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적 수사와 음악이 주는 깊은 감동…'팬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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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 뮤지컬 '팬레터'

2017년 뮤지컬 '팬레터' 공연 모습 (사진=(주)라이브 제공)

 

갑작스레 쌀쌀해진 날씨와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가 겨울을 재촉하는 요즘, 따뜻한 봄에 부는 훈풍마냥 감성을 은은하게 자극하는 뮤지컬 '팬레터'가 다시 돌아왔다.

지난 2016년 초연된 이 작품은 이듬해 재연을 거쳐 올해 삼연을 올리는 창작 뮤지컬이다. 탄탄한 스토리와 감성 짙은 넘버 그리고 문학적 수사가 듬뿍 담긴 대사는 관객의 심금을 울리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재연 이후 2년 만에 다시 돌아온 '팬레터'는 앞선 공연의 장점들이 업그레이드 돼 작품의 감동을 배가시켰다. 초·재연에 함께한 배우들의 농밀한 연기력과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의 하모니 역시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

작품은 암울했던 일제 치하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한다. 이를 위해 목조풍으로 지어진 무대는 다소 단조로울 수도 있지만, 약간의 장치를 통한 변환과 원고지를 표현한 조명으로 시시각각 새로운 느낌을 전한다.

배우들은 화려하지 않은 깔끔하고 모던한 스타일의 의상을 입고 등장해 색다른 절제미를 관객에 선사한다. 배우들의 그림자를 사용해 보여지는 시각 효과 역시 이채롭다.

이러한 시각적 효과는 관객을 더욱 극에 몰입하는 효과를 낳는데, 이는 극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부분과 맞닿아 있다.

뮤지컬 '팬레터'는 역사적 사실과 상상을 더해 만들어진 모던 팩션(Faction) 뮤지컬이다. 실존 인물인 이상과 김유정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와, 순수문학단체 구인회를 모델로 삼아 '칠인회'로 등장시킨다.

2017년 뮤지컬 '팬레터' 공연 모습 (사진=(주)라이브 제공)

 

이러한 설정 속 당대 내로라하는 지식인인 이들이 내뿜는 대사는 극의 포인트 중 하나다. 한편의 시집을 읽는 듯한 감성적 수사(修辭)를 사용해 전달되는 대사는 관객의 마음을 아련하게 흔든다.

대사를 통한 넘버 역시 강렬하다. 문학적 대사와 적절하게 어우러진 아름다운 선율의 넘버는 음악의 힘을 확실하게 과시한다.

시시각각 흘러가는 스토리에 맞춰 때로는 감미롭게, 때로는 열정적으로 변주되는 넘버들은 작품의 서사에 담긴 감성을 효율적으로 관객에 전달한다.

작품은 실루엣 속 인물들이 신문에 실린 이야기를 관객에 전하는 내용으로 막을 연다. 호사가들의 입에 오를 법한 한 문인의 삶의 마지막 가십성 내용을 두고 작품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후 천재 소설가 김해진과 그를 동경하는 소설가 지망생 정세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이를 통해 천재 문인의 집착에 가까운 문학적 사랑과 개인에 대한 존경이 낳은 거짓말을 탄탄한 서사 안에서 섬세하게 풀어냈다.

2017년 뮤지컬 '팬레터' 공연 모습 (사진=(주)라이브 제공)

 

그 속에서 등장하는 또 다른 인물인 히카루와 정세훈의 갈등, 그리고 집착을 넘어 광기로 나타나는 김해진의 문학에 대한 고뇌 등은 유려한 연출을 통해 비극이 아닌 슬픔으로 애잔하게 다가온다.

뮤지컬 '팬레터'는 내년 2월 2일까지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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