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해체라니, 김세연 사퇴하라"…친박의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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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폐', '좀비' 혹평에 불쾌감…"내부총질"
혹자는 탈당 전력 거론하며 '순수성' 의심
상임위원장, 여의도연구원장 사퇴 요구도
金 "흠집내기일 뿐"…비영남 친박은 공감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이 지난 5월 2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자신들이 '역사의 민폐'고 '생명력 잃은 좀비'라는 뼈아픈 혹평을 당내 3선 중진(김세연 의원)에게 듣게 된 자유한국당이 당장은 크게 술렁이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개혁은 커녕 외려 쓴소리를 쏟아낸 김 의원에게 '내부 총질'이라는 굴레를 씌우고, 그가 맡고 있는 당직까지 내려놓으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그 중심에는 탄핵 후 여전히 주축을 이루고 있는 '친박(친 박근혜)계'가 있다.

반면 김 의원 역시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맡은 직무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쉽게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쇄신이냐, 저항이냐' 하는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 당 주류 멤버들의 '십자포화'

친박계 의원들은 대체로 김 의원 인식에 공감하지 않는 분위기다. '불출마'의 용기와 결단은 인정하지만 '내부 총질'로 당에 상처만 입혔다고 비난했다. 떠나는 마당에 왜 굳이 부정적 메시지를 던지느냐는 불쾌감도 읽힌다.

황교안 대표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친박 의원은 통화에서 "충정은 높이 사지만 너무 오버했다"면서 "아예 사라져야 할 당이라고 하는 건 외부에서 저널리스트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진단이 다르니 처방이 같을 리 없다. '지도부 포함 전원 불출마' 등 김 의원이 제시한 쇄신책은 현실성이 결여된 주장이라고 보고, 총선 때까지 한국당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대안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진박 감별사'로 불렸던 한 의원은 "현시점에서 보수가 회복하려면 우리 당 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고 되물었다. 영남권의 한 3선 의원은 "기둥이 없어지면 정치공학적으로 여당만 좋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유한국당 3선 김세연 의원이 1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총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황진환기자

 

탄핵 이후 탈당했던 전력을 거론하며 김 의원에게 감정적인 아쉬움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 적폐로 몰려 온갖 모욕과 수모를 당했고, 그러면서 어렵게 지켜온 당을 함부로 말할 수 있느냐(초선 의원)"는 성토에서 그런 원망이 읽힌다.

이들 사이에서 금세 나오는 건 '순수성'에 대한 의심이다. 김 의원이 다음 지방선거를 위한 포석을 던지기 위해 불출마 선언에 쇄신책을 결부한 게 아니냐고 혹자들은 추측한다. '최고의 베팅'이라는 조롱도 오간다.

경북 지역 한 초선 의원은 "부산시장 얘기가 계속 나왔었고, 그걸 내심 욕심내고 있다고 보는 분들이 많다"면서 "이렇게 불출마 선언하고 2년 빨리 그만두는 게 플러스(이득) 될 게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상임위원장과 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강경한 요구까지 나온다. 앞서 한국당 지도부는 지난 7월 김 의원이 맡은 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여연) 원장 자리를 교체하려 했다. 그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는 이유로 사퇴를 종용했는데, 언론 보도 이후 무마됐었다.

대구 지역 한 초선 의원은 "여연 원장은 특히 선거 전략을 짜는 곳인데 선거도 안 나온다는 분이 맡는 게 말이 되냐"며 "양정철호 민주연구원에 버금가도록 새 분을 모시고 새 판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4선 의원은 "당직 사퇴도 안 하면서 그렇게 욕을 하면 되겠냐"고 했다.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자료사진=김광일 기자)

 

◇ "예상했던 반응…흠집내기에 불과하다"

김 의원 측은 충분히 예상했던 반발인 만큼 그리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특히 부산시장 출마설은 자신을 향한 흠집 내기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통화에서 김 의원은 "그런 해석은 충정 어린 고언을 폄하하고 자신들의 기득권 수호에만 연연하는, 지금껏 비난받아 온 그 행태의 반복일 뿐"이라며 "앞서 부산시장 도전의 기회가 있었지만 나서지 않은 것은 나의 길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고 여전히 유효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20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칠 때까지는 맡은 직무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상임위원장과 당직 모두 유지할 방침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여연의 경우 자신이 원장에서 물러나면 당내 이전투구에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외풍을 차단하는 울타리 역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은 17일 불출마 회견 직후 기자들을 만나서도 "지금 여연 원장으로서 수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안은 앞으로 새로 만들어질 정당에도 핵심적으로 필요한 내용을 하고 있다"며 "연구원 자체의 활동은 지속돼야 하고 역할도 수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같은 친박이라도, 기득권의 상징인 영남 지역이 아닌 경우 김 의원 해법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더러 있었다. 당 해체라는 주장이 앞서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보수통합의 전제로 요구한 3대 조건 중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 짓기'와 상통한다는 해석이다.

김태흠 의원(충남 보령시서천군)은 "당 전체가 불출마하자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지만 '빅 텐트'가 쳐졌을 때 지도부가 헌신해서 황교안 대표까지도 '원 오브 뎀(one of them)'이 돼야 한다고 했던 제 말과 큰 틀에서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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