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인사·소통·공정…文대통령 초심 지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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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반환점'에서 다시 읽는 문 대통령 '취임사'
"저에 대한 지지여부 상관 없이 유능한 인재, '삼고초려' 하겠다"
"시민들과 격이 없는 대화…광화문 대통령 시대 열겠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 만들겠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저는 오늘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문 대통령 임기 반환점을 맞아 다시 읽어본 '제19대 대통령 취임사'의 첫머리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준비한 10여 분 분량의 취임사를 발표했습니다.

취임사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에 취임하게 된 대통령이라는 부담감,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열정과 다짐이 묻어납니다.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 분 한 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습니다. 저는 감히 약속드립니다. 2017년 5월 10일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일환으로 문 대통령은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약속한 것이 '탕평 인사'입니다. 여야를 떠나, 자신을 지지했든 지지하지 않았든,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이를 맡기겠습니다"

이런 약속은 정권 초반 조금 지켜지는 듯했습니다.

청와대 비서실장에는 임종석 전 의원이 임명된 게 상징적입니다. 임 전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86그룹'의 핵심축으로, 문 대통령 '라인'으로 분류되지 않은 인물입니다.

또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탕평 인사'로 평가됐었습니다. 장 전 실장은 '안철수 멘토'라고 불릴 정도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아울러 내각에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도 문 대통령과의 인연이나 '코드'보다는 능력 중심의 인사라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청와대와 내각은 '동색'(同色)입니다. 임 전 실장이 물러난 자리에는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임명됐고, 청와대 정무수석에도 강기정 전 의원이 임명됐습니다. 둘 다 '원조 친문'입니다.

김동연 전 부총리가 물러난 자리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이어가고 있습니다. 홍 부총리 역시 문 대통령 캠프 출신으로, 문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민 투표로 탄생한 대통령은 자기와 호흡이 맞는 사람을 중용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모든 참모가 같은 생각, 같은 대답만 하게 된다면, 대통령은 그 틀 안에 갇히게 됩니다. 다른 생각, 반대 의견이 들리지 않는 대통령은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기 어려울 겁니다.

문 대통령이 또 하나 약속한 게 '광화문 대통령'입니다.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습니다. (중략) 퇴근길에는 시장에 들러 마주치는 시민들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겠습니다. 때로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습니다."

'광화문 대통령', '퇴근길 시장에서의 대화' 등은 그만큼 낮은 자세로 국민들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지난 10월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을 규탄하고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범보수단체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그런데 2019년 가을 광화문에는 대규모 태극기 집회가 열렸습니다. 집회 참석 인원에는 논란이 있지만, 확실한 건 문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큰 집회였다는 겁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했던 '촛불 집회'가 떠난 자리에 문 대통령을 규탄하는 태극기 집회가 열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소통 방법이 어떤 것인지는 모호합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예고 없이 백악관 밖을 거닐며 시민들과 직접 대화를 나눴던 사례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반 만둣가게에 깜짝 방문했던 일은 좋은 참고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어쨌든 형식과 관습을 깨는 파격적인 소통 방법도 대통령에게 필요해 보입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강조했던 것은 공정이었습니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열광했던 이 대목. 그러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제1논문 저자 논란, 장학금 특혜 논란, 허위표창장·인턴활동 의혹 등으로 '문재인 정부의 공정'이 많이 퇴색했습니다.

'논문 저자 논란이나 장학금 특혜 부분은 불법성이 없고, 의혹은 아직 밝혀진 게 없다'는 대통령과 민주당의 대응은 더욱 화를 키웠습니다. 많은 사람은 '이번 일이 문재인 정부에서 말한 공정에 맞는 일인가'를 묻고 있는데, 딴소리만 늘어놓은 셈입니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이 약속은 이번에 적용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취임사에서 발표했던 다짐 중 일부분은 지켜지는 것들도 있습니다.

"동북아 평화구조를 정착시킴으로써 한반도 긴장 완화의 전기를 마련하겠습니다."
"문재인 정부하에서는 정경유착이라는 낱말이 완전히 사라질 것입니다."

완전하진 않지만, 분명 이전 정부에 비해 성과를 내고 있는 분야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2년 6개월 동안 부지런히 달려왔습니다. 욕심만큼 잘 안 되고, 마음처럼 잘 풀리지 않는 일이 태반일 겁니다. 그런데 달려온 시간 만큼 다시 한번 달려야 합니다.

오늘이 그 출발선입니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는 이미 문 대통령이 밝힌 취임사 안에 담겨 있습니다. 다시 한번 취임사를 되새겨 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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