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자사고·특목고 폐지...또 강남8학군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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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 세 번째)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자율형 사립고·외국어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하는 내용의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장희국 광주시교육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유은혜 장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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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엔 김현미 장관이 분양가상한제를 발표하더니 8일엔 유은혜 장관이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를 2025년부터 일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많은 정책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7일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2025년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고·국제고 등 특수목적고를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2025년 3월 일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다.

시행 방안에 따르면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는 2025년부터 자사고 42개교, 외국어고 30개교, 국제고 7개교 등 총 79개교가 일반고로 바뀐다.

지금 초등학교 4학년생들부터는 특수 목적으로 설립된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없어지는 등 고교평준화제도가 전면적으로 부활한다.

청와대와 교육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로 입시 공정성 논란이 커지자 ‘고교 서열화 해소’를 명분으로 일괄적인 자사고·특목고 폐지에 나선 것이다.

자사고·외고 폐지와 고교학점제는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자 핵심 국정 과제였다.

문재인 대통령.(사진=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9일 대국민 담화에서 "고교 서열화 해소 등 교육 분야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자사고와 외국어고가 폐지되고 ‘고교학점제’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됐다.

문 대통령이 조국 사태 이후 공정을 국정의 중심에 두겠다고 밝힌 결과가 대학입시의 정시 확대와 특목고의 폐지로 귀결됐다.

지난 2001년 수월성과 다양성 교육이라는 목적에 따라 설립된 외국어고 시대는 33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된다.

과학고·영재학교는 신입생 선발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자사고들은 “공정성이라는 명목으로 학교선택권을 빼앗고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자교연)는 오늘 성명을 내고 “당사자들과 협의도 없이 교육체계를 뒤흔든다”며 투쟁을 선언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교육정책의 큰 틀이 정권의 이념과 성향에 따라 좌우된다”고 비판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대통령의 공약이며 고교서열화와 불평등을 막아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지만 특수목적고들은 "수월성과 다양성 교육이 강조되는 시점에 정부가 고교 유형까지 획일화하는 정책으로 교육을 하향 평준화시키는 것 아니냐"는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입시 경쟁의 근본 원인은 임금 차별과 학벌주의가 공고한 사회‧노동 구조에 있는데도 그 책임을 자사고‧특목고에 돌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서울자율형사립고 교장연합회와 학부모연합회 관계자들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규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특히 시행령만으로 전국의 79개 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하고 있다.

모든 교육 정책은 국회에서의 입법을 원칙으로 할 것을 촉구한다.

정권마다 교육정책을 제멋대로 바꾸는 것을 막을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분양가상한제, 분상 실시와 마찬가지로 갈등과 대립이 첨예화하고 있다.

특수 목적으로 설립된 고등학교란 자체가 공정의 가치에 위배될 뿐 아니라 설립 목적을 외면하고 대학 입시 위주로 치우쳤다는 교육부의 주장은 일리 있다.

교육부의 최근 조사에서는 과학고와 외고, 자사고들이 서울의 주요 대학 입시에서 우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특수 목적고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교육부가 과학고와 외고, 자사고 출신들이 명문대학 입시에서 유리하다는 것은 자녀의 대학 입시를 겪은 부모들은 다 아는 사실을, 엊그제 마치 엄청난 조사를 한 것처럼 발표하며 외고와 자사고 폐지를 위한 분위기를 띄웠다.


대통령제인 대한민국에서 정권을 잡으면 공약을 어떻게든 추진하고픈 의도야 이해한다지만 교육정책만은 국가백년대계를 토대 삼았으면 한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과 경기, 인천, 광주, 전남북 등지의 진보교육감들은 자사고와 외고를 눈엣가시처럼 여겨 폐지를 압박해왔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 세 번째) 등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자율형 사립고·외국어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하는 내용의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을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왼쪽부터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장희국 광주시교육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유은혜 장관,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사진=황진환 기자)
분양가상한제 같은 정책이야 이익을 보는 사람도, 좀 손해를 보는 사람도 있고 아파트 투기 광풍을 막는다는 명분이라도 있으나 교육정책의 개편은 아무것도 모른 우리 자녀들의 장래를 망칠 수도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정부의 교육정책으로 어린 학생들의 인생, 진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 어떤 정책보다도 심사숙고하고 철두철미하게 다뤄야 하며 단 한 명의 피해학생이 생기는 것도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

사실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로스쿨제와 의학.약학전문대학원 제도는 과연 성공했는가.

도로 변호사 낭인들을 배출하기 시작했으며 전현직 법조인들과 부유층 자녀들만의 전유물이 되다시피 한 게 로스쿨이다.

각 대학들은 의전원과 약전원을 없애고 의대와 약대를 도로 부활했다.

우리 학생들이 5년 정권들의 교육 실험 대상이 아니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박근혜 정권은 교과서를 개편하려다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진보, 보수 정권을 떠나 다른 정책은 차치하고서라도 교육정책만은 신중에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

정권만 잡았다 하면 교육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하니 입시 학원들만 번성하지 않은가.

정권의 교육정책들이 강남의 부동산 가격 폭등을 거드는 아이러니다.

자사고와 외고, 상산고, 민사고 등 특목고를 없애면 서울 강남의 고교들이 명문고로 부상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단대부고와 세화고 등은 외고 못지않게 SKY 대학 진학률이 높기로 유명하다.

지난 5일 서울 이화외고에서 전국 외고·국제고 학부모연합회가일반고 전환 추진 반대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총리는 지난 1970년대 후반까지 지역 최고 명문 고교인 경남고와 광주일고를 각각 졸업했다.


박정희 정권이 1977년부터 실시한 고교평준화 이후 경기고와 서울고를 비롯한 명문고들이 퇴조하더니 1980년대부터는 사립고들이, 1990년대 후반 들어서는 외고들이 공립 명문고 자리를 대체했다.

2025년 이후부터는 부유층들이 많이 사는 서울 강남과 서초 같은 8학군 지역고등학교들의 전성시대가 될 것이다.

부와 교육, 신분의 대물림이 지금보다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학생 쏠림 현상이 빚어지고 우수 학생의 해외유학 수요만 커질 수 있다.

4차 산업시대의 무한경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수월성과 다양성 교육도 필요하고, 학생들의 행복 추구권을 고려해서는 평등 교육도 필요하다.

그런데 왜 한쪽만을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세력들, 정치인들이 모든 걸 좌지우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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