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등급제 논란 '고교 프로파일' 너의 정체는 도대체 뭐냐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뉴스듣기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오늘의 핫뉴스

닫기
공정성 핑계삼은 국민 혼빼기식 '몰아치기 교육개혁'
"지금 학종때문에 고교 교육이 정상화된 것이 얼마나 많은데요. 그니까 역사를 가지고 생각해야 하는데 요새 뭐 약간 문제됐다고 해서 조국교수 문제는 이명박 정부때의 입시제도 문제입니다. 지금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교육부에서 방향을 잘못 잡았습니다. 이전에는 교육부 조차도 정시 확대를 안한다고 했는데, 청와대가 확대한다고 갑자기 발표한겁니다. 그래서 전국이 들고 일어서는 겁니다. 현장에서 원하지 않는 정책을 하는데 그게 성공하겠습니까?.."
[인천 A고등학교 K교장]
이번주 이삼일간 교육부는 '몰아치기식 축지법'을 쓴 것 같습니다. 도술을 부리려 한다고 할까요. 이렇게 전광석화처럼 교육정책을 일사천리로 처리한 전례가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 국민 혼빼기식 '몰아치기 교육정책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지난 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교육부는 지난 5일 서울 주요대를 비롯한 전국 7개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정부의 '정시확대 명분용 조사'라 워낙 관심이 컸습니다. 여진도 컸고 분석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이틀 뒤인 7일에는 전국의 자사고와 외고.국제고 75곳을 6년 뒤인 2025년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즉각적으로 시행령도 개정하겠다고 했습니다.

논리는 이렇습니다. 대학들이 편법적인 방법(?)들로 고교서열화를 고착했고, 이로인해 '공정성'이 무너졌으므로 지난 십수년간 이뤄진 고교체제를 아예 평준화 단일체제로 확 바꾸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교육부 논리가 도대체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이또한 '내로남불'이라 할까요.

더욱 놀라운 사실은 교육부의 태도입니다. 그들이 대학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로부터 '억울하게 속고 있었던 양' 행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의 발표 골자를 먼저 보시죠.

"각 대학의 평균 내신등급을 분석한 결과, 학생부종합전형 전 과정에 걸쳐 지원자.합격자의 평균 내신등급이 '일반고>자사고>외고.국제고>과학고'순으로 나타나 서열화 된 고교체제를 확인하였다"
교육당국이 공식적으로 "서열화된 고교체제를 확인했다"는 사실은 주목할만 하지요.

그러나 지난 5일 발표에서 국민들을 놀래킨 사실은 '고교 프로파일'이라는 것입니다.

교육부는 "학생부나 공통 고교정보(고교 프로파일)에 학생부 기재금지 관련 정보가 편법적으로 기재된 경우가 있었다"며 '고교 프로파일'을 학종 공정성 훼손의 '주범'으로 지목했습니다.

대학입시를 관리감독하는 교육부가 각 대학 입시에 활용되는 '고교 프로파일'이라는 것을 과연 몰라서 이런 발표를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 내용을 그냥 방치하다가 이제 와서 조사해보니 '편법 투성이'였다는 것일까요.

아니면 학종의 '공정성'을 부정하고 정시 확대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고도의 술책'일까요.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 고교 등급제 논란 '고교 프로파일' 도대체 너의 정체는 뭐냐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이미 아시는 분들은 있겠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나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고교 프로파일'에 대해 생소하게 여기실 겁니다. 제가 만나 본 학부모 가운데서도 특목고 학부모는 '프로파일'에 대해 알고 계시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반고는 모르는 학부모들이 많았습니다. A 특목고는 학부모들에게 프로파일에 대해 설명하고 업로드 할 내용도 공지를 해준다고 하더군요.

대교협은 2017년 7월 24일 '학생부종합전형 운영을 위한 '공통 고교정보' 양식에 관한 보도자료를 발표합니다. 당시 발표내용 요약입니다.

대교협'공통 고교정보' 보도자료

"대교협은 '학종 평가에 필요한 고교정보를 일괄적으로 수집해 각 대학에 배포하기 위한 '공통 고교정보' 양식을 발표한다.

대교협은 2012학년도부터 고교정보시스템을 통해 고교에서 기본정보와 대입관련 특기사항 등을 입력받아 대학이 전형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 왔으나 고교에서 입력하는 정보가 학교알리미 내용과 유사하고 업무부담이 크다는 지적과 함께 이에 대한 개선 요구가 있었다.

이에따라 대교협은 2018학년도 공통 고교정보를 개발하기 위해 고교 교사 및 대학 등의 의견을 수렴해 '공통 고교정보' 양식을 마련하였다."

대교협이 요구한 프로파일 양식은 1.고교 기본정보 2.교육환경 및 구성원 특징 3,교육과정 운영 현황 4.동아리 활동 개설 및 운영방식 5. 교내 시상내역 6,3개년 교육과정 편성표 7.기타사항으로 구성됩니다. 이 부분은 뒤에서 좀 더 자세히 논의하겠습니다.

◇ '고교 프로파일'은 특목고 프로파일에서 출발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네이버채널 구독
'고교 프로파일'이 2017년이 돼서야 '공통양식'의 형식을 갖게 된 연유를 임성호 종로학원 하늘교육 대표는 다음과 설명합니다.

"고교 프로파일을 맨 처음 제가 알게된건 7,8년전인데 제가 입수한 것은 00외고 것을 입수해서 봤습니다. 00외고가 잘한다고 소문이 나니까 일반고 교장선생님들까지 벤치마킹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적극적인 교장선생님들은 '저런 것도 있구나'하고 자기학교도 그렇게 만들기 시작했고 또는 직접 대학교에 가서 그 프로파일을 브리핑도 하고 그랬습니다.

입학사정관제가 이명박 정부때 시작됐지만 그때는 사실 거의 제도적 준비없이 시작됐어요. 그래서 00외고가 아이비리그에 아이들을 많이 보내면서 노하우를 축적한 것이지요. 미국에서는 '고교파일'을 대학에 제출했고, '인턴제' 같은 것도 있으니까 아이비리그에 아이들을 보내기 위해 빨리 파악을 한거죠.

사실, 일반고는 듣도 보지 못한 겁니다. 그러다가 일반고에 소문이 퍼졌고, 6.7년 전부터 전국의 교사들이 주말 또는 방학때 모여서 학종 연구를 하게됩니다. 모범사례가 발표가 되구요. 그래서 지금까지 8백여개의 고등학교에서 이 파일을 만들었는데. 어떤 공통양식이 없다보니 좀 중구난방이었고, 대교협이 2017년이 돼서야 '공통양식'이라는 것을 만들어 표준화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즉, 일부 고교가 각 대학들에 어필하기 위해 '고교 프로파일'이라는 것을 돌렸는데, 아무런 기준이 없다보니 별별 것들을 다 쓰다가 2017년엔 '이럴 거면 아예 공통 항목을 만들어 대교협에 제출하라'는 의견이 있어 그 이후 '고교 공통정보'를 대교협이 관리하게 됐다는 겁니다.

그래서 교육부의 '고교파일'에 대한 문제점 지적은 더욱 황당합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지난 8일 라디오 방송에서 한 얘기를 들어보시겠습니다.

"고등학교에서 작성해서 대교협을 통해서 대학에 보내주면 '고교프로파일'이라든지 또는 일부 대학에서 아예 평가시스템에서 이런 고교유형별 차이를 알 수 있도록 그걸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시스템을 운영한 사례를 저희가 발견했고요.

이게 단순하게 '학생부종합전형의 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공정하게 하는 그런 차원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고요."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고교파일 등 문제가 너무 많아서 학종만 투명하게 한다고 해서 입시의 공정성이 담보가 안된다는 얘기입니다.

이미 800개가 넘는 일반고까지 '고교파일'을 만들어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육부가 이번 실태조사에서 '엄청난 하자와 편법'을 새로 알게 됐고, 그때문에 학종은 '공정하지 못한 제도'라고 주홍글씨를 그어버리니까 아연실색할 따름입니다.

이제와서 대입 책임감독 부처의 차관이 이렇게 말하면 학부모들은 어쩌란 말인가요?

교육부가 속았다는 듯 '쉴드'치는 것이 너무 놀랍습니다. 이제까지 감독기관이 모르고 속았다면 직무유기 아닌가요?

◇ '고교 프로파일'을 직접 들여다 보았더니…

(사진=연합뉴스)
한 언론사는 교육부가 발표한 '고교파일'의 문제점을 '텝스 만점.. 고교프로파일이 스펙 편법제출 창구로'라는 제목으로 이렇게 보도했습니다.

'텝스 만점.. 고교프로파일이 스펙 편법제출 창구로' 기사 일부 내용

…고등학교 측은 특히 고교 프로파일을 학생부에 기재가 금지된 스펙을 대학 측에 전달하는 '간접창구'로 활용했다. 고교 프로파일은 대학이 학생 선발 과정에서 각 학교별 교육과정과 환경을 고려해 평가할 수 있도록 고교가 대학에 제공하는 자료다.

그런데 일부 고교는 여기에 '(자신들의 학교가 내신이 불리한 학교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학교의 모의고사 성적과 교과과정별 내신성적 분포 자료', '대학 교수와의 R&E(특정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소논문 또는 보고서를 쓰는 활동) 자료와 참여 학생 명단’ 등의 정보를 포함시켰다.

류혜숙 교육부 학생부종합전형조사단 부단장은 “텝스 만점자 명단 등 다수 외고가 학생부 기재금지 항목을 고교 프로파일에서 간접 제공하는 사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 고등학교는 고교 프로파일 분량이 826페이지에 달하기도 했다…

텝스 점수기재는 물론 안됩니다. 하지만 교내 시상 내역은 엄연히 프로파일 공통양식5번 조항에 포함돼 있습니다.

서울의 B고 교장선생님은 "공통고교정보 가운데 2번(교육환경 및 구성원 특징)과 7번(기타) 조항이 조금 허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교장은 "교육환경 구성 및 특성이란게 있는데 그 안에다가 ,, 보통 학생부 안에는 시상 같은 것을 노출시키지 못하게 해놨다. 그런데 이 프로파일에는 '뭐뭐 하지마라'라고 구체적을 제한을 해놓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까 거기에서 학교 특성이나 예를들면 강남이라든지 이런식의 노출을 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광역 대도시의 C 고등학교는 '구성원 특성' 정보에서 '학부모 정보'를 다음과 같이 서술·기재했습니다.

- 학부모의 교육수준과 교육열이 높고 대학교 입학률이 높은 지역임.
- 학부모 소득이 높은 중상류층의 시가지로 사교육 열풍이 강한 지역임.
- 학생들의 80%이상이 학교 인근의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어 주거환경이 양호
- 학부모의 직업은 회사원, 자영업, 공무원, 교사, 의사, 약사, 교수, 대기업 임원 등
다양하게 분포함.
- 지역 주민의 소득 수준이 평균 이상으로 대부분 안정적으로 생활함.
- 공교육에 대한 가치추구가 높고 학교에 대한 요구도 다양함.
고교 입장에서는 교육열이 높고 그만큼 '치열한 경쟁력'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대학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부인을 합니다. 한 대학관계자는 "800장 가까이 고교 공통정보를 쓴 곳도 있다지만, 이 내용에 따라 당락이 바뀌지는 않을 듯하고 입학사정관들이 이러한 내용을 일일이 볼 시간 자체가 없다'고 말합니다.

누구 말이 맞는지 들을수록 헷갈립니다.


◇ '공정' 핑계삼아 서두르는 정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흔히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합니다.

그러나 세상이 급변하는 오늘날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금과옥조는 아닐 것입니다.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그리고 건전한 사회인재를 길러내야 하는 당위성에 맞춰 교육시스템도 조화롭게 발전돼야 합니다.

그러나 조국교수 사건 이후, 불리한 여건을 되돌리기 위해 또는 '공정'을 핑계삼아 맥락과 근거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이뤄지는 교육개혁은 국민들에게 많은 불안감을 안겨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전직 교육부 당국자의 '민중 개.돼지발언'도 오버랩 됩니다.

예전부터 '복지는 '돈'이 없고, 교육은 '답'이 없다'는 신랄한 풍자가 있습니다.

교육부 발표처럼 모든 고교를 일반고처럼 평준화해서 맞춤형 심화교육으로 일반고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말의 성찬'에 그쳐서는 안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에 대한 설득이 중요합니다. 특히 학교당사자들의 의견도 중요합니다. 그런 '컨센서스' 없이 만드는 교육개혁은 뿌리를 내리기 어렵습니다.

벌써부터 2025년 자사고, 국제고·외고 일괄폐지가 실현되겠냐는 말들이 많습니다. 정부가 너무 조급하다는 생각입니다.

추천기사

많이 본 뉴스

상단으로 이동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유튜브

다양한 채널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제보 APP설치 PC버전

저작권자 ©CBSi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