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네 모녀' 죽음, 복지사 1명 '찾동'은 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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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0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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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여 동안 구청·주민센터·이웃 모두 '네 모녀 사망' 사실 몰라
'송파 세 모녀 사망' 후 5년…복지 사각지대 그늘 여전
경찰, 정확한 사인 규명 위해 국과수에 부검 의뢰

성북동 주민센터(사진=네이버 지도 캡처)

 

지난 2일 숨진 채 발견된 '성북동 네 모녀'는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였지만 구청, 주민센터, 이웃 모두 이들의 죽음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국가 복지체계의 사각지대와 이웃들의 무관심이 불러온 비극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송파 세 모녀 사망' 사건 이듬해인 2015년부터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찾동)'를 운영했다. 가장 작은 단위 공동체인 동주민센터에서부터 위기 가구를 발굴한다는 게 목적이다. 이후 4년이 지났지만, 운영은 여전히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네 모녀가 숨진 성북구는 매년 65세, 70세가 된 노인들을 '찾동(찾아가는 동사무소)' 방문 대상자로 정해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망한 70대 노모 김모씨는 지난 2016년부터 해당 집에 살았지만, 이사 온 당시 이미 70세를 넘어 찾동 대상이 아니었다.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로 위기를 맞고 있었음에도 사회복지망에 포착되지 못했던 것.

주민센터는 이러한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주민제보'를 운영해 왔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이웃들이 무관심하다면 의미가 없는 행정일 뿐이었다.

실제 이들을 발견한 것은 이웃이 아닌 외부인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건물 보수를 위해 해당 집을 찾은 리모델링 업체 관계자가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신고했다. 발견 당시 이들은 이미 부패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숨진지 최소 수주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자체 관계자는 "이들 중 기초생활수급자도, 연쇄 체납 기록도 없어 모니터링 대상으로 뜨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설사 모녀의 어머니가 '찾동' 대상이었다고 하더라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주민센터의 감시망에 걸려들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난 2일 70대 노모와 40대 딸 3명이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성북구 성북동 한 다세대 주택의 우편함에 우편물이 쌓여 있다. 아래 사진은 해당 다세대 주택에 폴리스 라인이 쳐져있는 모습.(사진=서민선 기자)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성북동 주민센터의 담당 직원 한 명이 한 달에 평균 30가구를 방문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 한 명이 한 해 평균 400여 가구를 담당하는 셈이다.

복지 대상인 노인 가구는 매년 늘고 있지만, 이들을 관리하는 행정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성북구의 찾동 대상 노인은 2017년 9,721명에서 2018년 1만 44명, 올해 8월 기준 6,791명이다. 하지만 올해 성북구 관내 20개 동에서 방문 상담을 담당하는 복지사와 간호사는 123명에 그쳤다. 직원 1명이 55명을 맡는 셈이다.

동주민센터 관계자는 "방문 횟수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대상자의 생일이 있는 달에 한 차례 방문한다"며 "정기적으로 방문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주거 환경이 열악한 독거노인이나, 본인이 생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면 담당자가 재방문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지자체 담당자가 방문해도 개인의 재정 상황을 일일이 파악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구청 관계자는 "개인의 인적사항과 소득, 재산 정도만 파악한 상태로 방문한다"며 "채무 사항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의 시스템에서도 성북동 모녀는 포착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 12월 '복지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구축했다. 단전, 단수 정보, 공과금 체납 여부 등 32개 정보 중 3~4개 넘게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대상자를 선정해 지자체에 통보한다.

하지만 성북동 모녀는 어느 정보에서도 '적신호'가 뜨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증평 모녀 자살' 사건 당시 지적된 관리비 체납 정보는 이달부터 복지부 시스템에 적용됐는데 이마저도 정보 제공에 동의한 관리사무소만 적용할 수 있다. 성북 모녀가 거주하는 다세대주택은 관리사무소가 없어 파악 자체가 어렵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편 서울 성북경찰서는 정확한 사인과 사망 시점 등을 규명하기 위해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할 계획이다. 현재 집 주인, 친인척 등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70대 노모와 40대 딸 3명 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모녀 일가는 건물을 보수하러 온 업체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직원은 집에서 악취가 진동하자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집에서는 A4용지 두 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유서에는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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