전·월세'라고 얘기할 정도였는데, 현 정부 들어서는 전·월세도 안정돼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을 듣고 고개를 갸웃하는 국민이 아주 많았을 것이다.

한 신문사의 논설위원은 "문 대통령의 다른 발언을 다 이해한다고 할지라도 부동산 관련 발언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평했다.

문 대통령은 더 나아가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며 "보다 강력한 여러 방안을 계속 강구해서라도 반드시 잡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강력한 조세 정책과 대출규제 정책들을 꺼낼 수 있다는 경고다.

집값을 잡는다는 문 대통령의 이 발언에 대해 '내기'를 하면 대통령이 질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부동산 중계업소들과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7월 27일 청와대로 기업인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향해 "부동산 가격을 잡아주면 피자 한판 쏘겠다"는 발언을 할 때만해도 집값 안정에 대한 대통령의 간절한 염원의 표현으로 받아들였지만 지난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의 부동산 발언은 왠지 모르게 현실감이 부족한 것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한국 부동산은 모든 재화와 용역의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경제학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더 좋은 지역에, 더 비싸며, 가격이 크게 오르기를 바라는 인간의 욕망에다 교통과 교육 여건 등 인간의 심리와 생활조건이 결합된 게 집인데도 때리면 잡힌다는 정책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한국의 부동산은 인간의 탐욕으로 전개되는 '심리전'이 아닌가 싶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과의 전쟁은 여기 두드리면 저기에서 나오고, 저기 두드리면 여기서 튀어나오는 '두더지게임'의 모양새를 띠고 있다.

한국의 부자들 가운데 90% 이상은 부동산에 대한 투자든 투기든 사고팔아 부자 대열에 올랐다고 하면 지나칠까.

재벌도 예외일 수 없다.

'호재'라는 단어가 부동산에만 적용되는 단어일 정도로 정부가 대입 정시 비율을 확대한다고 하자 강남 8학군과 목동의 집값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곧바로 쏟아지더니, 자사고와 외고 등 특목고를 2025년부터 없애겠다고 발표하자 서울 투기과열지구의 부동산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정부가 다주택자들에 대한 보유세를 강화하고 양도세를 중과한다고 발표하고 시행에 들어갔음에도 다주택자들이 별로 줄지 않았다.

규제 정책만으로는 한계임을 보여줬다.


특히 내년 총선 때까지는 지역별 개발 사업들이 봇물처럼 터지면서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것이고 3기 신도시 토지보상이 본격적으로 실시된다.

토지 보상금만도 적게는 20조 원에서 많게는 40조 원이 뿌려진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와 1주택보유자 장기보유특별공제도의 축소 조치로 인해 매도 매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으나 높은 보유세는 오히려 증여만 늘리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파악된다.

과도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작용이 알게 모르게 정부의 정책적 불신과 내성만 키우는 꼴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닮은꼴'이어서 부동산 규제책들이 역효과를 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심리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전문가들에 물어보면 "아마도 그럴 겁니다"라고 말한다.

문 대통령의 강한 단언처럼 집값이 잡힐지, 안 잡힐지는 시간이 말해주겠지만 추이는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갈 개연성이 짙어 보인다.

문제는 한국경제다.

실물경제 악화와 가계부채, 기업들의 부채 비율이 급증하고 지정학적인 돌발 변수가 생긴다면 부동산인들 독야청청할 수 없다.

지난 87년 말 IMF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이 침몰했다.

서초구 반포와 강남구 압구정동, 도곡동의 아파트 가격도 버티지 못하고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내년 부동산 시장은 올해보다 가격 상승 요인이 많을 것이라고들 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재화란 없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건 우리의 경험칙이다.

세계적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정부 예상( 2.2~2.3%)보다 낮은 2.1%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는 19일 한국신용평가와 공동으로 '2020 한국 신용전망' 세미나를 열어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통신, 유통, 정유, 화학 등 주요 업종의 신용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지난해보다 세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이며 '긍정적'으로 전망한 업종은 한 개도 없었다.

무디스는 특히 올 하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한국 기업의 신용등급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용, 소비, 투자, 수출이라는 경기지표가 나빠지고 있고 미중 무역마찰과 홍콩 사태 등 세계의 무역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데 따른 분석이다.

무디스는 지난 1997년 한국의 신용등급을 계속 강등하면서 IMF외환위기의 방아쇠를 당긴 역할을 했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라는 책에서 "무디스와 S&P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이 특정 국가의 권력도 바꿀 수 있다"고 썼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 그 중에서도 무디스는 경제 권력을 쥐고 있다는 뜻이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고위 임원들은 거의 이구동성으로 내년이 올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경기 침체와 경제위기가 닥친다면 좀처럼 내릴 것 같지 않던 부동산도 그 과녁을 비껴가진 못할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엄청난 정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버티는 서울과 그 주변의 부동산 가격이 내년 총선 이후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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