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오죽하면 '방위비 노딜'이 거론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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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합참의장 '보통 미국인' 정서라며 방위비 압박
강압적 태도에 한국 내 반감도 확대…증액 반대 96%
美 조삼모사 취급에 자존심 상처…보수층도 반발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합참 연병장에서 열린 환영 의장행사 종료 후 이동하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이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해 미국 '보통사람' 정서를 거론한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그는 최근 "보통의 미국인들은 부자나라인 한국과 일본을 미군이 왜 지켜줘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갑자기 5배 증액을 요구하는 게 스스로도 겸연쩍어 보통사람 핑계를 댄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좀 엉뚱한 걱정도 든다. 미국인들은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라는데 '왜 지켜줘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에 어떻게 답하겠다는 건지.

마크 의장도 결론은 내리지 않았다. 다만 "동북아에서 무력충돌 방지를 위한 미군의 역할을 확실히 설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임무"라는 알 듯 모를 듯 한 말을 했다.

굳이 해석한다면, 돈이 좀 들더라도 동북아의 미군 주둔은 국익에 부합하는 일이고, 돈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소리쯤으로 들린다. 결국 돈은 한국이 낼 테니 미국 보통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동맹 간 신뢰와 호혜의 원칙상 '보통의 한국인'들의 정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객관적 데이터 상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통일연구원의 최근 설문조사(표본오차 95% 유의수준에서 ±3.1%)에서 방위비 분담금을 현행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71.5%, 감액은 24.8%인 반면 증액은 3.7%에 불과했다. 증액 반대 여론이 무려 96.3%에 달하는 것이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에서 진행된 '제5회 한미동맹만찬' 모습. 왼쪽부터 월터 샤프 주한미군전우회 회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 이낙연 국무총리,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 정승조 한미동맹재단회장.(사진=연합뉴스 제공)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현재로선 필요하다는 응답이 91.1%를 차지했지만 통일 이후에는 불필요하다는 응답도 절반 가까운 45.9%에 이르렀다.

이 설문조사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미국의 중동 호르무즈 해협 파병 요구에 51.1%가 찬성한 것이다.

방위비 증액에는 반대하지만 파병에는 찬성하는 모순된 현상이다. 이는 방위비 문제가 단지 돈이 아니라 자존심과 미국의 태도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납득할 만한 설명도 없이 힘으로 찍어 누르려는 미국의 태도에 회의와 실망이 커져가는 것이다.

까놓고 말해 한국 '보통사람'들도 한미관계의 겉과 속을 알만큼은 안다. 다만 냉엄한 국제현실도 잘 알고 있기에 내색하지 않을 뿐이다.

7,80년대 냉전시대라면 모를까 북한이 몰락하고 미·중 경쟁이 첨예해지는 이 시대에 주한미군이 여전히 북한 위협 때문이라고 믿는 한국인이 몇이나 될까?

그런데도 미국은 여전히 시혜적 존재인양 고압적인 태도로 한국인의 자존심을 긁고 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사진=연합뉴스 제공)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의 경우는 방위비 증액의 최종 수혜자는 한국 경제와 국민이라는 희한한 논리를 펴기도 했다. 한국인을 조삼모사 취급하는 게 아니라면 하기 힘든 주장이다.

보통 한국 사람의 정서가 이럴진대 정치권이 가만있을 리 없다.

여당은 14일 방위비 문제의 공정한 합의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고, 12일 일부 의원들이 주최한 간담회에서는 방위비 협상을 차라리 '노딜' 처리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심지어 옛 새누리당 대표를 역임한 이정현 의원조차 최근 국회 상임위에서 "이런 (방위비) 요구는 지금까지 접해보지 못해서 상당히 실망스럽고 절망스러워서, 심지어는 반감까지 생길 수 있는 문제"라고 반발했을 정도다.

미국 전략가들은 방위비 이전에 70년 동맹의 가치를 되새겼으면 한다. 돈은 있다가도 없지만 민심은 다시 얻기 힘들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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